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표 '화수목' 타순, 타격 사이클 저하 대처

    두산표 '화수목' 타순, 타격 사이클 저하 대처

    [일간스포츠] 입력 2020.07.07 06:00 수정 2020.07.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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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프로야구 KBO리그 키움히어로즈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1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14대 5로 대승을 거둔 두산선수들이 경기 후 자축하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0.07.01/

    2020프로야구 KBO리그 키움히어로즈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1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14대 5로 대승을 거둔 두산선수들이 경기 후 자축하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0.07.01/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수차례 타격 사이클이 오르고 내린다."

     
    현장 지도자와 선수가 타선의 동반 침체를 보는 공통적인 시선이다. 관건은 침체 주기를 최대한 짧게 만들려는 노력. 개인 역량과 노하우 작용하지만, 벤치가 판단하고 개입해 득점력 저하를 막기도 한다. 두산이 돋보인다. 타자들의 컨디션을 두루 고려한 뒤 공격 선봉장인 1번 타자에 적임자를 내세웠다. 팀과 선수 모두 반등했다. 
     
    김태형(53) 두산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테이블세터 구성을 고민했다.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타자로만 구성하면 3, 4번 타자가 선발투수의 공을 5개도 보지 못하고 첫 타석에 들어설 수 있다며 우려했다. 기동력과 응집력이 두루 향상될 수 있는 조합을 찾았다. 
     
    2번 타자는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2)가 고정됐다. 5월에만 타율 0.486(94타수 44안타)를 기록한 타자다. 1번 타자가 출루하지 못해도 중심 타선에 득점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반면 1번 타자 선정은 고민이 필요했다. 개막 3주 차까지는 주전 우익수 박건우(30)가 맡았다. 17경기에서 타율 0.215에 그치며 부진했다. 김태형 감독은 이후 중견수 정수빈(30)을 내세웠다. 스프링캠프에서 향상된 장타력을 보여주며 1번 타자 후보로 여겨졌다. 그러나 그의 타격감도 좋은 편이 아니었고, 왼쪽 발등에 자신의 파울 타구를 맞는 부상까지 겹치며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박건우에게는 하위 타순으로 내려가 타격감을 조율할 수 있던 7경기가 약이 됐다. 6월 4일 수원 KT전에서 1번 타자로 복귀했고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반등을 예고했다. 9일 창원 NC전부터는 선발로 출장한 4경기 모두 3안타씩 쳤다. 박건우는 6월에 출전한 21경기에서 타율 0.444·출루율 0.484·장타율 0.630을 기록하며 제 모습을 찾았다.  
     
    두산은 6월 초부터 부상자가 속출했다. 주전 1루수 오재일(34)은 옆구리, 3루수 허경민(30)은 손가락 부상을 당했다. 4번 타자 김재환(32)의 타격감도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정상 컨디션을 회복한 박건우를 3번 타자로 기용해 중심 타선의 무게감 저하를 막을 수 있었다. 페르난데스의 타격감이 5월보다 떨어진 조짐을 보였을 때는 다시 그를 1번 타자로 올려서 출루율을 높였다. 박건우가 3번에 나설 때는 정수빈이 종종 1번으로 기용됐다.
      
     
    시즌 첫 4연패를 당한 6월 셋째 주도 다채로운 타순 변화로 위기를 극복했다. 이어진 LG와의 주말 3연전에서는 고정 리드오프를 두지 않았다. 이유찬, 정수빈, 박건우가 번갈아 맡았다. 클린업 트리오 순번도 박건우가 1번으로 전진 배치됐을 때는 최주환이 자리했다. 조화가 좋았다. 두산은 이 3연전에서 29득점을 했다. 3연승을 거뒀다. 
     
    최근에는 허경민도 1번 타자로 나서고 있다. 손가락 부상에서 회복하고 돌아온 6월 26일 잠실 NC전부터 4경기 연속 맡았다. 박건우가 옆구리 통증 탓에 출전 관리를 받고 있던 시점이다. 그도 3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임무를 다했다. 우세 시리즈를 두고 맞붙은 5일 한화전에서는 자신의 한 경기 최다 안타 타이 기록(5개)을 세우기도 했다. 박건우도 부담을 덜고 컨디션 관리를 할 수 있었다. 
     
    두산은 멀티 내야수 류지혁이 트레이를 통해 KIA로 이적한 뒤 내야 뎁스가 저하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권민석(21), 이유찬(22), 국해성(31) 등 백업 선수들이 선전했지만, 야수진에서는 특유의 '화수분' 야구가 돋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다섯 시즌(2015~2019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주전급 선수들의 저력은 돋보였다. 슬럼프를 빨리 극복한 뒤, 팀에 가장 보완이 필요한 자리에서 기대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타순 변화에 부적응은 없었다. 김태형 감독도 고정 라인업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저 없이 대안을 꺼내 들 수 있었다. 
     
    두산은 악재가 많다. 시즌 초반에는 불펜진이 흔들렸고, 선발진의 무게감도 2019시즌에 비해 떨어져 있다. 부상자도 많았다. 그러나 동료의 부상과 부진을 다른 선수들이 메웠다. 상황과 컨디션에 따라 최적의 조합을 두는 '화수목' 타순이 두산의 상위권 유지를 이끌고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