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고공 비행' 이끄는 '고참' 단톡방 멤버의 힘

    KT '고공 비행' 이끄는 '고참' 단톡방 멤버의 힘

    [일간스포츠] 입력 2020.09.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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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장성우가 지난 23일 열린 롯데전 5회초 만루 상황에서 홈런을 치고 홈에서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KT 장성우가 지난 23일 열린 롯데전 5회초 만루 상황에서 홈런을 치고 홈에서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강철(54) KT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과 모바일 메신저 단체 대화방을 통해 긴밀하게 소통한다. 여기서 오가는 다양한 대화는 KT의 팀워크를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KT는 개막 첫 달(5월) 23경기에서 10승 13패에 그치며 리그 7위로 처졌다. 당시 이강철 감독은 대화방 멤버들로부터 여러 가지 메시지를 받았다. 부주장 박경수(36)가 사령탑을 응원하자며 제안한 것이다.
     
    7월 11일 삼성전 종료 뒤에는 이강철 감독이 먼저 메시지를 남겼다. "다들 고맙다"는 말이었다. 그가 감독으로서 통산 100승을 거둔 날이었다. 대화방 멤버들은 "200승, 500승까지 함께하자"고 화답했다. 서로 축하와 격려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도 이 대화방을 통한다. 종종 갖는 식사 약속도 마찬가지다.
     
    이강철 감독의 소통 의지가 고참 선수들에 국한되는 건 아니다. 10연승 도전에 실패한 2019년 7월 6일 대전 한화전 종료 뒤에는 "우리는 KT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나는 우리 팀과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는 내용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선수단 전원에게 돌렸다. 9연승을 자축하고, 연승이 끊긴 후유증을 막고자 했다.
     
    고참 선수들에겐 조금 더 각별하다. 고마움을 자주 드러냈다. 지난 시즌 창단 최고 승률(0.500)을 기록한 원동력을 꼽을 때도 이강철 감독은 "유한준과 박경수가 팀의 중심을 잡아 줬기 때문"이라고 했다. 팀의 방향성에 대해 서로 토론하기도 했다. 선수의 경력·위치에 걸맞은 대우를 해준다. 베테랑이 젊은 선수들을 이끌도록 감독이 후방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감독으로부터 존중을 받는 고참 선수들은 각자의 리더십을 갖는다. 감독의 지시 없이도 알아서 움직인다. 수비 실책이나 본헤드 플레이가 나오면 박경수가 공수 교대 시간에 선수들을 불러 모아 전열 재정비한다.
     
    주전 3루수 황재균(33)은 타격감이 좋지 않던 7월 중순, 이 감독에게 문자를 보내 "희생 번트, 히트앤드런 등 팀에 도움이 되는 일은 무엇이든 하겠다"고 했다. 이 메시지를 받고 이강철 감독은 황재균에게 다양한 작전을 낼 수 있었다.
     
    최근에는 개인 성적도 좋다. 단체 대화방 '막내' 장성우(32)는 23일 사직 롯데전에서 맹타를 휘둘렀다. 4-3으로 앞선 5회 초 2사 만루에서 상대 투수 서준원으로부터 중월 홈런을 터뜨렸다. 이 경기 3안타 5타점.
     
    황재균도 9월 출전한 20경기에서 타율 0.364·3홈런·15타점·21득점을 기록했다. 23일 기준으로 월간 득점 1위다. 17일 두산을 상대로 결승타를 포함해 2타점을 기록했다. 박경수도 9월 20경기에서 3할 타율, 4할 출루율을 유지하고 있다.
     
    젊은 선수 주축 강백호(21)는 "내 뒤에 좋은 선배들이 있기 때문에 욕심을 내지 않는다. 찬스를 연결한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선다"고 했다. 배정대(25)는 "유한준 선배의 생활 습관, 훈련 루틴을 보면 항상 감탄한다. 옆에서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가장 늦게 창단한 막내 팀이다. 강팀의 필수 조건인 신구 조화를 가장 잘 이뤄내고 있다. 베테랑에 대한 이강철 감독의 예우, 고참 선수들의 책임감, 젊은 선수들이 선배들에게 갖는 신뢰가 밸런스를 만드는 덕분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