고척을 뒤집어 놓은 '좌익수' 김혜성, 팀도 선수도 웃었다

    고척을 뒤집어 놓은 '좌익수' 김혜성, 팀도 선수도 웃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0.07.03 11:55 수정 2020.07.03 12:01
    글자크기
    글자크기 키우기 글자크기 줄이기
     
     
    팀도, 선수도 '윈윈'이다. 키움 히어로즈 내야수 김혜성(21)이 외야에서도 '수비 잘하는 선수'의 가치를 뽐냈다.  
     
    김혜성은 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홈경기 선발 라인업에 7번 타자 좌익수로 이름을 올렸다. 좌익수 선발 출전은 2017년 데뷔 후 4시즌 만에 처음이다. 그런 그가 외야 수비로 홈구장을 뒤집어 놓았다. 
     
    김혜성은 2루수, 유격수, 3루수를 모두 소화하는 전천후 내야수다. 어느 포지션에서든 든든한 수비를 한다. 다만 키움이 새 외국인 타자로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 내야수 애디슨 러셀을 영입하면서 출전 기회가 줄어들 위기에 처했다. 러셀이 합류하면 주 포지션인 유격수를 맡고 2루수 서건창, 3루수 김하성이 주전으로 뛸 가능성이 크다.  
     
    손혁 키움 감독은 "러셀 영입 얘기가 나온 뒤 내야수인 김혜성, 전병우, 김웅빈과 면담해 '외야 수비를 할 수 있겠느냐'고 제안했다. 고맙게도 세 명 모두 '경기에 더 자주 나갈 수만 있다면 기꺼이 외야 겸업을 하겠다'고 했다. 그때부터 다른 선수들보다 조금 일찍 야구장에 나와 외야 수비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그 가운데 김혜성이 가장 안정적인 수비 능력을 보여줬다. 동산중 시절까지 외야수로 활약한 덕에 '공을 가장 잘 따라다닌다'는 평가를 받았다. 손 감독은 "세 선수가 외야도 맡을 수 있다면 러셀 합류 후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단 김혜성이 가장 빠르게 적응했다. 에이스급 투수들이 나가는 경기보다 대체 선발(조영건)이 등판하는 날 외야 수비력을 테스트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결과는 기대를 뛰어넘고도 남았다. 경기 개시 직후 1회초 두산 선두타자 박건우의 타구가 때마침 외야 왼쪽으로 날아갔다. 좌익수 김혜성은 자신의 머리 위로 넘어가는 타구를 안정적으로 잡아냈다.  
     
     
    특히 키움이 5-7까지 따라붙은 5회초 수비에선 실점을 막는 '슈퍼 캐치'까지 했다. 2사 1·2루서 두산 김재환이 좌익수 앞으로 향하는 적시타성 타구를 날리자 김혜성이 빠른 속도로 달려나왔다. 정확한 타이밍으로 다이빙해 글러브로 공을 걷어냈다. 하마터면 동력을 잃을 뻔했던 키움의 추격전에 수비로 다시 불을 붙였다. 키움 더그아웃은 '외야수' 김혜성을 박수와 하이파이브 세례로 맞아들였다.  
     
    팀이 바랐던 모습 그 이상이다. 손 감독은 "처음 외야 겸업 얘기를 꺼냈을 때 선수들이 도망가는 반응을 보일까 걱정했다. 그런데 다들 적극적으로 '출전 기회가 늘어난다면 어느 포지션이든 시도해보겠다'고 대답하더라. 선수들도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게 결국 본인에게 이득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김혜성은 올 시즌 49경기에서 타율 0.286 23타점 30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정후를 제외한 다른 외야수들보다 타격 성적이 좋다. 러셀이 합류한 뒤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보였지만, 외야 수비까지 마다치 않는 적극성으로 영리한 돌파구를 찾았다.  
     
    김혜성은 "내야든, 외야든 수비는 공을 잡는 것이기에 외야수로 나갔다고 마음가짐이 다르진 않았다. 경기 전 빨리 공이 와서 잡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빠른 타이밍에 공이 와서 좋았다"고 말했다.  
     
    탄탄한 키움의 공격과 수비에 승리 옵션이 하나 더 추가됐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