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 이영하, 손맛은 '짜릿'·심장은 '쫄깃'

    '클로저' 이영하, 손맛은 '짜릿'·심장은 '쫄깃'

    [일간스포츠] 입력 2020.09.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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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마무리 이영하가 지난 24일 열린 삼성전 첫 세이브를 기록한 뒤 포수 박세혁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두산 마무리 이영하가 지난 24일 열린 삼성전 첫 세이브를 기록한 뒤 포수 박세혁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영하에 의한, 이영하를 위한 선택. 두산이 마운드 보직을 개편했다. 한국 야구 대표 영건 이영하는 값진 경험을 쌓고 있다.  

     
    이영하는 지난 24일 잠실 삼성전에서 데뷔 첫 세이브를 거뒀다. 두산이 1-0으로 앞선 9회 초 마운드에 올라,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마무리 투수 전환 뒤 10경기 만에 처음으로 임무를 완수했다.  
     
    앞선 9경기는 고전했다. 블론 세이브도 2개 기록했다. 기출루자 득점 허용률은 100%. 세이브를 따낸 삼성전도 완벽한 투구는 아니었다. 선두 타자 다니엘 팔카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이영하는 "팔카의 초구 공략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무사 1루에서 이원석에게 유도한 유격수 땅볼도 운이 따랐다. 포수 박세혁의 견제구 사인을 잘못 보고, 공을 던졌다. 타자가 타격하지 않았다면 폭투가 될 가능성도 있었다. 결과가 좋았을 뿐이다.  
     
    아직 안정감 있는 클로저는 아니다. 그러나 이영하의 기운은 선발 투수로 나설 때보다 좋아 보인다. 일단 '보직' 특성을 잘 이겨내고 있다. 그는 "3시간 이기고 있던 경기가 나로 인해 5분 만에 질 수도 있다. 무거운 마음으로 마운드에 선다. 그래도 막상 (마무리 투수를) 해보니 재미있다. 괜찮다"며 웃었다.  
     
    자신감도 생겼다. 이영하는 "코치님과 불펜진 선배들이 '네가 합류해 든든하다'는 말을 해주신다. 코치님들이야 '기죽지 말라'는 의미겠지만, 동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고 했다.  
     
    바라던 투구를 할 수 있던 점도 만족한다. 그는 "(선발 투수로 나서) 6~7이닝을 끌고 가던 힘을 한 이닝에 모아서 던지다 보니 구속과 구위가 더 좋은 것 같다. 슬라이더도 더 자신감 있게 던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0프로야구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9회초 1사 1루 노수광의 투수땅볼을 직접 처리 병살로 연결, 경기를 마무리한 이영하가 박수를 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0.09.01/

    2020프로야구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9회초 1사 1루 노수광의 투수땅볼을 직접 처리 병살로 연결, 경기를 마무리한 이영하가 박수를 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0.09.01/

     
    이영하는 올시즌 선발 등판한 19경기에서 3승 8패 평균자책점 5.52를 기록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가 고전할 때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구위는 정상이지만 완급 조절, 경기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나쁜 결과가 이어지자, 공에 대한 확신이 떨어졌다. 마무리 투수로 나서면 직구 위주 승부를 펼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감을 회복하고 싶었다. 코치진의 보직 전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이유다. 마무리 투수가 된 현재, 그는 마음껏 정면 승부를 하고 있다.
     
    남은 시즌 동안 클로저 임무에 충실히 수행할 생각이다. 그러나 2020년 가을을 결국엔 더 강한 선발 투수가 되는 과정으로 삼고 있다. 그는 "올 시즌은 앞에서(선발 투수로) 도움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임무를 맡는 게 맞다고 봤다. 그러나 원래 내가 더 잘하고, 이름을 알릴 수 있던 보직은 선발이다"고 했다.
     
    피안타 1개로도 승리를 내줄 수 있는 보직을 수행하며, 이전보다 강하고 유연한 마인드를 갖추길 바란다. 이영하는 "실점 고비를 넘어야 할 상황이 많지 않은가. 압박감이 생길 때도 잦다. 이런 경험이 더 좋은 선발 투수로 가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클로저로 쌓는 경험을 더 좋은 선발 투수가 되는 자양분으로 삼을 생각이다.
     
    두산은 5강 경쟁 중이다. 포스트시즌 진출도 장담할 수 없다. 한 경기 결과로도 판도가 흔들리는 상황. 마무리 투수의 어깨는 무겁다. 이영하는 "오히려 더 많이 등판하고 싶다. 그런 의지가 클수록 마운드에서 더 집중하게 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블론 세이브가 나올 수도 있다. 더 강한 투수로 거듭난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