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강철 감독의 이유있는 모험

    ”우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강철 감독의 이유있는 모험

    [일간스포츠] 입력 2020.09.18 06:00
    글자크기
    글자크기 키우기 글자크기 줄이기
     
    KT가 공격 선봉장을 교체했다. 이강철(54) KT 감독은 현재 전력 정비와 미래 대비를 모두 고려했다. 

     
    이강철 감독은 16일 수원 삼성전에서 6번 타자로 나서던 외야수 배정대(25)를 1번 타자로 내세웠다. 원래 조용호(31)가 맡던 타순이다. 이 감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배정대가 1번 타자를 맡는 게 바람직하다. 남은 시즌 1번에 고정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배정대는 올 시즌 급성장한 선수다. 107경기에서 타율 0.306·12홈런·17도루를 기록했다. 2014년 2차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LG의 지명을 받은 유망주다. 신생팀 특별 지명으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2019년까지 백업 선수였다. 2020 스프링캠프에서 타격 능력이 향상됐고, 주축 타자 강백호가 외야수에서 1루수로 전환하며 주전으로 올라섰다. 시즌 내내 기복 없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1번 타자 주임무는 출루다. 콘택트 능력이 좋은 타자가 주로 포진된다. 선구안과 주력도 요구된다. 요구되는 역할과 성향이 명확하다 보니, 적응도 필요한 타순이다. KT는 한 차례 실패했다. 타격 능력이 좋아진 심우준을 2020시즌 1번 타자로 낙점했지만, 선수가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부진했다. 결국 9번 타자로 내렸다
     
    결단 배경은 두 가지다. 일단 조용호의 몸 상태도 고려했다. 그는 고관절 통증을 안고 있다. 출전 관리를 해줬지만, 개막 초반보다 경기력이 떨어졌다. 처음으로 한 시즌 90경기, 300타석 이상 소화한 여파가 있었다.  
     
    시즌 내내 기복없는 플레이를 선보인 배정대. 잔여 경기 고정 1번 타자로 나설 전망이다. IS포토

    시즌 내내 기복없는 플레이를 선보인 배정대. 잔여 경기 고정 1번 타자로 나설 전망이다. IS포토

     
    배정대가 1번 타자를 잘 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이강철 감독은 "배정대가 1번 타자로 나선 몇 경기에서 때는 공도 많이 보고, 기습 번트로 상대 팀 수비를 흔들기도 한다"며 임무 수행력에 결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두산 1번 타자이자 국가대표 외야수인 박건우처럼 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전 경기 출전하며 증명한 내구성을 믿었다. 
     
    순위 경쟁이 절정에 치달은 시점이다. 배정대가 심우준과 같은 전철을 밟으면 공격력이 저하될 수 있다. 이 감독도 고민했다. 그러나 고정 1번 타자를 만들 수 있는 적기를 포기할 수 없었다. 이 감독은 "지금이 분명히 중요한 시기기만 내년도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팀이다"며 결단을 내린 대의를 전했다. 
     
    미래 대비는 1번 타자 교체에 그치지 않는다. '만년 유망주' 문상철(30)도 성장을 유도한다. 문상철은 강백호가 손목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대체 1루수로 나서 좋은 타격감을 보여준 선수다. 원래 내야수지만 외야수 전환을 준비 중이다. 
     
    이 감독은 16일 삼성전에서 문상철을 지명타자로 기용했다. 9월 타격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고, 코칭 스태프의 평가도 좋았다. 마침 베테랑 유한준의 체력 관리가 필요했다. 이 감독은 문상철이 주전으로 올라설 수 있다면 선수 활용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본다. 베테랑 타자들을 경기 후반 대타로 내세울 수도 있다. 앞으로도 문상철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해 성장을 유도한다. 
     
    불펜 투수 이대은(31)에게는 투구 자세 수정을 지시했다. 무게 중심이 뒤에 있을 때 불필요한 동작이 있다고 판단했다. 손에서 공을 놓는 순간에 힘을 집중시키도록 유도했다. 투구 밸런스를 체화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러나 이 감독은 아웃카운트 1개, 홀드 1개보다 선수에게 올바른 길을 제시하는 게 팀을 위하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