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야구학] ④플라이볼은 목표인가 결과인가

    [선동열 야구학] ④플라이볼은 목표인가 결과인가

    [일간스포츠] 입력 2020.09.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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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간스포츠가 창간 51주년 특별기획 ‘선동열 야구학’을 연재합니다.
     
    ‘선동열 야구학’은 야구를 가르치는 내용이 아닙니다. 야구를 새로 배우는 과정입니다. 국보 투수로, 프로야구 감독으로, 국가대표 코치·감독으로 지낸 과거에서 벗어날 것입니다. 40년 넘게 축적된 ‘선동열 야구’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시작할 것입니다.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은 올해 초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로 지도자 연수를 떠날 예정이었습니다. 그의 전문 분야인 투수 파트 외에도 타격과 수비, 작전 등을 폭넓게 경험하고 싶어서였습니다. 프런트 오피스 미팅을 통해 구단의 의사결정 과정을 경험할 계획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연수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선동열 전 감독은 ‘온택트(ontact) 연수’를 시작했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MLB를 공부했고, 오프라인에서 야구장 밖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수개월 동안 야구를 공부하면서 선동열 전 감독은 새로운 정보를 얻었습니다. 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야구를 봤습니다. 관념적으로 알았던 정보를 데이터를 통해 재해석 했습니다. 그의 여정을 일간스포츠가 따라갑니다.  매주 수요일 아침 여러분을 찾아갑니다.〈편집자 주〉


    최근 몇 년 동안 메이저리그(MLB)뿐만 아니라 KBO리그의 타격이 크게 바뀌었다. ‘플라이볼 혁명(fly ball revolution, 타구의 발사 각도를 높이는 움직임)’의 성공담은 많은 타자와 코치, 그리고 전력 분석원의 고정관념을 깼다.
     
    뜬공이 땅볼보다 득점 생산에 유리한 건 틀림없다. 그러나 그걸 위해서 공을 올려치는 어퍼컷 스윙을 해야 한다는 건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웠다.
     
    정말 그럴까.
     
    그게 가능하기는 한 걸까.
     
    감독 시절, 난 타자들에게 기술적인 조언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저 “타이밍이 조금 늦는 것 같다. 히팅 포인트가 앞(이동발)에 형성되면 좋겠다”는 정도만 말했다. 기술적인 해법은 선수와 타격 코치가 찾기를 바랐다.
     
    현장을 떠난 입장에서 플라이볼 혁명은 그래서 더 낯설고, 흥미로웠다. 그래서 MLB 기사와 기록들을 찾아보게 됐다. 그 결과 나와 비슷한 의문을 가진 이들도 많다는 걸 알게 됐다. 2017년 7월 워싱턴포스트의 ‘타자들은 발사각에서 답을 찾으려 한다’는 제목의 기사에 이런에 논쟁이 담겨 있었다.
     
    플라이볼의 생산성이 높다는 건 2010년대 초 오클랜드의 성공에서 이미 증명됐다. 세이버메트릭스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효율적인 야구를 추구한 그들의 성공 스토리는 『머니볼』을 통해 팬들에게 잘 알려졌다.
     
    당시 오클랜드는 자니 곰스, 조시 레딕 등 땅볼보다 뜬공 비율이 매우 높은 선수들을 영입했다. 오클랜드가 2012년과 2013년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에서 우승할 때 MLB 전체에서 뜬공 비율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오클랜드가 플라이볼 타자들을 데려와 성공한 것과 타자들이 스윙을 바꿔 일부러 플라이볼을 치는 건 다른 얘기인 것 같다.
     
     
    의도적인 ‘어퍼컷’에 대한 환상
     
    플라이볼 혁명의 성공담을 쫓으면 한 사람이 등장한다고 한다. 재야의 타격 이론가(덕 래타)가 이 이론을 확산했다고 한다. 앞선 칼럼에서 소개한 저스틴 터너(LA 다저스)의 변화도 그가 만든 것이다. 래타는 “어퍼컷 스윙 이론은 터너가 MLB에서 지난 10년 동안 배운 것과 정반대”라고 말했다.
     
    터너는 “내가 공의 아랫부분을 때리려고 노력한다는 걸 다른 타자나 코치에게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래타와 터너가 완성한 어퍼컷 스윙은 다른 이들이 쉽게 납득하지 못할 거라는 뉘앙스 같다.
     
    워싱턴포스트의 기사에는 플라이볼 혁명에 참여한 라이언 짐머맨(워싱턴)의 사례도 나온다. 그는 2016년 타율 0.218, 홈런 15개로 부진했다. 기사에 따르면, 당시 짐머맨의 평균 발사각이 7.8도였다. 그의 타구 중에서 땅볼이 48.6%, 뜬공이 34.6%였다.
     
    짐머맨은 2017년 초 타구를 더 띄우기 시작했다. 첫 50경기에서 타율 0.368, 홈런 15개를 기록했다. 이 시점 그의 타구 평균 발사각이 11.2도였다.
     
    짐머맨은 드디어 혁명에 성공한 것일까. 그의 인터뷰가 흥미로웠다. 짐머맨은 “그런 일(스윙 궤적)을 통제하려고 하면 타석에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 난 공을 강하게 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다”며 “시속 150~160㎞로 날아오는 공의 아랫부분을 정확히 겨냥해 때린다고? 그들에게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2017시즌을 앞두고 짐머맨이 어떻게 변화했고,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알 수 없다. 놀라운 성과를 내는 와중에도, 그는 ‘의도적인’ 어퍼컷 스윙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2018년 이후 짐머맨의 발사각과 타격 성적은 기복이 있었다.
     
    정말 터너는 투구의 아랫부분을 어퍼컷 스윙으로 정밀 타격하고 있는 것일까. 진실은 선수만 알고 있을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건, 타구를 띄우는 게 반드시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이다. MLB닷컴이 2016시즌과 2017년 6월 초의 기록을 비교한 자료가 있다. 
     
     
    이 자료는 플라이볼 비율이 MLB 전체에서 가장 크게 증가한 타자들의 리스트다. 그 효과를 wOBA(가중 출루율)로 비교한 것이다. wOBA는 복잡한 계산을 거쳐 타자가 타수당 득점에 기여한 값을 산출한 것이다.
     
    이 데이터에 따르면, 알렉스 아빌라는 2016년보다 2017년(6월 초까지)에 25.5% 더 많은 뜬공을 날렸다. 그 결과 wOBA가 0.115 증가했다.
     
    존 제이소의 경우, 같은 기간 뜬공 비율이 19.5% 늘어났다. 그러나 그의 wOBA는 오히려 감소(-0.027)했다. 2016년 타율 0.268, 홈런 8개를 기록한 제이소는 2017년 타율이 떨어졌고(0.211), 홈런(10개)은 조금 늘었다. 전체적으로는 생산성이 떨어졌다.
     
    이유가 뭘까. 플라이볼 혁명에 사로잡히다 보니, 많은 이들이 정작 중요한 것을 빠뜨린 것이다. 바로 타구 속도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타구의 비거리는 속도와 발사각에 의해 결정된다. 이상적인 타구를 뜻하는 ‘배럴(barrel)’은 ‘158㎞ 이상의 속도’와 ‘26~30도의 발사각’ 두 요소로 이뤄진다. 발사각을 높일 생각만 하면, 그것만큼 중요한 타구 속도를 내는 데 소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파워가 좋아서 타구를 힘차게 띄울 수 있는 타자라면 발사각을 높이는 게 효과적일 것이다. 아빌라가 그런 경우다. 2016년 57경기에서 7홈런을 때렸던 그는 타구 발사각을 6.9도에서 12.4 높인 이듬해 112경기에서 14홈런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8년 이후 아빌라 타구의 평균 발사각이 10도 이하로 다시 낮아졌다. 성적도 함께 떨어졌다. 인위적으로 발사각을 높이는 것도, 그걸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는 뜻이다.
     
    파워가 부족한 타자들에게 무리한 어퍼컷은 더 큰 손해를 끼친다. 빠르지 않은 타구를 날려봐야 홈런을 때릴 수 없고, 대부분 야수에게 잡히기 때문이다.
     
    제이소 같은 경우가 그렇다. 그에게 별로 유용하지 않는 스윙을 만들겠다고 힘만 뺀 것 같다. 안타깝게도 그의 MLB 경력은 타구 평균 발사각을 7.9도에서 19.1도로 높였던 2017년 끝나고 말았다.
     
    이 논란에 관해 MLB 최고의 출루 머신 조이 보토가 한 말에 공감한다. 그는 팬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많은 타자와 대화한 뒤 내린 결론은 땅볼은 나쁘고, 뜬공은 좋고, 라인 드라이브는 좋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라운드볼이 비효율적이라는 건 틀림없다. 플라이볼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타자들이 전통적으로 선호해온 라인 드라이브(발사각 11~20도의 강한 타구)도 여전히 중요하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실 이건 플라이볼 혁명이 아니라 땅볼 반대 혁명(anti-grounder revolution)이라 불러야 한다”고 썼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어퍼컷’은 비밀이 아니다
     
    MLB닷컴의 통계 전문 칼럼니스트 마이크 페트리엘로는 “타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세게 치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할 수 있는 건 뜬공을 세게 치는 것이다. 그걸 할 수 없으면 (타격을) 하지 말라”고 트위터에 쓴 적이 있다.
     
    플라이볼 혁명을 관찰한 그는 “모든 타자가 올려쳐야 하는 건 아니다. 어쨌든 그걸 혁명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플라이볼을 날리는 게 너무 ‘목표’가 됐다. 공중으로 강한 타구를 날릴 수 없다면 플라이볼 혁명은 당신의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뜬공을 위해 스윙 궤적까지 바꾸는 건 만능이 아니라고 페트리엘로는 주장했다. 나도 동의한다. 플라이볼은 타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이런 이유로 난 어퍼컷 스윙의 효용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커졌다. 우리 세대는 레벨(level, 지표면과 수평 궤적) 스윙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배웠다. 플레이볼 혁명 전까지 MLB도 이런 이론이 지배했다. 레벨 스윙을 하면 투구와 방망이가 만날 수 있는 지점이 커지기 때문이다. 라인 드라이브 타구가 나올 확률도 높아진다.
     
    심지어 예전에는 다운컷(downcut) 스윙을 강조하는 지도자들도 많았다. 타자는 보통 어깨높이에서 배트를 쥔다. 여기서 최단 거리로 투구를 때리려면 내리쳐야 한다는 것이다.
     
    다운컷 스윙은 어퍼컷 스윙과 반대로, 공의 윗부분을 때릴 가능성이 크다. 땅볼을 칠 확률이 높아진다. 그래도 그렇게 치라고 배웠다. 그라운드 사정이 좋지 않았던 시절이어서 땅볼을 굴려 내야수의 실책을 유도하는 것도 확률 높은 공격법이었다.
     
    그렇다고 다운컷 스윙이 아주 틀린 이론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투수의 구위가 압도적이지 않았고, 타자의 파워가 약했던 시절에는 나름대로 효과적인 타격이었다.
     
    다시 어퍼컷 스윙에 대해 고민할 차례다. 생각해 보면 완전한 레벨 스윙은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것 아닌가 싶다. 스윙의 시작과 끝이 똑같은 높이일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이 날아오는 궤적도 지면과 수평이 아니다. 오버핸드 투수가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면 릴리스 포인트는 180~200㎝ 높이에 형성된다. 투구가 스트라이크존(50~100㎝)을 통과하면 5~7도의 각도가 생긴다. 떨어지는 변화구라면 각도가 더 클 것이다.
     
    그러니까 진짜 레벨 스윙의 각도는 0도가 아니라 7도 정도 올라가야 한다. 그러면 정타를 때릴 확률이 높아진다. 이후 공을 때린 뒤 배트를 조금 들어 올리면? 발사각 20도 이상의 배럴 타구가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이게 진짜 이상적인 타격이 아닐까. 투구와 방망이의 콘택트 지점이 넓어지고, 이상적인 발사각까지 만드는 비밀을 새롭게 알아낸 걸까.
     
    나는 이런 고민 끝에 MLB의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1918~2002)와 만났다. 1971년 그가 출간한 저서 『타격의 과학』에 이미 살짝 올려치는 레벨 스윙에 대한 이론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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