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번째 페이지를 넘기는 역사와 전통의 대통령배

    54번째 페이지를 넘기는 역사와 전통의 대통령배

    [일간스포츠] 입력 2020.08.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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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제53회 대통령배 고교야구 결승전에서 충암고를 꺾고 우승한 대구고 선수단이 환호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제53회 대통령배 고교야구 결승전에서 충암고를 꺾고 우승한 대구고 선수단이 환호하고 있다. 중앙포토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막을 올린다.
     
    13일 개막하는 제54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는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고교야구의 심장이다. 1967년 4월 25일 서울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제1회 대회는 박정희 대통령이 시구하며 전국적인 관심 속에 첫발을 내디뎠다. 매년 땀과 눈물이 뒤섞인 명승부를 연출하며 한국프로야구를 책임질 예비 스타들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았다.  
     
    초대 대회 챔피언은 서영무 감독이 이끈 경북고였다. 당시 결승에서 한 수 위로 평가받던 선린상고를 3-0으로 꺾었다. 외야수 조창수, 유격수 강문길이 이끈 타선의 짜임새에 '불세출 투수' 임신근의 활약이 더해졌다. 1969년 3회 대회 우승에 실패한 경북고는 1970년부터 3연패를 달성했고 1974년 8회 대회에서 또 한 번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6회 우승은 광주일과, 부산고와 함께 역대 타이이다.
     
    경북고의 독주가 끝난 뒤에는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1975년 9회 대회에선 광주일고 김윤환이 투수 성낙수가 버틴 '거함' 경북고와 결승에서 고교야구 역사상 첫 3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며 팀 우승과 MVP를 모두 손에 넣었다. 이후 군산상고(1976)·공주고(1977)·부산고(1978)·선린상고(1979)까지 매년 대회 우승팀이 바뀌며 혼전이 거듭됐다. 1980년 14회 대회에선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이 이끈 광주일고가 결승에서 광주상고를 꺾고 역대 두 번째 우승에 성공했다.  
     
    대통령배의 명성은 2000년대에도 이어졌다. 1999~2000년에는 부산고를 연속 우승으로 이끌며 추신수(현 텍사스)가 2년 연속 MVP를 수상했다. 2001년 35회 대회에선 고교 특급 투수 김진우가 이끈 진흥고가 성남서고를 제압하고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진흥고는 2012년 46회 대회에서 하영민(현 키움)을 앞세워 창단 두 번째 대통령배 트로피를 가져갔다. 2017년 51회 대회에선 강백호(현 KT)가 괴물 같은 활약을 펼치며 서울고의 역대 네 번째 우승을 이끌었다. 2008~09년에는 덕수고, 2018년과 지난 시즌엔 대구고가 2연패를 달성했다.  
     
    대회를 통해 배출된 스타도 셀 수 없이 많다. 초대 대회 MVP를 차지한 경북고 왼손 투수 임신근은 1968년 2회 대회에서도 MVP에 오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1976년 10회 대회는 대구상고 배터리가 야구팬을 열광시켰다. 투수 김시진과 포수 이만수가 그 주인공. 두 선수는 군산상고와 결승전에서 웃지 못했다. 9회 수비에서 김시진은 김종윤에게 3루타를 맞았고, 이어진 상황에서 스퀴즈 번트를 의식해 볼을 뺐지만 이만수가 잡지 못하며 결승점을 내줬다. 눈물의 경험을 쌓은 김시진은 프로에서 통산 124승을 거두며 에이스 계보에 이름을 올렸고, 이만수는 프로 1호 홈런을 치며 역사의 순간에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부산고 시절 투수 추신수의 모습. 중앙포토

    부산고 시절 투수 추신수의 모습. 중앙포토

     
    현역 선수 중에서 대통령배 출신 최고 스타는 메이저리거 추신수(현 텍사스)다. 1999년 33회, 2000년 34회 대회 부산고 2연패를 이끌었다. 투수로 활약했지만, 미국 무대 진출 뒤에는 타자로 성공했다. 2020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KBO리그 통산 최다 안타 기록 보유자 박용택(LG)은 1996년 30회 대회에서 휘문고의 우승을 이끌며 MVP가 됐다. 현재 LG 선발 투수 임찬규와 NC 주전 2루수 박민우는 2010년 44회 대회 휘문고 우승을 이끌었다. 2017년 51회 대회는 강백호(KT)가 서울고를 우승으로 이끌며 MVP가 됐다. 그는 2018시즌 KBO리그 신인상을 받았다.  
     
    과연 올해 대통령배에선 어떤 스토리가 쓰일까.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54번째 페이지가 열린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