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은 길지 않다…다시 작동하는 키움의 '타격 기계'

    부진은 길지 않다…다시 작동하는 키움의 '타격 기계'

    [일간스포츠] 입력 2020.09.16 06:00
    글자크기
    글자크기 키우기 글자크기 줄이기
     
    멈춘 듯했던 '타격 기계'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정후(22·키움)는 이달 초 타격 슬럼프에 빠졌다. 9월 첫 9경기 타율이 0.147(34타수 5안타)에 불과했다. 5월 시즌 개막 후 8월까지 0.347였던 시즌 타율이 0.331까지 떨어졌다.
     
    생소한 장면이었다. 이정후는 5월과 6월에 각각 월간 타율 0.359, 0.381로 고감도 타격감을 자랑했다. 약간 부침을 보인 7월 타율도 0.319였다. 8월에는 0.330으로 컨디션이 좋았다. "배트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을 칠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이정후의 정확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는 기복 없는 플레이로 키움 타선의 중심을 잡았다. 호세 페르난데스(두산), 멜 로하스 주니어(KT)와 '시즌 200안타 선점 경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9월 초 이정후의 갑작스러운 부진이 낯설게 느껴진 이유다.
     
    그의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 11일 잠실 LG전에서 5타수 3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19일 만에 한 경기 3안타를 때려내며 존재감을 보였다. 이정후는 "그동안 너무 생각이 많았다. 과거 잘 맞았을 때만 생각했다. '초반에는 잘 맞았는데, 지금 왜 안 맞지'라는 생각만 하고 있더라. 그렇게 하다 보니 계속 못 쳤다"며 자신을 돌아봤다.
     
    부담을 내려놓은 덕분일까. 12일 고척 두산전에서 이정후는 3타수 2안타를 때리며 연속 경기 멀티히트에 성공했다. 연속 경기 멀티히트는 8월 5일 이후 처음이었다. 타석에서 빈틈을 보여주지 않으며 투수를 압박했다. 유인구는 커트하고, 결정구를 받아치는 '타격 기계'의 모습을 보였다.
     
    이정후는 잠시 찾아온 부진을 뒤로하고 지난 11일 LG전 부터 3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뽑아냈다. 키움 제공

    이정후는 잠시 찾아온 부진을 뒤로하고 지난 11일 LG전 부터 3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뽑아냈다. 키움 제공

     
    이정후를 향한 손혁 키움 감독의 신뢰는 엄청나다. 최근 4번 타자로 중용하고 있다. 지난 5일 고척 KT전부터 8경기 연속 이정후를 4번에 배치했다. 지난달 26일 박병호가 손등 미세 골절을 이유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자 손혁 감독은 여러 선수를 4번 타순에 올려 테스트 했다. 허정협·에디슨 러셀·김웅빈 등이 기회를 받았지만 모두 기대를 밑돌았다. 결국 상위 타선에서 제몫을 했던 이정후의 타순을 4번으로 조정했다.
     
    13일 고척 두산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전 손혁 감독은 "시즌을 치르다 보면 좋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평소보다 안 좋은 기간이 길어지니 그 얘기(슬럼프)가 나왔던 것 같다. 이정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다. 기술적인 문제보다 (부진이) 길어지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지금은 밝아졌다"며 "그동안 중심타순에서 좋은 역할을 해줬기 때문에 (몇 경기 잘하지 못했을 때) 부진이 더 크게 보였을 것"이라며 옹호했다.
     
    이정후는 손혁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13일 1회 말 1사 1·2루에서 좌전 안타로 타점을 올렸다. 3회 말에는 중전 안타, 1-3으로 뒤진 5회 말에는 동점 2타점 적시타까지 날렸다. 6타수 3안타 3타점. 경기가 연장 12회 무승부로 끝났지만, 이정후는 3경기 연속 멀티 히트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 기간 타율이 무려 0.571(14타수 8안타)에 이르렀다.
     
    이정후는 짧은 부진을 말끔하게 씻어냈다. 그는 우리가 알던 '타격 기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