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허삼영 삼성 감독의 55경기 54번뇌

    [IS 포커스] 허삼영 삼성 감독의 55경기 54번뇌

    [일간스포츠] 입력 2020.07.09 06:00
    글자크기
    글자크기 키우기 글자크기 줄이기
    2020 프로야구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10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삼성 허삼영 감독이 8회 등판한 오승환의 투구를 지켜보고 있다. 대구=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0.06.10/

    2020 프로야구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10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삼성 허삼영 감독이 8회 등판한 오승환의 투구를 지켜보고 있다. 대구=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0.06.10/



    "오늘 또 바뀝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라인업 설명에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삼성의 타순은 매 경기 바뀌기 때문에 그 배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이 적지 않다.
     
    7일 고척 키움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올 시즌 처음으로 2번 타자로 나서는 최영진에 대한 질의응답이 한동안 이어졌다. 올해 삼성 더그아웃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올 시즌 삼성은 7일까지 55경기를 치렀다. 이 기간 사용한 라인업이 54개. 단연 KBO 리그 최다이다. 개막 후 동일한 타순을 사용한 건 6월 16일과 17일 서울 잠실에서 치른 두산전뿐이었다. 올 시즌 개막 후 37경기를 치르는 동안 같은 라인업 카드를 제출한 적이 아예 없다. 6월 17일 두산전 이후 치른 17경기에서도 라인업이 매번 바뀌었다.
     
    매일 다른 라인업을 쓰겠다고 계획한 건 아니다. 허 감독은 "일주일 정도 라인업을 고정하고 싶다. 하지만 매일 라인업이 바뀐다. 시즌 끝나기 전까지 라인업을 고정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현재 삼성의 상황을 엿볼 수 있는 말이었다. 라인업을 계속 바꿀 수밖에 없는 돌발 변수가 곳곳에서 튀어 나오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부상과 부진이다. 삼성 주전급 선수 대부분이 1군에서 이탈한 이력이 있다. 개막 닷새 만인 5월 10일 주전 외야수 구자욱이 부상자 명단에 등재됐다. 나흘 뒤에는 허벅지 통증을 사유로 외국인 타자 타일러 살라디노가 1군에서 빠졌다.
     
    며칠 뒤에는 옆구리 통증을 느낀 이성규가 2군에 내려갔다. 수비를 하다 타구에 손을 맞은 이원석도 잠시 자리를 비웠다. 내야수 박계범과 포수 강민호는 허리 통증 탓에 1군에서 제외됐다. 김헌곤과 김동엽는 슬럼프에 빠져 2군에 다녀왔다.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 포함된 9명 중 공백이 없었던 타자는 2루수 김상수뿐이다.
     
    2020 프로야구 KBO 리그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2대0으로 승리, 3승을 거둔 선발 원태인 등 선수들을 허삼영 감독이 맞이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0.06.02/

    2020 프로야구 KBO 리그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2대0으로 승리, 3승을 거둔 선발 원태인 등 선수들을 허삼영 감독이 맞이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0.06.02/

     
    허 감독은 내부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1군에서 거의 뛰지 않았던 2군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선수 기용의 폭이 넓어지자, 선수 한둘이 빠지더라도 그 공백을 메울 또 다른 선수가 등장했다. 2014년 1군에 데뷔한 뒤 활약이 거의 없었던 이성곤은 데뷔 7년 만에 첫 홈런을 때려냈다. 외야수 박승규는 다이빙 캐치로 하이라이트에 자주 등장한다. 신인 김지찬은 대수비와 대주자, 심지어 대타로도 활용된다.
     
    가용 자원은 많아졌지만 삼성 라인업은 여전히 미완성이다. 지난달 24일 살라디노가 허리 통증으로 다시 이탈했다. 살라디노는 시즌 4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6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대신 허 감독은 이성곤·이원석·김동엽 등을 번갈아 중심타선에 배치, 살라디노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중이다.
     
    하위 타선의 변동성은 더 크다. 송준석·박승규·김지찬 등을 상황에 맞게 투입한다. 전력분석팀장 출신답게 허 감독은 데이터에 기반한 라인업을 매 경기 새로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허 감독이 라인업을 작성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상대팀 선발 투수다. 7일 키움전에선 최영진을 테이블 세터에 올렸다. 발이 빠르지 않고, 출루율도 낮은 최영진의 2번 배치가 생소하게 느껴졌다. 허 감독은 "최영진의 왼손 투수 상대 타율(0.375)이 우리 팀에서 가장 높다. 상대 선발 투수에게 초반부터 압박을 가하기 위해 전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최영진은 이날 5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 하며 팀 승리를 공헌했다. 최영진은 1번 김상수(5타수 3안타 2득점)와 타선의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삼성 타선은 20안타를 폭발했다.
     
    2020 프로야구 KBO리그 삼성라이온즈와 키움히어로즈의 경기가 10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2회초 2사 1루 김혜성의 안타성 타구를 우익수 박승규가 몸을 날려 잡아내고 있다.  대구=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0.06.10/

    2020 프로야구 KBO리그 삼성라이온즈와 키움히어로즈의 경기가 10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2회초 2사 1루 김혜성의 안타성 타구를 우익수 박승규가 몸을 날려 잡아내고 있다. 대구=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0.06.10/

     
    삼성은 대타 타율이 0.339(62타수 21안타)로 1위다. 리그 평균 0.250을 훌쩍 넘는다. 대수비 기용 횟수는 104회로 리그 4위. 경기 중반에도 다양한 작전으로 변화를 준다. 라인업이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아도, 여러 대안을 찾는다. 허 감독은 "지금 페이스가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팀 승률도, 분위기도 언젠가는 떨어진다. 항상 조심하고 경계한다"고 말했다.
     
    김경기 SPOTV 해설위원은 "개막 후 한 달 정도는 라인업을 자주 바꾸기도 한다. 그러나 삼성처럼 두 달 이상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건 눈여겨 볼만하다. 실험 정신이 강한 것이다. 그만큼 선수를 선입견 없이 바라본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