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우의 포커스 MLB] 현장 야구 그리고 프런트 야구

    [송재우의 포커스 MLB] 현장 야구 그리고 프런트 야구

    [일간스포츠] 입력 2020.10.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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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손혁 키움 감독의 사퇴 뉴스로 KBO리그가 시끌시끌하다. 자진해서 사퇴한다는 구단 발표가 난 시점에 키움의 팀 순위가 3위였다. "성적 부진을 책임지고 물러난다"는 구단 측 설명의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대두한 화두가 '현장 야구'와 '프런트 야구'다. 이 부문에 대한 논의는 꽤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어떤 게 맞는지를 흑백논리로 나누긴 어렵다. KBO리그보다 긴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MLB)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장(선수단)의 어려움을 고려했다면, 1947년 재키 로빈슨의 MLB 데뷔는 뒤로 밀렸을 가능성이 크다. 로빈슨이 MLB에 데뷔할 경우 '사상 첫 흑인 선수'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예상할 수 있었다. 대신 팀원은 물론이고 상대 팀의 강한 반발까지 일어날 게 불 보듯 뻔했다. 팬들의 초기 반응 또한 우호적일 수 없었다.
     
    그러나 브랜치 리키 브루클린 다저스 단장은 로빈슨의 MLB 데뷔를 밀어붙였다. 성격이 불같지만 이를 컨트롤할 수 있는 로빈슨의 지적 능력과 그의 실력을 믿었다. 실제 로빈슨은 신인왕과 리그 최우수선수(MVP)는 물론이고 10년을 뛰며 팀을 여섯 번이나 월드시리즈 무대로 이끌었다.
     
    빌리 빈 오클랜드 전 단장

    빌리 빈 오클랜드 전 단장

     
    근래 프런트 야구 논쟁에 불을 지핀 인물은 오클랜드의 빌리 빈 단장이다. 이른바 '머니볼' 야구로 저예산 구단 오클랜드를 이끌며 돌풍을 이끌었다. 눈과 직관에 의존했던 기존의 스카우트 관습에서 벗어나 데이터 위주의 전술을 정착시켰다. 물론 이전에도 테드 터너 구단주와 같이 필드 운영에 깊숙이 관여했던 관계자도 있었지만, 빈 단장의 야구관은 아주 뚜렷했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지 않는 선수를 트레이드해 감독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오클랜드는 2000년대 초반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포함, 8년 동안 다섯 번이나 가을야구를 경험하며 '머니볼' 야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후 세이버메트릭스(야구 통계학)를 비롯한 데이터 활용이 극대화됐다. 현장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필드 지휘에선 뒷전으로 물러나 있던 프런트 위상에 큰 변화가 생겼다. 이는 현재 구단 운영 흐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와 반대로 현장의 파워를 보여준 사례도 있다. 애틀랜타의 바비 콕스 감독은 20년간 팀을 이끌며 지금도 기록으로 남아 있는 14년 연속 지구 우승(내셔널리그 동부지구) 및 재임 기간 중 15번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기록했다. 월드시리즈 우승이 한 번에 그친 게 아쉽지만, 그는 감독으로서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 16년간 세인트루이스 사령탑이었던 토니 라루사 감독은 프런트가 눈치를 볼 정도로 확고한 야구 이론과 주관으로 팀을 이끌며 두 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최근 MLB에선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프런트 야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직접적인 선수 기용까지는 아니더라도 라인업이나 마운드 운용 스타일을 정하고 감독에겐 큰 틀의 변화 없이 팀을 이끌게 한다. 대표적인 구단이 LA 다저스이다. 앤드루 프리드먼 현 다저스 사장은 과거 탬파베이 단장 시절 저예산 팀의 한계를 극복하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LA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과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

    LA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과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

     
    프리드먼은 빅 마켓 팀인 다저스 사장으로 영입돼 데이브 로버츠 감독을 전면에 내세웠다. LA 지역 언론은 감독의 입을 통해 어떤 소식을 들어도 프런트의 결정이라고 기사를 쓴다. 다저스에서는 그 정도로 감독보다 프런트의 권한이 막강하다. 다저스는 올해까지 8년 연속 지구 우승을 차지하며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지만, 월드시리즈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탈락해 프리드먼 스타일에 회의감을 갖는 팬들이 늘어나고 있다.
     
    구단주→사장→단장→감독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관계는 예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 '수직적'이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필요도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군가는 결정권을 가져야 하고 이에 대한 책임도 수반해야 한다. 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애초부터 프런트가 추구하는 방향에 가장 부합할 수 있는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이견에 관해선 토론과 방향성 조정 논의가 필요하다.
     
    사무실과 그라운드 모두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실제 경기를 펼치는 것은 선수들이고 아무리 좋은 의도의 전략도 결국 이들을 통해서 발현된다는 것이다. 언뜻 파워게임으로 보일 수 있는 힘겨루기 여파로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맘껏 펼칠 수 없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까 한다.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
    정리=배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