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식의 엔드게임] 동네북이 된 롯데의 '밀집 응원'

    [김식의 엔드게임] 동네북이 된 롯데의 '밀집 응원'

    [일간스포츠] 입력 2020.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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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에서 1루측에 밀집한 관중들이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달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에서 1루측에 밀집한 관중들이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메이저리그(MLB) 요에니스 세스페데스(35·뉴욕 메츠)는 3일(한국시간) 애틀랜타와의 원정경기가 열린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트루이스트파크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의 '무단 결근' 이유는 에이전트를 통해 밝혀졌다. 세스페데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올해 계약을 포기하겠다고 알려왔다.
     
    MLB는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멈추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달 말 개막(팀당 60경기의 단축 시즌)했다. 데이비드 프라이스(LA 다저스) 등의 선수들이 시즌 전 불참을 선언한 경우는 있었지만, 시즌 중 팀을 이탈하는 선수가 나올 만큼 상황이 악화했다.
     
    화근은 마이애미 선수들이었다. 지난달 말 마이애미 일부 선수들이 호텔 바에 모이거나, 외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람들과의 밀접 접촉을 주의하라는 MLB 사무국의 코로나19 매뉴얼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이로 인해 MLB는 개막 열흘 만에 17경기를 취소했다. 그런데도 롭 만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시즌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계속 밝히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NPB)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3월 후지나미 신타로(한신) 등이 코로나19 양상 반응을 보여 시범경기를 중단한 NPB는 지난달 19일 어렵게 정규시즌을 개막했다. 지난 1일 하세가와 유야(소프트뱅크)가 확진 판정을 받아, 2일 후쿠오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소프트뱅크-세이부전이 취소됐다.
     
    인간과 코로나19의 전쟁은 반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2020년은 바이러스의 공격에 속수무책이다.
     
    현재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 완전 봉쇄(lock down) 또는 적극적인 방역뿐이다. 한국 방역당국은 후자를 택했다. 의료진의 헌신, 디지털 인프라, 시민의 협조가 유기적으로 작동했다. 덕분에 한국은 바이러스와 대치하면서도 상당 수준의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진 못했지만, '뉴 노멀'을 만들어가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프로스포츠 관중입장 결정 이후 처음으로 관중석의 10% 규모로 입장을 시작한 프로야구팬들이 개막 후 3개월 만에 야구장을 찾았다. 지난달 2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LG트윈스와 두산 베어스 경기를 찾은 야구팬이 발열체크와 QR코드 확인을 하며 입장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프로스포츠 관중입장 결정 이후 처음으로 관중석의 10% 규모로 입장을 시작한 프로야구팬들이 개막 후 3개월 만에 야구장을 찾았다. 지난달 2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LG트윈스와 두산 베어스 경기를 찾은 야구팬이 발열체크와 QR코드 확인을 하며 입장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KBO리그와 K리그는 그 상징이다. KBO리그는 5월 5일 무관중으로 개막해 정규시즌(팀당 144경기)의 반환점을 돌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는 관중(경기장 수용인원의 10% 이내)도 받고 있다. 미국·일본 사례를 보면 기적과 같은 일이다.
     
    KBO 사무국과 각 구단은 5월 개막부터 관중 입장을 준비했다. 전체 수입의 40%를 차지하는 입장관련 수입 없이 시즌을 치르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방역당국과 문화체육관광부는 관중 입장을 허락하지 않았다. 5월 중순 '이태원발 코로나19' 확산으로 지역감염 우려가 커져서였다. 당시 방역당국은 "프로야구에 관중이 입장하면, 시민들이 우리 사회가 정상으로 돌아갔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적으로 당시 방역당국의 조치가 과도하다고 생각했다. 야구 관람은 대부분 야외에서 이뤄진다. 관중이 마스크를 쓰고, 띄어 앉기를 하면 실내공간보다 더 안전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지난 3월부터 KBO 사무국은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을 촘촘하게 만들었다. 리그 구성원들은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했다.
     
    지난달 2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에서 안전요원이 피켓을 들고 팬들에게 안내 사항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달 2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에서 안전요원이 피켓을 들고 팬들에게 안내 사항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달 28일 부산 사직구장 관중석의 모습은 그동안 리그 구성원들의 노력을 수포가 되게 만들 뻔했다. 이날 처음 홈 관중(981명·수용인원의 4%)을 받은 롯데 구단은 3루측 좌석을 비워놓고, 1루측 가장 비싼 좌석(익사이팅존)에 팬들을 몰아넣었다.
     
    팬들은 사방으로 좌석 한 칸씩 띄어 앉았다. 옆 사람과는 50㎝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일행끼리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도 보였다. 방역 당국이 최소한으로 당부한 1m 거리 두기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롯데 구단 안전요원들은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않았다.
     
    TV를 통해 이 모습을 본 방역당국은 물론 KBO리그 관계자들도 충격에 빠졌다. 지난달 26일 맨 먼저 관중석을 연 구단들은 두세 칸 이상씩 띄어 관중석을 최대한 넓게 썼다. 전례가 있는 데도 롯데는 자발적으로 관중의 밀집 상황을 만들었다. 롯데는 KBO의 지침(한 칸 이상 띄어 앉기-1m 이상 간격 유지)을 어긴 건 아니라고 항변했다.
     
    이 같은 결정 과정을 알고 싶었다. 평소 프로세스를 강조하는 성민규 롯데 단장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는지 궁금했다. 롯데 구단은 "단장님은 결재라인에 없었다. 실무진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KBO 관계자는 "구장별로 좌석 배치까지 정한 건 아니다. 3월부터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을 꾸려 만든 매뉴얼에 따르면, 한 칸씩 띄어 앉기는 관중 50%가 입장했을 때를 가정한 배치"라고 설명했다. TF의 자문위원인 전병율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한 방송에 출연해 "사직구장 좌석 배치는 (롯데 구단이) 매뉴얼을 잘못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의 '밀집 응원'에 대해 지난달 30일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프로 스포츠의 관중 입장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었는데,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다. 이런 일이 또 발생하면 관중 입장을 확대하는 게 아니라 10% 입장 허용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기간이 나서 특정 구단을 압박할 만큼, 심각한 사안이었다. 3개월 동안 준비해 어렵게 열린 야구장 출입문을 다시 닫을 수 있다는 말까지 들었다. 단순 사고가 아니라, KBO리그 전체의 위기로 확산한 것이다.
     
     
    방역당국의 우려가 여전히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미국·일본과 달리 KBO리그 팀에서는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그럴수록 사직구장의 '밀집 응원'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선수나 관중의 일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방역의 주체여야 할 구단이 위험한 의사결정을 한 것이 다른 리그와 다르다. 롯데에게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이유다.
     
    지금까지 코로나19는 인간의 방심을 파고들었다. 야외 캠핑장에서 10명의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지난 주말 밝혀졌다. 이들과 서울 커피숍 확진자들과의 연결고리가 확인됐다.
     
    야구장 야외 관중석이 안전하다고 말하기는 이젠 어려워졌다. 현재의 일상이라도 유지하고 싶다면, 방역수칙을 지키는 게 유일한 길이다. 매뉴얼을 따른다 해도 코로나19는 인간의 약점을 찾아낼지 모른다. 사직구장 관중석은 스스로 위험에 노출됐고, 이 장면이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롯데의 '밀집 응원'은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문체부와 KBO가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다. 
     
    김식 스포츠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