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년차' 정우영이 LG 불펜의 버팀목, 숨은 가치 13.9개

    '이제 2년차' 정우영이 LG 불펜의 버팀목, 숨은 가치 13.9개

    [일간스포츠] 입력 2020.08.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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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정우영이 7월 29일 인천에서 열린 SK전 6회 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인천=정시종 기자

    LG 정우영이 7월 29일 인천에서 열린 SK전 6회 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인천=정시종 기자

     
    LG는 선발 투수가 마운드를 내려간 뒤, 마무리 투수까지 이어가는 과정이 쉽지 않다.
     
    유일한 버팀목은 이제 갓 프로 2년 차를 맞은 정우영(21)이다.
     
    정우영은 최근 2경기 연속 2이닝 이상을 던졌다. LG는 7월 29일 SK전에서 정우영에게 2⅓이닝을 맡겼고, 사흘 뒤인 8월 1일 한화전에서 2이닝을 소화시켰다. 투수 분업화가 더욱더 세밀해진 요즘에는, 불펜 투수에게 1이닝만 맡기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정우영은 올해 31번의 등판 중 1⅓이닝 이상의 멀티 이닝 소화가 18차례나 된다. 이런 탓에 '혹사' 이야기도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그런데도 정우영이 2이닝 이상 던질 수 있었던 원동력은 효율적인 투구 수 관리에 있다. 29일 SK전에선 20개, 1일 한화전에서는 22개로 각각 2⅓이닝과 2이닝을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LG 정우영이 7월 29일 인천에서 열린 SK전 6회 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인천=정시종 기자

    LG 정우영이 7월 29일 인천에서 열린 SK전 6회 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인천=정시종 기자

     
    정우영은 올해 31경기에서 40⅓이닝을 던졌다. 선발 등판 없이 불펜으로만 등판한 투수 중 키움 김태훈(41⅔이닝)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아웃 카운트를 잡아냈다.
     
    확실히 투구 수가 적다. 정우영의 이닝당 투구 수는 13.9개(총 562개)다. 1일까지 총 30이닝 이상을 투구한 불펜 투수 17명 중 이닝당 투구 수 최소 1위다. 한 이닝을 투구 수 14개 이하로 막는 유일한 불펜 투수다. 정우영의 다음으로 KT 유원상(28경기 30이닝)이 14.4개로 2위에 올라 있다. 정우영보다 투구 이닝은 적지만 투구 수가 많은 투수도 5명이나 된다. 30이닝 이상 던진 전업 불펜 투수 17명의 이닝당 투구 수를 살펴보면 13.9개에서 19.1개(SK 서진용)로 다양하게 분포한다. 정우영처럼 불펜 투수가 적은 투구 수로 긴 이닝을 막으면 벤치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다만 멀티 이닝을 소화하면 선수에게 체력적으로 부담으로 작용하거나, 부상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다.
     
    LG는 정우영에게 많은 이닝을 맡길 수밖에 없다. 치열한 순위 싸움을 펼치는 와중에, 불펜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서다. 2018년 27세이브를 올린 정찬헌은 선발 투수로 보직 전환했고, 지난해 필승조였던 송은범과 김대현은 너무 부진하다. 필승조로 기대를 모은 김지용은 부상 복귀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이제 막 부상에서 벗어나 마무리 투수로 돌아온 고우석까지 연결이 좀처럼 쉽지 않다. LG의 필승조는 정우영과 진해수뿐이다. 2019년 대졸 1차지명 투수 이정용이 최근 좋은 투구로 필승조 합류 가능성을 선보이고 있다.
     
    '셋업맨' 정우영이 일찍 마운드에 오르는 이유다. 최근 세 차례 등판을 보면 26일 두산전과 29일 SK전은 각각 6회 무사 1·2루 긴박한 상황에서, 1일 한화전은 7-5로 아슬하게 앞선 7회에 등판했다. 특히 26일 두산전은 팀이 1-2로 뒤진 상황에서 등판했다. LG 벤치에선 '더 실점하면 어렵다'고 판단했고, 정우영은 무실점 투구로 팀의 4-3 역전승의 발판을 놓으며 승리 투수가 됐다.
     
    LG 정우영(오른쪽)이 지난 7월 26일 잠실 두산전 6회 말 무사 1, 2루에서 선발 투수 이민호와 교체돼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LG 정우영(오른쪽)이 지난 7월 26일 잠실 두산전 6회 말 무사 1, 2루에서 선발 투수 이민호와 교체돼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10개 구단 사령탑 중 가장 경험이 많은 류중일 LG 감독은 정우영을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 정우영은 올해 2연투가 세 번, 3연투는 전혀 없다. 2연투 때 투구 수는 11개-9개, 20개-8개, 21개-19개였다. 또 7월 29일 SK전에서 정우영이 2⅓이닝 동안 20개의 공을 던지자 다음날(30일)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일찌감치 등판조에서 제외했다. 30일 선발 투수 임찬규가 2사 후 더그아웃에서 몸을 풀자 정우영이 경기 초반부터 '볼 키퍼' 역할을 했다. 류중일 감독은 "투구 이닝보다 투구 수를 참고해 정우영의 등판을 정한다"고 말했다.
     
    정우영의 승승장구 비결은 지저분한 공이다. 사이드암 투수인 그가 던지는 공은 똑바로 날아가지 않는다. 가장 강력한 무기는 우타자 바깥쪽으로 휘는 투심 패스트볼이다. 볼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구속도 빨라 '알고도 못 치는' 공이 됐다. 여기에 최근에는 슬라이더로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정우영은 1일까지 총 31경기에 등판해 2승 1패 7홀드 5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2.90이다. LG 선수로는 22년 만에 신인상을 받은 지난해 성적(56경기, 4승 6패 16홀드 평균자책점 3.72)보다 더 좋다. 지난해 이맘때엔 어깨 염증으로 한 달간 자리를 비웠지만 올 시즌은 아픈 적이 없다. 이번 시즌은 고우석이 부상으로 빠진 기간 마무리로 호투했다. 최근에는 셋업맨으로 돌아와 허리진을 완벽하게 지탱한 덕분에, 흔들리던 LG 불펜이 안정감을 찾고 있다.
     
    LG 정우영에게 '2년 차 징크스'는 없다. 오히려 리그 최정상급 구원 투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잠실=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