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올스타' 에디슨 러셀, KBO리그에 '전기 충격'

    'MLB 올스타' 에디슨 러셀, KBO리그에 '전기 충격'

    [일간스포츠] 입력 2020.08.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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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0일 열린 두산과 키움의 경기. 러셀이 3회말 1타점 좌중간 2루타를 날리고 기타를 치듯 환호하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지난달 30일 열린 두산과 키움의 경기. 러셀이 3회말 1타점 좌중간 2루타를 날리고 기타를 치듯 환호하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메이저리그(MLB) 올스타 유격수 출신 에디슨 러셀(26·키움)이 KBO리그를 강타하고 있다. 강렬한 타격, 안정된 수비, 그리고 침착한 성격까지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화제가 되고 있다.
     
    러셀이 KBO리그를 사로잡기까지 단 4경기면 충분했다. 지난달 28일 두산전부터 지난 1일 삼성전까지 20타수 8안타(타율 0.400)를 때려냈다. 데뷔전에서 두산 라울 알칸타라의 151㎞ 강속구를 받아쳐 첫 안타를 날렸고, 이튿날 두산 유희관의 시속 119㎞ 느린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2루타를 날리기도 했다.
     
    러셀의 타격을 보면 탁월한 운동 능력이 느껴진다. 스트라이드 하는 두 다리에서 팽팽한 탄력이 만들어진다. 긴 공백 탓에 실전 감각이 떨어져 있을 거라는 우려를 한방에 날렸다. 빠른 공과 느린 변화구를 가리지 않은 러셀은 지난달 31일 삼성 벤 라이블리의 커브를 받아쳐 KBO리그 첫 홈런도 터뜨렸다.
     
    러셀은 키움 입단 과정에서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던 선수다. 2012년 MLB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11번)로 오클랜드에 입단한 그는 2015년 시카고 컵스 소속으로 빅리그에 데뷔했다. 2016년 21홈런을 기록하며 올스타전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단숨에 MLB로 도약한 러셀의 전성기는 길지 않았다. 2017년 이후 장타력이 떨어졌다. 당시 가정폭력(키움 구단은 물리적 폭력이 아니라 '문자 폭력'라고 해명)을 저지르는 등 방황하기도 했다. 지난겨울 컵스에서 방출된 그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미국에서 새 구단을 찾지 못했다.
     
    키움은 올해 초 외국인 타자 타일러 모터를 방출한 뒤 6월 말 러셀과의 계약에 성공했다. 지난해 컵스에서 연봉 340만 달러(40억원)를 받았던 러셀을 53만 달러(6억3000만원)에 잡은 것이다. 최근 기량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26세 MLB 특급 선수를 이 조건에 영입한 건 한국과 미국은 물론, 일본 야구 관계자들도 놀랄 일이었다.
     
     
    입국 후 자가격리를 마친 러셀은 퓨처스(2군)리그 2경기에서 5안타를 터뜨렸다. 기록도 좋았지만, 몸 관리와 훈련법 등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매우 진지했다는 후문이다. 손혁 키움 감독은 "2군에서 단 2경기를 뛰는 데도 구체적인 계획이 있더라. 무엇 하나 허투루 하는 게 없다. 경기를 준비하는 걸 보면 다른 선수들도 느끼는 게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1군에 올라온 러셀은 MLB 스타다운 클래스를 보여줬다. 첫 경기부터 유격수를 맡아 안정된 수비를 자랑했다. 동료 내야수들과 손발이 잘 맞았다. MLB에서도 수비만큼은 늘 최고의 평가를 받았던 그는 빠르고 감각적이면서도 안정감 있는 동작으로 키움 내야의 중심을 잡았다.
     
    러셀이 3번 타자로 나서자 키움의 핵타선은 더 강해졌다. 손현 감독은 4번 이정후 뒤를 지켰던 5번 박병호를 지난달 30일 6번으로 이동했다. 5번은 박동원이 맡았다. 타격 부진에 빠진 박병호를 뒤로 빼도 러셀의 합류 덕분에 키움 중심타선은 탄탄했다.
     
    러셀의 합류는 키움 타선에 '메기 효과'를 일으켰다. 러셀에게 유격수를 내주고 3루수로 출전 중인 김하성은 지난 4경기에서 17타수 10안타(타율 0.588, 홈런 2개)를 터뜨렸다. 올 시즌 뒤 MLB 진출을 노리는 김하성에게는 러셀의 합류가 큰 자극이다. 김하성은 "러셀은 경쟁자가 아닌 지원군"이라고 말했다. 키움은 러셀 합류 후 4경기를 모두 이겼다.
     
     
    러셀의 등장은 KBO리그 전체에도 활력과 충격을 주고 있다. 그의 데뷔전 상대였던 두산은 2-3이던 9회초 1사 2·3루에서 김하성을 고의볼넷으로 거르고 러셀과의 승부를 선택했다. 러셀은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이튿날 김태형 두산 감독은 취재진에게 "(앞 타자를 고의볼넷으로 내보낸 것에 대해) 러셀에게 미안하다고 전해달라. (그가 어떤 타자인지) 몰라서 그랬다. 그런데 그런 선수가 왜 한국에 왔느냐"며 웃었다.
     
    "몰라서 그랬다"는 말은 김태형 감독 특유의 유머다. 동시에 '그 정도로 잘할 줄은 몰랐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아직 러셀을 만나지 않은 선수들과 감독들도 큰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 LG 유격수 오지환은 "전부터 러셀을 좋아했다. 그의 데뷔전을 영상으로 봤다. 뭔가 다른 선수"라고 말했다.
     
    김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