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준기 ”촬영하며 '딸 바보 되겠다'는 말 많이 들어”

    [인터뷰]이준기 ”촬영하며 '딸 바보 되겠다'는 말 많이 들어”

    [일간스포츠] 입력 2020.09.29 08:00 수정 2020.09.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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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기

    이준기

     알던 사람들에겐 재확인을,  몰랐던 사람들에겐 재발견이다. 시청률 3%대에서 출발해 입소문을 타고 tvN '악의 꽃'이 최고 시청률 5.7%까지 오르는데 일등공신은 단연 이준기(백희성·도현수)다. 다른 배우들과 합도 중요했지만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캐릭터를 연기, 고난도 액션신도 많아 다른 작품보다 신경쓸게 많았다. 남편이자 아빠이고 자신의 과거를 숨겨야하는 사연 많은 남자. 전작에서 보여준 멜로·스릴러·액션 모든 걸 '악의 꽃'에 담아냈다. 
     
    -작품을 끝낸 소감이 궁금하다.

    "매 작품이 그러했지만 이번에는 끝나고 나니 유독 복합적인 감정이 많이 느껴졌다. 작품을 완주했다는 안도감과 초반에 느꼈던 무게감을 무사히 완결로 승화시켰다는 성취감, 현장에서 동고동락하며 달려온 모든 사람들을 떠나보냈다는 헛헛함까지다. 게다가 종영 후 바로 인터뷰까지 진행하니 모든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다시 느껴지면서 더욱 만감이 교차한다. 참 외로우면서도 많은 것들에 감사한 지금이다."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와 그 과정이 궁금하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든 생각은 '이 작품은 지금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는 것이다. 딸을 사랑하는 아빠이자 자신의 아내만을 바라보는 남편, 그 모든 이면에 숨어 있는 슬프고 잔혹한 과거를 가진 한 남자를 지금의 이준기가 담아내기에 과연 합당한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졌다. 작품을 선택하기까지 '내가 과연 대중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자칫 이준기의 색깔이 강하게 묻어나와 전체적인 밸런스를 붕괴시키지는 않을까' 같은 너무 많은 고민을 했다."


    -어떻게 결정을 내렸나.

    "다행히 2주 정도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 계속해서 대본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러다가 문득 '이 모든 것이 지금 나에게 다가온 운명과 같은 작업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을 배우 인생에 있어 전환점으로 만들어 보고픈 욕심이 생겼다. 문채원과 작업에 앞서 '우리가 이 작품을 잘 만들어간다면 서스펜스 멜로라는 새로운 장르를 우리만의 독특하고 유니크한 감정선으로 그려낼 수 있겠다' 같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작품 출연 결정을 더욱 확고하게 마음 먹었다."


    -백희성과 도현수를 연기했다. 신경쓸게 많았을텐데.

    "다양한 인물들과 관계에서 보여지는 리액션들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감정을 느낄 수 없는 도현수기에 작은 표현부터 리액션 하나하나가 신 자체에 큰 힘과 설득력을 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 혼자 연구하고 고민한다고 되는 부분은 아니었다. 그래서 감독님과 작가님을 비롯한 현장에서 나를 가장 가까이서 보는 카메라 감독님까지. 배우 모두와 계속해서 서로의 생각들을 나눴다. 자칫 잘못하면 너무 뻔하거나 단조롭게 표현된 도현수란 인물이 단순한 무감정 사이코패스로만 보여질 수 있었기 때문에 더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을 쓰고 집중했다."
     
    -극중 다양한 모습을 지닌 캐릭터였다. 특별히 준비한 게 있었나.
    "금속 공예가로 살아가는 백희성의 모습은 무엇보다 자연스러워야 했다. 그래서 촬영 전 유튜브로 연기에 참고할만한 공예 작업 영상들을 찾아보며 미리 상상했고 실제 금속공예가를 만나 짧게나마 공예가의 손길이 느껴질 수 있는 디테일을 배웠다. 또 도현수의 모든 서사들은 결국 각 인물들과 관계성에서 나오는 표현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에 차별성을 두기 위해 집중했다."

     
    이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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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난도 액션이 많았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은 없었다. 그래서 힘들고 지치기보다는 '내가 얼만큼의 동선을 만들고 액션을 취해야 시청자들이 이 장면에서 오는 감정과 느낌을 오롯이 받아 들이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작품을 시작하기에 앞서 기존에 내가 좋아하는 액션을 1/10로 줄이자고  다짐했다. 평소에 보여드린 액션들은 상당히 많은 합이 있어 화려하거나 거칠다. 그런 액션이 이번 작품에서는 도움이 되질 않을 거라 생각했다. 처절하게 내몰리는 장면들은 대역 없이 직접 몸으로 들이받고 던져지고 부서지고 하면서 몰입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감정 표현이 없는 연기가 더 힘들지 않았나.
    "처음으로 내 모든 컷을 모니터링 하지 않았다. 나 역시도 장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이 인물을 디테일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방해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함께 고민하고 연습하며 주어진 상황에 집중했다. 무엇보다 감독님이 전체적인 밸런스를 잘 봐줬기 때문에 감독님의 최종 디렉션에 모든 것을 맡기고 인물화에만 집중했다. 눈빛과 목소리 톤에 신경을 쓴 게 있다면 욕심을 부리지 않고 힘을 빼고자 했던 것들이 오히려 시청자들로 하여금 미세한 것들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
     
    -남편으로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문채원과 이런저런 생각들을 공유하면서 캐릭터들을 만들어 나갔다. 문채원은 굉장히 섬세해 감정적으로 집중하는 것에 큰 힘을 가진 배우다. 그래서 내가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많이 채웠다. 덕분에 마지막에는 아내를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졌다."

     
    -한 가정의 아빠이기도 했다.
    "따뜻한 아빠로서 모습은 사실 애드리브가 많았다. 감독님께서 그냥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볼 수 있게 믿고 맡겼. 그래서 꽤나 많은 것들을 정서연(백은하)과 만들었다. 이런저런 장난도 쳤고 함께하는 날이면 좀 더 일찍 가서 웬만하면 떨어져 있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어떤 날은 연기한 것보다 (정)서연이와 너무 재미있게 놀아서 피곤했던 적도 있었다."

     
    -실제로 어떤 아빠 어떤 남편이 되고 싶은가.
    "백희성처럼 따뜻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게 꿈이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웃음) 이번 작품을 하면서 함께하는 스태프들이 '이준기는 결혼하면 정말 잘 살겠다' '딸 바보가 되겠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가정이 생긴다면 정말 최선을 다해 사랑하겠다. 도현수가 갓 태어난 딸을 보고 무표정하게 '왜 우는거야"라고 물어보는 장면이 있었는데 나는 감정이 없어야 하는 상황인데도 자꾸 눈물이 나더라. 괜히 아기한데 눈을 못떼고 촬영 내내 넋을 놓고 바라만 봤다. 그걸 보고 촬영 감독님이 '준기 결혼할 때 됐나 보다' 하더라.(웃음)"
     
    -반응이 매우 좋았다. 이 정도라고 예상했나.
    "작품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긴 했지만 이 정도로 함께 즐기고 좋아할 줄은 몰랐다. 게다가 이번 작품은 멜로 특성이 짙었기 때문에 기존보다 더 다양한 층의 팬들이 많아져 신기했다. 시작부터 글로벌 팬들이 서울 전역에 다양한 광고를 진행해주고 방영 중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에 비교하는 등 함께 아파하고 사랑해주시는 팬 들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이준기의 재발견'이라는 칭찬이 유독 많았다.
    "연기적인 칭찬에 대해 좋은 것도 사실인데 동시에 부담도 많이 된다.(웃음) 아직도 배우 인생에 있어서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매번 새롭게 성장하고 좋은 캐릭터를 선보이는데 나만의 노력이 아닌 많은 분들의 노고가 있기에 가능하다. 그래서 더 기쁘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면.
    "여러 번 복기를 해보면 당연히 아쉬움도 있겠지만 지금의 엔딩이 상당히 만족스럽다. 도현수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고 받아들여진다는 엔딩이 인생의 가장 아픈 꽃잎들이 떨어지고 다시 아름다운 봉우리가 피어나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좋은 결말이었다. 다만 이번 작품에서 멜로적인 장면을 좀 더 예쁘고 애틋하게 그려내고 싶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깊고 절절한 멜로 위주로 보여준 것 같아 거기서 오는 아쉬움이 조금은 있다.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물론 다채로운 감정도 연기해보고 많은 배우들과 즐거운 창조 작업을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이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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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의 꽃'은 어떤 의미였나.
    "항상 작품에 임할 때 주인공을 맡은 배우로서 가장 최선의 이야기를 만드는데 일조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다. 이번 작품은 유독 그런 부분에서 고민이 정말 많았는데 이렇게 잘 완주한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소통·교감이 있어 가능한 결과이기에 더욱 행복했다. 내 삶에 있어 내가 성장하고 잘 되는 것보다는 내가 꿈꾸는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충만함과 행복감이 더 중요하다. 삶의 의미이자 중요한 가치다. 그렇기에 이번 작품은 또 한 번 좋은 자양분이 됐고 인간 이준기를 한 층 더 견고하고 풍성하게 만들어줬다.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구나 또 생각한다."

    김진석 기자 superj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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