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22.4도까지 올라간 노진혁의 스윙, 장타가 터진다

    [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22.4도까지 올라간 노진혁의 스윙, 장타가 터진다

    [일간스포츠] 입력 2020.08.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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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5회초 무사 1,3루 상황에서 NC 노진혁이 3점 홈런을 치고 있다.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5회초 무사 1,3루 상황에서 NC 노진혁이 3점 홈런을 치고 있다.

     
    노진혁(31·NC)은 2018년 11월 이호준 1군 타격 코치에게 한 가지를 부탁했다. 일본 요미우리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고 NC에 합류한 이 코치에게 "어퍼 스윙 형태의 타격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퍼 스윙(upper swing)은 타격할 때 배트를 밑에서 위로 올려치는 방법을 얘기한다. 다운 스윙의 반대 개념이다.
     
    이 코치는 "선수가 자신의 타격을 만들어 와서 이야기했다. 손목 힘이 워낙 좋아 충분히 통할 것으로 생각해 그렇게 하자고 했다"고 회상했다.
     
    노진혁은 성균관대 시절 팀의 중심타자였다. 졸업반이었던 2011년 전국대학야구 하계리그 타점왕에 올랐다. 같은 해 열린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에선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수훈상을 받았다. 잠재력을 인정받은 그는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NC 유니폼을 입었다. 전체 20순위. 대졸 내야수 중에선 14순위에 호명된 신본기(롯데)에 이어 두 번째로 지명이 빨랐다.
     
    그러나 기대했던 모습이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타석에서의 생산성이 떨어졌다. 백업을 전전하다 2015년 12월 상무야구단(상무)에서 군복무를 시작했다. 노진혁 야구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 상무에서 주전으로 뛰며 그는 하고 싶은 스윙을 했다.
     
    노진혁은 "박치왕 상무 감독님께서 경기를 많이 뛰게 해주셨다. 덕분에 타격에 자신감을 많이 키울 수 있었다"고 했다. 프로 입단 후 그는 '찍어 치는' 타격에 몰두했다. '짧게 쳐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 그럴수록 슬럼프에 빠졌다. 상무를 거치면서 스윙에 변화가 생겼다. 대학 시절 익숙했던 어퍼 스윙을 장착했다.
     
    6일 대전 한화전에서 7회초 역전 스리런 홈런을 터트린 노진혁. NC 제공

    6일 대전 한화전에서 7회초 역전 스리런 홈런을 터트린 노진혁. NC 제공

     
    결과는 드라마틱했다. 2017년 9월 전역한 노진혁은 2018년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11개)을 때려냈다. 타율도 0.283로 준수했다. 이호준 코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2019시즌엔 홈런이 13개로 늘었다. 장타율은 커리어 하이인 0.454였다. KBO 공식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노진혁의 타구 발사각은 2018시즌 15.5도에서 2019시즌 20.6도로 크게 상승했다. 타구 스피드도 134.8㎞/h에서 136.2㎞/h로 빨라졌다.
     
    올 시즌 그의 타구 발사각은 22.4도(4일 기준)로 더 올라갔다. A구단 전력 분석 관계자는 "현대야구에서 홈런타자들의 발사각은 25~35도 선을 유지한다. (2년 사이) 15도에서 22도로 올라갔다면, 이상적인 타구 각도에 근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진혁은 지난달 28일 사직 롯데전에선 만루 홈런으로 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65경기에서 12개를 때렸으니 데뷔 첫 20홈런 달성이 가능해 보인다.
     
    2008년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에 데뷔한 다니엘 머피(현 콜로라도)는 한 시즌 최다 홈런이 14개였다. 2016년에는 무려 25개의 홈런을 터트렸다. 지역 유력 언론 덴버 포스트에 따르면, 머피는 11.1도였던 타구 발사각을 16.6도까지 끌어올리면서 플라이볼 타자가 됐다. 발사각이 높이지고, 일정 수준의 타구 스피드가 더해지면 홈런이 늘어날 수 있다.
     
     
    2018년 노진혁의 땅볼/뜬공 비율은 1.05이었다. 뜬공보다 땅볼이 더 많았다. 2019년에는 0.86, 올 시즌에는 0.82로 뜬공의 비율이 높아졌다. 장타 생산이 부쩍 늘어서 장타율 5할을 처음으로 넘겼다.

     
    어퍼 스윙이 무조건 홈런 생산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잘 맞지 않으면 오히려 타격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 그러나 노진혁에겐 어퍼 스윙은 '맞춤옷'에 가깝다.
     
    NC 데이터팀 관계자는 "노진혁은 자신감을 갖고 자신만의 스윙을 한다. 폴로 스루도 끝까지 하고 있다. 덕분에 힘이 마지막 순간까지 전달돼 장타 생산력이 좋아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호준 코치도 "노진혁은 그냥 크게 스윙하는 게 아니다. 어퍼 스윙으로 자신만의 각도를 만들면서 파워을 실어 타격한다. 지난해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홈런이 더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