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5강 총력전 D-데이'…길 잃은 허문회 롯데 감독

    '빗나간 5강 총력전 D-데이'…길 잃은 허문회 롯데 감독

    [연합] 입력 2020.09.2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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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지켜보는 허문회 롯데 감독

    경기 지켜보는 허문회 롯데 감독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10월이 코앞인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여전히 7위에 머물고 있다.

    허문회 롯데 감독이 공언한 일련의 승부처 발언을 생각하면 서글픈 결과다.

    허 감독은 8월부터 치고 올라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런데 뜻대로 되지 않자 "곧 음력 8월이 온다. 다시 치고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벌써 음력 8월 12일이다.

    이달 들어선 5강 진입을 위해 총력전을 펼칠 'D-데이'를 꺼내 들었다. 지난 주말인 26∼27일 광주 KIA 타이거즈 2연전이 허 감독이 꼽았던 'D-데이'였다.

    하지만 롯데는 KIA를 상대로 1승 1패를 거두는 데 그쳤다. 5위 탈환은커녕 6위 KIA와의 승차를 좁히는 데도 실패했다.

    롯데는 이달 들어 11승 14패로 오히려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5위 두산 베어스와 6위 KIA가 최근 동반 부진에 빠졌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롯데는 진작에 5위 싸움에서 탈락했을 것이다.

    시즌 초반과 지금의 허 감독은 완전히 딴사람 같다.

    허 감독은 개막 첫 30경기 때만 해도 선수단 파악이 우선이라며 벤치가 일절 개입하지 않는 '노터치'를 선언했다.

    시즌 초반 연패에 빠졌을 때는 "롯데는 지난해 승률 0.340을 했던 팀"이라며 팀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을 경계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기고 지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선수들이 경기를 즐길 줄 알면 좋겠다"고 말했던 허 감독이다.

    그랬던 그는 후반기 들어서 달라졌다. 갑자기 순위에 안달 난 사람처럼 '매 경기 총력전'을 외치고 있다.

    신형 무기라도 갑자기 생기면 전투를 선언할 수 있다. 하지만 롯데의 전력은 시즌 초반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설상가상으로 타선의 주축 선수들은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체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인다.

    4번 이대호는 9월 타율이 0.247로 주저앉았고, 최근 10경기에서 한동희는 0.171, 전준우는 0.250을 치고 있다.

    계속 믿고 기다렸던 안치홍, 민병헌이 더 큰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주축 타자들마저 힘을 잃은 롯데는 최근 투수들이 호투하는데 타선이 침묵으로 일관해서 패배하는 경기가 잦다.

    2군에서 잘해도 기회를 주지 않으니 기존 선수들이 부진할 때 마땅한 대안도 없는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게다가 외국인 유격수 딕슨 마차도까지 체력 고갈로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면서 롯데는 장점이었던 수비마저 흔들린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허 감독 스스로 정한 원칙을 저버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허 감독은 시즌 초중반만 해도 선수는 구단의 자산이자 미래라고 말했다.

    마무리 김원중에게 웬만하면 2이닝을 던지게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하지만 김원중은 9월 들어서만 벌써 4차례 멀티 이닝을 던졌다. 필승조의 연투가 잦아지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프로 2년 차 투수 서준원은 부상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면서 선발투수에서 불펜투수로 보직을 바꿨다.

    서준원의 이닝을 관리해야 한다면 LG 트윈스의 고졸 루키 이민호처럼 등판 간격을 넉넉하게 늘리면 될 일이지만 허 감독은 서준원의 활용도를 높이는 쪽을 택했다.

    오히려 롯데는 전반기처럼 허 감독이 선수 컨디션 관리에 주력하고 무리하지 않는 경기 운영을 했다면 더 높은 순위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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