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투수 놀음' 상식이 이어질까 깨질까?

    '야구는 투수 놀음' 상식이 이어질까 깨질까?

    [일간스포츠] 입력 2020.07.08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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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한 마운드를 뛰어난 팀 타격으로 상쇄하며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는 NC 다이노스. IS포토

    불안한 마운드를 뛰어난 팀 타격으로 상쇄하며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는 NC 다이노스. IS포토

     
    류중일(57) LG 감독은 "'방망이(타격) 잘 치면 5강, 투수진이 좋으면 우승'이라는 얘기가 있다"고 여러 차례 말해왔다. 류 감독이 삼성 지휘봉을 잡던 시절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4년 연속 통합우승을 일군 2011~2014년, 삼성의 팀 평균자책점(ERA)은 1위-1위-4위-2위였다. ERA 순위가 가장 나빴던 2013년에도 부문 1위 LG(3.72)에 이어 롯데(3.93)-NC(3.96)와 큰 차이가 없는 3.98이었다.

     
    이처럼 '타격'보다 '마운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야구계에서 널리 통용되는 이야기가 있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다'와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어 믿을 게 못 된다'라는 얘기다.

     
    올 시즌은 조금 다른 양상이다. NC와 두산이 이런 통설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5월 중순부터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인 NC는 7일까지 팀 평균자책점 6위(4.70) 3위 두산은 8위(5.18)에 처져 있다. 반면 평균자책점 1~2위는 치열한 중위권 다툼 중인 KIA(4.24) 삼성(4.28)이고, 그다음 키움(4.45)-LG(4.60)가 뒤를 잇는다. 시즌 순위 5위 안에 든 팀 가운데 선두 NC와 디펜딩 챔피언 두산이 평균자책점 5위 내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최근 몇 년간 마운드와 최종 순위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야구는 투수 놀음이다'는 말이 대부분 통한다. 타고투저가 극심한 시즌도 있어 평균자책점만 놓고 단순 비교는 어려운 만큼, ERA 순위를 기준으로 살펴보는 것이 좀 더 이를 반영한다.

     
    2016년, 통합 챔피언 두산은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했고, 포스트시즌 진출팀 가운데 LG만 평균자책점 6위(5.04)로 부문 5위권 밖이었으나 리그 평균(5.17)보단 낮았다. 2017년엔 최종 1~5위 팀이 평균자책점 2~6위에 포진했다. 그해 우승팀 KIA는 평균자책점 5위였지만, 헥터 노에시-양현종을 필두로 한 탄탄한 선발진에 역대급 폭발력을 갖춘 타선을 자랑했고 7월 말 트레이드로 김세현을 영입해 흔들리던 불펜진에 긴급 수혈했다. 2018년은 평균자책점 1위 SK가 우승하는 등 5위 턱걸이로 포스트시즌 막차를 탄 KIA를 제외한 나머지 1~4위 팀은 ERA 1~4위를 형성했다. 지난해엔 ERA 5위 내에 포함된 5개 팀이 모두 가을 야구를 했다.
     
    NC는 선발진과 불펜진의 불균형이 심하다. ERA 2~3위 구창모와 드류 루친스키가 포진한 선발 평균자책점은 3.46으로 1위이나, 불펜은 6.79로 꼴찌다. 두산은 선발진 8위(4.89) 불펜은 7위(5.75)에 그친다. 필승조와 추격조의 차이가 큰 영향도 있다.
     
    대신 마운드의 약점을 타격으로 상쇄한다. NC는 팀 타율 3위(0.293)에 팀 홈런은 부문 2위 KT(65개)보다 14개나 더 많은 79개로 압도적인 1위다. 장타율(0.485)과 OPS(0.847) 득점권 타율 1위(0.321)에 올라 있다. 지난 5일 KIA와 경기에서는 9회 넉 점을 뺏겨 1-6으로 뒤져 패색이 짙었으나, 9회 말 마지막 공격에서 6점을 뽑아 7-6 끝내기 승리를 거두는 힘을 보여줬다. 두산은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을 홈으로 사용해 홈런은 54개로 4위에 그치지만, 타율(0.299)과 출루율(0.370) 1위, 득점권 타율(0.320) 2위다. 장타율은 0.445로 3위다.
     
     
    타격에 비해 마운드의 불안함을 안고 있어 이미 트레이드를 했거나, 관련된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마운드 보강의 필요성을 일찍 절감한 두산은 미래 주전 내야수 류지혁(→KIA)과 귀한 안방자원 이흥련(→SK)을 내주고, 각각 홍건희와 이승진을 데려와 불펜 보강을 시도했다. 창단 첫 우승에 도전하는 NC의 이동욱 감독은 계속되는 트레이드설에 대해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다"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2위 키움은 마운드와 타격이 비교적 가장 조화가 이뤄지는 편이고, LG는 최근 들어 1~3선발과 불펜이 다소 흔들리고 있다. ERA 1~2위 KIA와 삼성은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통설에 따르면 '역전'을 노려볼 수도 있다. 두 팀 모두 타격이 다소 약한 편이나 마운드 전력을 잘 유지하면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은 "결국은 투수 놀음이 될 것이다. 144경기 체제에선 투수력이 절대적이다"고 했다. 다만 2001년 두산 사령탑을 잡던 시절 평균자책점은 8개 팀 중 6위(4.96, 리그 평균 4.71)였지만, 정규시즌 3위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처럼 "상대에게 6점을 줘도 우리가 7점을 내면 이기는 게 야구다. NC나 두산은 마운드가 약하지만, 수비가 뒷받침되고,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 있는 선수들이 많다"라며 "올 시즌 1/3을 치렀지만, SK나 한화를 제외하면 아직 최종 순위를 예상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잠실=이형석 기자 lee.hyeong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