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회 분리 놓고 등 돌린 문체부-체육회…갈등 국면 언제까지

    체육회 분리 놓고 등 돌린 문체부-체육회…갈등 국면 언제까지

    [연합] 입력 2020.09.1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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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체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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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스포츠 인권과 대한체육회(KSOC)-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분리 논의로 촉발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대한체육회의 갈등이 고조하는 모양새다.

    11일 체육계와 문체부에 따르면, 문체부는 다음 주 두 차례 회의를 열어 스포츠 인권 의견을 수렴한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17개 시도체육회장 모임을 16일 주재하고 지난달 출범한 스포츠윤리센터의 인권 보호 방안을 소개한다.

    최윤희 문체부 2차관은 올림픽 정식 종목 단체장들을 사흘에 걸쳐 만나 선수 인권 관련 개선 의견을 듣는다.

    문체부의 한 관계자는 "철인 3종 유망주 고(故) 최숙현 선수의 사건 이후 지금도 터져 나오는 스포츠 인권 문제를 이번에는 확실하게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자 마련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7월 회원 종목 단체 부회장단과 인권 관련 의견을 나눈 만큼 이번에는 종목 단체 회장에게 직접 참석해달라고 요청했다.

    스포츠계의 해묵은 (성)폭력·인권 침해 문제를 이번만큼을 반드시 바로잡겠다는 정부의 노력에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낸다.

    다만, 종목 단체와 시도체육회의 상위 기관인 대한체육회와 보조를 맞추지 않고 문체부가 독자로 나선 모습에 '체육회 패싱' 논란이 일고 있다.

    문체부는 모임 관련 공문을 체육회에는 보내지 않고, 종목 단체와 시도체육회에만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미우나 고우나 체육회는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을 총괄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체육 기구다.

    문체부는 체육회에 예산을 주고, 운영을 관리·감독하는 상급 단체다.

    손잡고 한 길을 가야 하는 문체부와 체육회가 최대 현안인 스포츠 인권 개선 방안을 두고 따로 노는 모양새가 보기 좋을 순 없다.

    이를 두고 양측의 갈등 수위가 임계점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체부는 지난달 말 '철인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사건' 특별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지도자와 선배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던 최숙현 선수가 대한체육회 등 체육 단체의 안일하고 소극적인 대응과 부실 조사로 적시에 필요한 구제를 받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 총체적 관리 부실의 책임을 물어 대한체육회장에게 엄중 경고하고 체육회 사무총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이에 체육회는 고 최숙현 선수 사건의 책임을 인정하고 통렬하게 반성한다면서도 체육회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총장 해임 요구는 지나치다고 맞섰다.

    체육회는 문체부 감사실에 감사 결과에 대한 이의를 신청할 예정이다.

    체육회 회장 선거 정관 개정 승인과 체육회-KOC 분리 권고를 두고도 두 단체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린다.

    체육회는 지난 4월 이기흥 현 체육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직을 유지하면서 내년 1월 체육회장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할 수 있도록 '선거 90일 전 사퇴 대신 직무 정지'를 뼈대로 한 회장 선거 정관 개정을 결의하고 문체부에 승인을 요청했다.

    문체부는 정관 개정 승인을 미룬 채 스포츠혁신위원회 권고 사항 이행을 들어 체육회-KOC 분리에 군불을 때고 있다.

    체육인들은 정관 승인 지연의 배후에 이 회장의 연임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일부 정치권 인사들의 압력이 있다고 추정한다.

    급기야 체육회 대의원들은 신문 광고로 체육회-KOC 분리 반대 결의문을 발표하고 단체의 기능 분리가 스포츠 (성)폭력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없고, 국가 체육 정책의 불안감과 불신감을 증폭해 체육인들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오랜 반목과 소모적인 논쟁을 거쳐 2009년 전격 통합한 체육회와 KOC를 불과 11년 만에 다시 분리하는 것은 정부가 주도한 체육 단체 통합 정책에 배치된다는 뜻이다.

    체육회 노동조합도 10일 성명을 내고 스포츠 인권 향상과는 관계도 없는 대책에 휘둘려 체육계 분열을 조장하지 말라고 정부를 향해 날을 세웠다.

    체육회 노조는 현재 체육계 문제가 '비정상적인 공교육과 입시 제도', '비정규직 체육인 양산'에서 비롯됐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개혁 방안을 제시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어 KOC를 체육회에서 분리하고, 국가대표 등 우수 선수 경기력 제고 업무를 스포츠정책과학원으로 이양하라는 스포츠혁신위의 권고는 이해도 안 되고, 그저 현 상황을 틈타 잿밥을 챙기려는 의도로밖에 안 보인다고 반박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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