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IS] ”생존 전쟁” 베일벗은 '반도' 좀비 매드맥스 탄생(종합)

    [리뷰IS] ”생존 전쟁” 베일벗은 '반도' 좀비 매드맥스 탄생(종합)

    [일간스포츠] 입력 2020.07.10 09:09 수정 2020.07.10 09:10
    글자크기
    글자크기 키우기 글자크기 줄이기
     
    'K-좀비'가 끝이 아니다. 한국영화의 장르적 지평을 더 넓혀버린 '반도'다. 

     
    여름 시장의 포문을 여는 영화 '반도(연상호 감독)'가 9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드디어 그 베일을 벗었다. '부산행'에서 탄생한 좀비가 굳건히 지키고 있는 '반도'는 코로나19 시국과 맞물려 관객들에게 1차적 공감과 2차적 감동을 동시에 전할 대규모 블록버스터로 기대를 모은다.
     
    '반도'는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영화다. 점·선·면으로 이어지는 '서울역' '부산행' '반도'를 통해 K-좀비를 하나의 장르로 구축, 일명 '연니버스'를 설계한 연상호 감독은 매 작품마다 착실히, 차근차근 관객들을 푹 빠져들게 만드는 세계관을 구축했고, '반도'로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부산행'이 좀비와 인간의 전면전을 다뤘다면, '반도'는 죽지않는 좀비를 '활용'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남은 인간과 인간의 생존 전쟁을 그린다. 전대미문 재난 후 폐허가 된 반도라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 위로 다채로운 캐릭터들을 쌓아 올렸고, 피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반도로 돌아온 사람들과 좀비보다 더 위함한 존재가 된 사람들이 '탈출'과 마지막 '희망'을 향해 달린다. 
     
    ◇'부산행'과는 확연히 다른
     
     
    '부산행'과 같은 스토리, '부산행'과 같은 분위기를 기대한다면 '반도'는 결이 다른 작품이라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부산행'이 기차 안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을 이용하고, 지금 당장 우리의 현실이라 단번에 받아들일 수 있는 배경으로 공감대를 높였다면, '반도'는 '부산행' 4년 후, '신이 버린 땅'을 바탕으로 한다. 관객 역시 그 땅에 함께 발 붙여야 '반도'의 여정을 따를 수 있다.
     
    이는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 된 '사냥의 시간'이 펼쳐낸 근 미래와 꽤 비슷한 모양새를 띄기도 한다. 다만 '사냥의 시간'은 갑자기 툭 자신들만의 세계관을 설정해 관객들을 설득당할 새 없이 다소 우왕좌왕하게 만들었다면, '반도'는 '부산행'으로 왜 현재의 반도가 탄생했는지 본능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1000만이 열광한 세계관의 힘이다. 
     
    '부산행'의 인기 포인트를 그대로 답습하지도 않는다. '반도'만의 재미를 창조해내는데 성공했다. 특히 지옥같은 변화를 피하지 않고 고스란히 보여주는 '반도'는 인간이 어디까지 미쳐버릴 수 있는지, 동물적 감각만 남은 비참함을 여실히 드러낸다. '숨바꼭질'은 속이 울렁거릴 정도의 불쾌감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그 또한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이라 더 처참하다. 
     
    '반도'의 전반을 움직이는 시퀀스는 카체이싱. 좀비와 격돌하고 인간과 클라이막스를 완성한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대번에 '매드맥스'를 떠오르게 만든다. 먼지 가득한 차량과 캐릭터의 움직임, 속도감 등 '매드맥스'에서 감탄한 '힙한' 매력을 한국영화 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특유의 스토리 흐름도 신파스럽지만 강렬하다.
     
    ◇'감정 잃은' '악에 바친' 캐릭터의 힘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는 날 것 그대로 살아 숨쉰다. 4년 전 반도 탈출에 성공했던 생존자 정석(강동원), 반도 안에서 살아남은 민정(이정현) 가족, 인간성과 이성을 잃어버린 채 오직 본능과 야만성만 남은 631부대가 끈질긴 생명력으로 '반도'를 구성한다. 무려 4년. '빛과 소리'에 민감한 좀비를 다루는데도 도가 튼 이들의 움직임이 '부산행'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반도'만의 재미다.
     
    공유가 부산으로 향할 때, 강동원은 인천으로 차를 몰고 있었다. 그 지점이 '반도'의 시작이다. 국가 재난과 얽혀 개인적으로 큰 사건을 겪은 후 가까스로 반도를 탈출, 홍콩에서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정석은 돈 가방이 담긴 트럭 탈취 제안을 받고 모든 것이 멈춘 반도에 다시 발을 들인다. 러닝타임 내내 목숨 건 사투 속 영화적 액션이 공존한다.
     
    강동원·이정현은 배우라면 누구든 탐낼법한 캐릭터를 잡는 기회를 얻었다. 그러한 캐릭터로 보이게끔 연상호 감독의 세심한 터치가 곳곳에서 빛난다. 강동원은 A부터 Z까지 더 이상 멋질 수 없는 모든 설정을 끌어 안았고, 이정현은 '매드맥스' 퓨리오사 뺨치는 역대급 여성 캐릭터로 모성애까지 담아냈다. 장발을 휘날리며 장총을 들고 뛰어다니는 두 배우의 비주얼이 곧 영화다.
     
    '부산행'의 마동석과 비견될 정도로 미(美)친 활약상을 펼치는 아역 이레의 연기력도 눈부시다. 성인 배우들을 그야말로 씹어 먹는다. 폐허에 완벽 적응 된 두려움 없는 성격과, 속이 뻥 뚫리는 카체이싱을 직접 소화한 이레는 '반도'의 히든카드로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호평을 얻을 전망. 최후의 순간까지 캐릭터의 힘을 잃지 않고 살아있는 눈빛을 내뿜는 배우다.
     
    631부대를 대표하는 구교환과 김민재 역시 반박불가 최상위 빌런의 악랄함을 표출한다. 연상호 감독은 김민재와 구교환을 통해 관객들이 가장 보고 싶어했을, 또 이들이 가장 잘 해낼만한 캐릭터를 알맞게 선물했다. 돌아버린 연기는 눈으로 직접 봐야 설명 가능하다. 정석의 매형으로 분해 숨바꼭질 한복판에 떨어지는 김도윤도 눈에 띄는 보석이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예측을 불허하는 '반도'다. 코로나19 방역에 완벽 대비 중인 현 시국과는 정 반대되는 배경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가 또 하나의 관건. 2020 칸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이자 여름시장 첫 주자로 글로벌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반도'는 15일 국내에서 공식 개봉, 아시아 지역을 비롯해 8월 북미까지 글로벌 개봉을 순차적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