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여전히 새 얼굴을 향한 기대감이 생기는 팀

    두산, 여전히 새 얼굴을 향한 기대감이 생기는 팀

    [일간스포츠] 입력 2020.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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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NC의 경기. 연장 12회초 무사 1루에서 두산 박건우의 좌중간 펜스를 맞히는 2루타 때 1루주자 최용제가 홈으로 뛰어들어 NC 포수 양의지의 태그를 피하며 득점에 성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 2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NC의 경기. 연장 12회초 무사 1루에서 두산 박건우의 좌중간 펜스를 맞히는 2루타 때 1루주자 최용제가 홈으로 뛰어들어 NC 포수 양의지의 태그를 피하며 득점에 성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두산이 NC 상대 시즌 위닝 시리즈를 거둔 지난 주말 창원 3연전. 두산의 무명 포수 최용제(29)가 반짝반짝 빛났다.
     
    2일 열린 3차전 연장 12회초 그의 재치 있는 주루가 돋보였다. 선두타자 안타를 치고 출루한 최용제는 박건우의 좌중간 2루타 때 홈으로 쇄도했다. NC 야수진의 중계 플레이는 기민했고, 포수 양의지가 공을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최용제는 슬라이딩을 하지 않았다. 선 채로 제동을 걸었다. 
     
    태그를 하려던 포수는 중심을 잃었고, 최용제는 태그를 피해 홈플레이트를 발로 밟아 득점을 이끌어냈다. 4-4 균형이 깨졌고, 기세가 오른 두산은 2점을 추가하며 7-4로 이겼다. 
     
    1일 2차전에서는 두 차례 동점 상황에서 좋은 타격을 했다. 4-4이던 8회초 2사 1·2루에서 NC 셋업맨 배재환의 시속 130㎞ 초구 슬라이더를 공략해 좌중간 2타점 적시 3루타를 쳤다. 8-8이었던 10회초 무사 1·2루에서는 NC 마무리 투수 원종현을 상대로 침착하게 희생번트를 성공하며 득점 발판을 만들었다.  
     
    두산은 키움과의 주중 2경기에서 연패를 당했다. 새 외국인 타자 에디슨 러셀의 합류 효과를 막지 못했다. 지난달 31일 NC와의 첫 경기에서는 3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8회말 6점을 내주며 대역전패를 당했다. 나쁜 흐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두산 더그아웃은 무명 선수의 활약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결국 두산은 뒷심을 발휘하며 1·2차전 모두 재역전승에 성공했다.
     
    지난해부터 두산 안방은 박세혁의 차지다. 베테랑 정상호가 박세혁을 백업하고, 두 선수의 컨디션이 떨어지면 프로 8년생 장승현이 투입됐다. 최용제는 1군 전력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두산 포수 최용제(왼쪽 두 번째)가 6월 19일 잠실 LG전에서 동료들과 팀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두산 제공

    두산 포수 최용제(왼쪽 두 번째)가 6월 19일 잠실 LG전에서 동료들과 팀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두산 제공

     
    그러나 '제4의 옵션'에게도 기회가 왔다. 박세혁이 오른쪽 무릎 통증으로 고생하는 동안, 장승현은 컨디션 난조로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퓨처스(2군)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인 최용제를 콜업했다. 김태형 감독은 1일 NC전에서 6회초 공격을 승부처로 보고 정상호의 타석 때 박세혁을 대타로 기용했다. 최용제는 6회말 수비에 나섰고, 이후 두 타석에서 값진 활약을 펼쳤다.
     
    최용제는 이전까지 1군에 고작 6경기만 뛴 선수다. 올해도 대수비로만 나섰고, 타석에는 한 번도 들어서지 못했다. 2020시즌 첫 타석에서 귀중한 3루타를 날린 것이다.
     
    최용제는 경기 뒤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말을 잇지 못했다. 소감을 묻는 평범한 질문을 받은 순간이 그에게는 평범하지 않았다. 최용제는 2014년 육성 선수로 두산에 입단, 2016년 정식 선수가 됐다. 두산의 탄탄한 포수진을 비집고 들어갈 수 없었다. 길고 긴 2군 생활을 해온 그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그래서 인터뷰를 할 때 여러 감정이 교차한 듯 보였다.
     
    올 시즌 두산은 '디펜딩챔피언'의 위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불펜은 내내 불안하고, 부상 선수들은 끊이지 않고 나온다. 주요 선수들이 빠지자, 몇몇 선수를 서브 포지션으로 이동했다. 공격력 저하를 막기 위해서였지만, 이로 인해 두산의 강점인 내야 수비가 헐거워졌다.
     
    주전의 위기는 곧 백업의 기회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두산 새 얼굴들이 기회를 얻고 있다. 5선발 이용찬이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하자 오른손 투수 박종기가 활약했다. 불펜 투수들이 대체 선발로 나서는 동안 올해 데뷔한 우완 채지선이 불펜에 합류했다. 박세혁이 부상을 이겨낼 때까지, 최용제의 출전 기회가 늘어날 전망이다.
     
    '화수분 야구'로 표현되는 두산의 선수층이 예전처럼 두껍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도 다른 팀에 비하면 두산의 '뎁스(depth)'는 여전히 다른 팀들의 부러움을 살 만하다. 이번에는 최용제가 그걸 보여줬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