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절도범 폰서 쏟아진 몰카 사진…경찰 실수에 ”무죄”

    자전거 절도범 폰서 쏟아진 몰카 사진…경찰 실수에 ”무죄”

    [일간스포츠] 입력 2020.07.28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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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폰 관련 이미지. [근로복지공단 대표블로그]

    휴대폰 관련 이미지. [근로복지공단 대표블로그]

    자전거 절도 혐의로 긴급체포된 A씨의 휴대전화에서 다른 여성의 신체를 찍은 촬영물이 다수 나왔다. 이 남성은 절도 및 성폭력특별법(카메라등이용촬영)죄 위반으로 기소됐지만, 절도죄만으로 처벌받게 됐다. 불법 촬영물의 흔적이 있었음에도 처벌은 할 수 없는 상황은 왜 일어나게 된 걸까.

     
     

    자전거 절도범 휴대전화 보니 ‘몰카’

    2019년 A씨는 자신의 집으로 찾아온 경찰관들에게 긴급체포된다. 1년여 넘게 서울과 충남 등에서 25번에 걸쳐 25만~250만원 상당의 자전거를 훔친 혐의였다.  
     
    A씨는 주차된 값비싼 자전거를 사진으로 찍어 ‘중고나라’에 올린 뒤 사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훔쳐 파는 수법을 써왔다. 경찰서로 이동하는 차에서 경찰은 A씨에게 추가 범행이 있는지 물었다. A씨는 “어제 몇 군데 간 곳에서 사진을 찍어놨다”고 털어놨다. 비밀번호를 경찰에게 알려주고 휴대폰을 건넸다.

     
    그런데 경찰이 휴대폰을 훑어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여성들의 다리 부분을 촬영한 동영상 여러개와 A씨의 성관계 동영상 등이 나왔다. 경찰은 A씨에게 이 동영상이 뭔지 물었다. A씨는 “성범죄 관련된 것은 제발 빼달라”고 말했다.
     
    체포 당일 경찰은 A씨의 절도 혐의에 대해서 조사하고, 다음날은 A씨 휴대폰의 여성 신체 동영상 화면을 촬영해 수사보고서에 넣었다. 동영상들을 CD로 복사하기도 했다. 이틀 뒤 두 번째 조사에서는 주로 절도 혐의를 조사한 뒤 휴대폰의 사진과 동영상에 대해 간단한 문답을 했다. A씨는 "성범죄는 빼주기로 하지 않았느냐"는 취지로 물었고, 경찰관은 “당신이 촬영했는지만 물었지 정식으로 조사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긴급체포로부터 5일 뒤 경찰은 A씨의 성범죄 혐의에 대해서도 정식으로 입건했다. 그날 A씨로부터 휴대전화 임의제출확인서를 받고 구체적인 조사를 했다. 이후 A씨 휴대전화는 포렌식 과정을 거쳐 그 결과물이 법정에 증거로도 제출됐다.
     
     

    1심 ‘유죄’→2심 ‘무죄’

    A씨측은 법정에서 ‘사진과 휴대폰의 증거능력’을 다퉜다. A씨는 휴대폰을 임의제출하는 형식으로 제출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 압수와 다를 바가 없는데 따로 영장을 받는 등의 절차가 없었다는 주장을 폈다. A씨측은 “여성들 사진을 수사보고서에 넣는 과정에서 참여권도 보장되지 않았고, 임의제출 확인서를 받을 때도 절도 범행과 관련한 내용만 동의해준 것”이라고 절차를 문제 삼았다.
     
    1심은 A씨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형사소송법 218조는 피의자 등의 물건을 임의로 제출하는 방식으로 법원으로부터 받은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단 임의성이 인정돼야 한다. 1심은 A씨가 휴대폰을 낼 당시 구속된 상태였지만 휴대폰 제출에 대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곤란했다기보다는 스스로 휴대전화를 냈다고 봤다. 절도와 성범죄 모두를 인정받은 A씨는 징역 1년 2월의 형을 받았다.
     
     
    지하철 계단 몰래카메라. [연합뉴스]

    지하철 계단 몰래카메라. [연합뉴스]

     반면 2심은 이를 달리 봤다. 2심은 경찰이 조사 과정에서 A씨 휴대폰의 동영상을 촬영한 사진이나 복사한 동영상을 위법수집증거라고 판단했다. 사진을 수집할 당시는 A씨로부터 휴대폰을 임의로 제출받는다는 확인서를 쓰기 전이었다. A씨 역시 추후 임의제출확인서를 쓰면서도 성범죄 부분에 대한 증거 수집에 동의하지 않았다. 당시 휴대폰 임의제출 뒤 쓴 조서에도 성범죄가 아닌 절도 범행만 압수 이유로 적혀 있었다. 2심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기초로 휴대폰 포렌식이 이뤄졌으므로 포렌식 결과물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A씨의 성범죄를 증명할 증거는 모두 없어진 셈이다. A씨는 항소심에서 성범죄 혐의는 무죄를 받아 징역 1년의 형을 받았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만일 수사기관에서 성범죄 사진을 파악한 즉시 성범죄 혐의에 대한 추가 영장을 받았다면 위법수집증거 논란을 피해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2심을 확정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