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선택 전날도 SOS 쳤지만…故최숙현, 6번 외면 받았다

    극단선택 전날도 SOS 쳤지만…故최숙현, 6번 외면 받았다

    [일간스포츠] 입력 2020.07.0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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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인 최숙현 선수가 지난달 26일 부산의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 최 선수 가족]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인 최숙현 선수가 지난달 26일 부산의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 최 선수 가족]

     
    철인3종 경기(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인 고(故)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 선택 전날까지 정부에 수차례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2월부터 6차례 이상 ‘SOS’

    3일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따르면 최 선수 가족은 지난 2월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최 선수가 소속했던 경주시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3월에는 인권위 진정을 취하하고 수사당국에 고소했다. 4월 들어선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지난달엔 대한철인3종협회에 진정했다. 최 선수 사망 전날(지난달 25일)에는 인권위에 다시 진정했다. 그러나 특별한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고, 최 선수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최 선수의 지인들은 “최 선수가 백방으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모두 그를 외면했다”고 호소한다.
     
     

    사망 뒤에야 정부 ‘팔’ 걷어

    최 선수 사망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야 정부는 빠르게 움직이는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최 선수 사건과 관련해 “문화체육부 차관이 스포츠 인권 문제를 챙기라”고 지시했다. “최 선수가 대한체육회에 폭력 신고를 접수시킨 날짜가 지난 4월 8일이었는데도 제대로 조치가 되지 않아 불행한 일이 일어난 것은 정말 문제다”라면서다.
     
    문체부는 최윤희 제2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특별조사단을 구성해 조사를 펼치기 시작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세부 내용은 비공개 사안”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일 고소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 중인 대구지검은 “최대한 공정하고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경북 경주시체육회도 진상 조사에 들어갔다. 
     
    최 선수가 극단적 선택 직전 가족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사진 최 선수 가족]

    최 선수가 극단적 선택 직전 가족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사진 최 선수 가족]

     
     

    10만명 넘는 국민청원 “철저한 진상조사”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최 선수 관련 청원 6건에 10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다. 대한체육회를 해체하라는 청원도 있다.
     
    국회에선 청문회를 추진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임오경·김승원·유정주·이병훈·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2의 최숙현이 나타나지 않도록 진상 규명에 그치지 않고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부산시청 직장운동부 숙소에서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나를 괴롭혔던)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최 선수는 경주시청 직장운동부에서 활동하다 올해 초 부산시청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 선수에 대한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되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 A씨가 2일 경주시체육회 인사위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최 선수에 대한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되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 A씨가 2일 경주시체육회 인사위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빵 20만원어치 먹이고 무차별 폭행”

    최 선수의 유족과 지인 등은 “최 선수가 경주시청 소속으로 활동하던 당시 감독과 팀닥터, 일부 선배로부터 폭언·폭행 등 가혹 행위를 당해왔다”고 주장한다. 최 선수가 모은 녹취록도 존재한다. 구체적으로 최 선수는 ‘체중이 늘었다’는 이유로 새벽 시간 빵 20만원어치를 억지로 먹고 토하고를 반복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하루는 ‘복숭아 1개를 몰래 먹었다’는 이유로 뺨을 20회 이상 맞고 가슴·배를 차였다고도 전해진다.
     
    한편 최 선수가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 A씨는 2일 경주시체육회 인사위에서 “나는 폭행하지 않았고, 오히려 팀닥터의 폭행을 말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