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외인 구인난' 대만 미란다, 그림의 떡인 이유

    [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외인 구인난' 대만 미란다, 그림의 떡인 이유

    [일간스포츠] 입력 2020.07.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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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리그 최고 외인 중 한명으로 꼽히는 중신 브라더스 아리엘 미란다. 사진=중신 브라더스

    대만리그 최고 외인 중 한명으로 꼽히는 중신 브라더스 아리엘 미란다. 사진=중신 브라더스

     
    올해 프로야구는 '대체 외인 구인난'이 극심하다.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확산된 여파가 크다. 미국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가 올스톱 돼 선수 수급 자체가 쉽지 않다. 어렵게 영입을 결정해도 입국 후 2주 자가 격리를 거쳐야 하고 떨어진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려면 추가로 시간이 필요하다. 어깨가 예민할 수 있는 투수 쪽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 2일 투수 닉 킹엄을 퇴출한 SK는 대체 외인 영입을 발표하지 못한 상황이다. 외인 교체를 원하더라도 몇몇 구단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다.
     
    눈길을 돌릴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대만(CPBL)이다. 4개 팀(퉁이·라쿠텐·중신·푸방)으로 운영되는 대만리그는 KBO 리그보다 더 빠르게 시즌이 시작됐다. 국내보다는 한 수 아래의 기량으로 평가받지만 대체 외인 시장으로 활용할 가치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미국 내 프로리그가 모두 멈춘 것과 달리 꾸준히 시즌을 소화 중이다. 계약 후 몸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다. 2주 자가격리만 지나면 즉시 전력으로 경기에 투입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지난해 SK는 푸방에서 뛰던 헨리 소사를 대체 외인으로 데려와 활용하기도 했다.
     
    흥미를 자아내는 선수는 중신 소속 아리엘 미란다(31)이다. 쿠바 출신 왼손 투수인 미란다는 메이저리그 통산(3년) 13승 경력의 소유자다. 마이너리그 통산(3년) 성적은 16승 10패 평균자책점 3.79. 2018년 7월 소프트뱅크와 계약하며 일본리그에서 뛰었다. 그해 8경기에서 6승(1패)을 따내며 평균자책점 1.89로 쾌투했다. 2019년 재계약해 두 번째 시즌을 맞이했지만, 성적 부진(7승 5패 평균자책점 4.19) 여파로 재계약에 실패한 뒤 지난 1월 대만리그로 건너갔다. 당시에도 '대만에서 뛰기엔 아까운 자원'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아리엘 미란다는 구단과 시즌 풀 게런티 계약으로 묶여 있어 적정 수준의 이적료를 주고 영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사진=중신 브라더스

    아리엘 미란다는 구단과 시즌 풀 게런티 계약으로 묶여 있어 적정 수준의 이적료를 주고 영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사진=중신 브라더스

     
    시즌 성적은 5승 5패 평균자책점 4.08이다. 객관적인 지표가 떨어져 보이지만 대만리그는 '타고투저' 기조가 심하다. 미란다는 리그 평균자책점 4위,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1.32로 4위다. 시속 150㎞까지 찍히는 빠른 공에 체인지업 비율이 높은 투 피치 유형이지만 스플리터와 슬라이더도 섞는다. 국내 A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대만에서 잘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왼손에 어느 정도 공을 던질 줄 안다. 대만에선 라이언 카펜터(라쿠텐)와 함께 가장 인상적이다"고 했다. 그러나 영입을 추진하더라도 1년 전 소사처럼 계약이 성사되기 쉽지 않다.
     
    미란다는 현재 중신과 시즌 풀 게런티 계약으로 묶여 있다. 계약 당시 대만 현지에선 인센티브를 제외한 급여가 최소 60만 달러(7억1000만원)라고 밝혔다. 풀 게런티로 묶었다는 건 팀에서 내보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지난해 소사를 데려온 SK처럼 적정 수준의 이적료를 주고 영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대만리그도 선수가 떠나면 충원이 어렵다.
     
    분위기가 달라졌다. 최근 대만리그는 외국인 선수를 뺏기지 않기 위해 A급 자원의 경우 월봉제가 아닌 완전 계약 형태로 묶는다. 푸방에서 SK를 거쳐 다시 푸방으로 돌아간 소사도 올해 풀 게런티 계약을 했다. 미란다도 마찬가지다. A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팀(중신)에서 절대 안 푼다고 하더라. 대만에서 그 정도 연봉이면 많이 주는 건데 풀지 않는다고 하면 방법이 없다. 계약을 원해도 시즌 중반에 데려오는 게 어렵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