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최지만, 우타석 홈런…”그냥 스윙했는데 홈런”

    '괴짜' 최지만, 우타석 홈런…”그냥 스윙했는데 홈런”

    [일간스포츠] 입력 2020.07.27 14:14 수정 2020.07.2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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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토론토전 6회말 우타석에서 홈런을 친 뒤 기뻐하고 있는 최지만. 연합뉴스 제공

    27일 토론토전 6회말 우타석에서 홈런을 친 뒤 기뻐하고 있는 최지만. 연합뉴스 제공

     
    왼손 타자 최지만(29·탬파베이)이 오른쪽 타석에서 메이저리그(MLB) 첫 홈런을 터뜨렸다. 최지만의 '스위치 히터' 변신은 깜짝 이벤트가 아니라, 구단과 함께 진행한 비밀 프로젝트였다.
     
    최지만은 2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의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홈경기에서 1번 타자·1루수로 출전, 4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이날 때린 단 하나의 안타가 경이로웠다. 최지만은 0-4이던 6회말 선두 타자로 나와 토론토의 두 번째 투수 앤서니 케이를 상대했다. 그는 왼손 투수인 케이에 맞서 오른쪽 타석에 들어섰다. 최지만은 3회말에도 케이를 상대로 우타석에 들어섰다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두 번째 우타석에서 최지만은 초구를 사냥했다. 시속 145㎞짜리 포심 패스트볼을 잡아당겼다. 라인 드라이브 타구는 비행을 멈추지 않고 좌중간 담을 훌쩍 넘어갔다. 비거리 131m 솔로 홈런.
     
    MLB닷컴에 따르면, 최지만의 타구 속도는 시속 177㎞였다. 탬파베이 타자들이 개막전 3경기에서 기록한 타구 속도 중 가장 빨랐다. 이날 처음 우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가장 강한 타구를 날린 것이다. MLB 5년 차인 그는 개인 통산 36개의 홈런을 좌타석에서만 때렸다. 전날까지 MLB 860타석 모두 좌타자 기록이었다.
     
    경기 후 최지만은 "3회초 수비가 길어서 3회말 우타석에 처음으로 들어섰을 땐 몸이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6회말 타석에서 그냥 스윙했더니 공이 담장 너머로 날아갔다"고 말했다. 요란한 세리머니로 유명하고, 최근에는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타석에 들어서는 '괴짜' 최지만은 정작 깜짝 홈런을 날린 뒤에는 담담하게 인터뷰했다.
     
    최지만의 우타석 홈런은 돌발 상황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경기 후 밝혀졌다.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과 함께 비밀리에 준비한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최지만은 마이너리그 시절 가끔 우타석에 들어서기도 했다. 좌타석에서 서면 좌투수에게 약했기 때문이다. 마이너리그에서 54차례 오른손 타석에 들어서 타율 0.296을 기록했다.
     
    최지만은 이달 초 MLB '서머 캠프' 연습경기에서 우타자로 나와 2루타를 때린 적도 있다. 당시 최지만은 "투수의 훈련을 돕기 위해 최지만이 우타자로 나섰을 뿐"이라고 능청스럽게 말했다. 캐시 감독도 "최지만이 정규시즌에서 우타자로 나서는 일은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지만의 스위치 히터 프로젝트는 물밑에서 진행됐다. MLB닷컴의 후안 토리비오 기자의 트위터에 따르면, 캐시 감독은 '서머 캠프'에서 최지만을 스위치 히터로 기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외부에 이를 알리지 않고 깜짝 데뷔전을 준비한 것이다. 
     
    '스위치 히터' 최지만은 앞으로도 상대에게 큰 압박감을 줄 것 같다. 최지만은 2-4이던 9회말 2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토론토 우완 마무리 켄 자일스가 부상 때문에 좌완 브라이언 모란으로 바뀌자 최지만은 우타석에 다시 섰다. 그는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오른쪽 타석에서 두 번째 타점을 기록했다.
     
    탬파베이는 이어진 찬스에서 브랜든 로의 내야 안타로 4-4 동점을 만들었다. 연장 10회 말 승부치기에서 탬파베이는 케빈 키어마이어의 2루타로 2점을 뽑아 6-5 대역전승을 거뒀다. 최지만의 홈런으로 시작한 탬파베이의 반격이 멋진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역전승의 주인공은 단연 최지만이었다. 키어마이어는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을 누군가가 해낸다면 그건 바로 최지만"이라며 '괴짜 타자'에게 공을 돌렸다. 캐시 감독은 "최지만에게 어느 타석에 들어설지를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최지만이 선택하길 바랐다. 지난 5년간 하지 않았던 우타석 타격을 해낸 최지만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최지만은 "스위치 타격에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았다. 우리 팀의 '작은 비밀'을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에겐 알리고 싶지 않았다. 혼자 간직하고 싶었다. 오늘 느낌이 매우 좋았다"고 웃었다.
     
    김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