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김세영 첫 메이저 우승의 의미

    [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김세영 첫 메이저 우승의 의미

    [일간스포츠] 입력 2020.10.1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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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영. [AP=연합뉴스]

    김세영. [AP=연합뉴스]

    2015년 LPGA 투어 루키 김세영은 놀라웠다. 자신의 두 번째 경기인 퓨어실크 챔피언십 연장전에서 불가능할 것 같던, 덤불에 들어간 공을 쳐 내며 챔피언이 됐다. 
     
    국내 투어에서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김세영은 뭔가 특별한 일을 해내는 선수라는 인상을 줬다. 역전의 명수라는 별명이 허언이 아님도 다시 보여줬다.  

     
    김세영은 그해 자신의 첫 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도 기회를 잡았다. 최종라운드를 3타 차 선두로 출발했다. 그러나 75타를 치면서 공동 4위로 미끄러졌다. 김세영은 14번 홀에서 4퍼트를 하기도 했다. 역전의 명수라는 호칭이 워낙 강해 선두로 출발할 때 오히려 불안한 듯했다.
     
    그냥 물러날 김세영이 아니었다. 2주 후 열린 롯데 챔피언십에서는 극장 우승을 했다. 패배 눈앞이었는데 18번 홀 칩샷을 넣어 연장전에 갔고, 연장 첫 홀 페어웨이에서 그대로 홀인해 경기를 끝냈다. 당시 상대는 박인비였다.
     
    6월 열린 메이저 대회인 여자 PGA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김세영은 박인비에 2타 차 2위로 출발했다. 역전의 여왕에게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김세영 특유의 폭풍 같은 샷은 나오지 않았다. 역전의 여왕은 결국 침묵의 자객 박인비를 잡지 못하고 2위에 그쳤다.
     
    한 달 후 열린 US오픈에서는 김세영의 샷감이 가장 좋았다고 한다. 그러나 캐디가 핀 위치를 적은 종이를 공개 전에 사진 찍어왔다는 석연찮은 이유로 출전정지 징계를 받게 되면서 김이 샜다.
     
    이후 이상하게도 메이저대회에서는 꼬였다. 여러 차례 메이저 우승 기회를 놓쳤다. 2018년 에비앙에서는 최종라운드 중반 공동 선두로 올랐다가 짧은 퍼트를 놓친 후 2위로 밀렸다.  
     
    김세영은 LPGA 투어의 간판선수 중 하나다. LPGA 투어 72홀 파 기준(31언더파) 타수 기준(257타) 최저타 기록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LPGA 투어 사상 최대 상금(150만 달러)의 주인공이 됐다. 12일 열린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직전까지 통산 10승을 기록했다. 통산 상금도 900만 달러(약 103억원)을 넘었다.  
     
    김세영은 모든 걸 가졌다. 메이저 우승컵이 없는 걸 빼면 그렇다. 골프에서 메이저 우승 숫자는 선수의 업적을 평가하는 가장 큰 기준이 된다. 
     
    그레그 노먼(호주)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선수 중에도 위대한 선수가 여럿 있다”고 한 적이 있다. 한 기자가 “그 선수 이름을 대보라”고 물었다. 노먼은 한참 생각하더니 “맞다.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선수 중에도 ‘괜찮은’ 선수가 여럿 있다”고 말을 수정했다. LPGA 투어는 메이저 우승이 없으면 명예의 전당에도 들어갈 수 없다.
     
    김세영은 현역 선수 중 메이저 우승 없는 선수 중 최다승 선수였다. 큰 경기에서 약한 선수라는 뉘앙스가 없지 않다.  
     
    여자 PGA 챔피언십 우승은 5년 넘게 묶은 김세영의 메이저 한을 날려버렸다. 각종 최저타 기록을 보유한 김세영은 명실상부한 LPGA 투어 최고 선수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퍼포먼스가 놀라웠다. 2위를 한 박인비는 경기 후 “김세영의 경기는 언터처블이었다. 메이저 우승자는 최종라운드 이렇게 경기하는 것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미국 골프위크는 “김세영이 마지막 날 기록한 7언더파는 기대할 수 없는 스코어였다”고 썼다. 대회장인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 인근의 아로니밍크 골프장은 매우 어렵다. 경기 전 언더파 우승자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불처럼 뜨거운 역전승을 거두던 김세영이 최종라운드 선두로 나서 냉철하게 승리를 지키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가 연상됐다. 김세영에겐 여러모로 의미 있는 우승이다.  
     
    성호준 골프전문 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