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클래식] 내년은 외국인 선수 없이 치르자

    [김인식 클래식] 내년은 외국인 선수 없이 치르자

    [일간스포츠] 입력 2020.10.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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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두산베어스 린드블럼이 환호하고 있다.

    2019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두산베어스 린드블럼이 환호하고 있다.

    KBO리그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건 1998년이다. 첫해 타이론 우즈(전 두산)를 시작으로 제이 데이비스(한화), 펠릭스 호세(롯데), 더스틴 니퍼트(두산) 등이 한국 무대를 호령했다. 근래 KBO리그를 평정했던 조쉬 린드블럼(밀워키)과 에릭 테임즈(워싱턴), 메릴 켈리(애리조나) 등은 메이저리그(MLB)로 역수출돼 더 큰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제도 초창기에는 구단별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가 2명이었다. 이후 큰 변화 없이 유지해온 외국인 선수 제도는 2014년 이후 크게 수정됐다. 10개 구단 체제 출범으로 인한 경기력 저하와 선수 수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기존에는 2명이었던 외국인 선수 등록 한도가 3명(출전 한도는 한 경기 2명 유지)으로 확대됐다. 외국인 선수 2명을 뽑을 땐 대부분의 팀이 투수만 스카우트했다. 3명을 영입하면 타자 1명 이상을 뽑아야 하는 것으로 제도가 바뀌었다.
     
    2019년에는 외국인 선수 계약액 상한선을 도입했다. 외국인 선수의 계약 규모가 연 200만 달러(22억원)를 돌파하는 등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새롭게 계약하거나 팀을 옮기는 외국인 선수의 몸값 상한선을 100만 달러(11억원)로 제한한 것이다.
     
    올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를 3명이 모두 한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KBO리그의 경쟁력 강화와 경기력 향상을 위한 선수 기용의 폭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이다. 내년에는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가 운영된다.
     
    이 지점에서 생각할 게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내년에는 외국인 선수 없이 국내 선수로만 한 시즌을 운영해보면 어떨까 싶다.  
     
    올 시즌 전 영입된 선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계약이 이뤄졌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후 새로 계약해 들어온 외국인 선수들은 아주 특수 상황에서 한국 땅을 밟았다. 입국 후 자가격리 등 변수가 많은 탓에 외국인 선수 교체가 쉽지 않았다.
     
    2020프로야구 KBO리그 키움히어로즈 러셀

    2020프로야구 KBO리그 키움히어로즈 러셀

    그런 가운데 키움·삼성·SK·한화 네 팀은 시즌 중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는 승부수를 꺼냈다. 성과는 미미하다. MLB 올스타 유격수 출신으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에디슨 러셀(키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다니엘 팔카(삼성)나 브랜든 반즈(한화)는 팀이 기대한 장타력을 물론 타율조차 너무 낮다. 타일러 화이트(SK)는 기량을 보여줄 시간도 없이 두 차례 사구로 9경기만 뛰고 짐을 싸 고국으로 돌아갔다.
     
    결과적으로 교체 선수로 영입돼 좋은 활약을 선보인 선수가 없다. 구단이 꽤 많은 돈을 들였지만, 성과는 없다. 키움을 제외하면 외국인 선수를 교체한 나머지 세 팀은 5강 진출 가능성이 거의 사라졌다.  
     
    내년에는 대부분의 구단이 해외에 스프링캠프를 차리기 어려워 보인다. 외국인 선수는 국내 입국과 동시에 2주 자가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부터 쉽지 않다. 또 코로나19 영향으로 내년 선수단 운영 경비가 대폭 삭감될 것이 유력하다. 구단이 외국인 선수에게 투자하는 각종 비용은 최소 연 30억원 정도다. 외국인 선수 없이 한 시즌을 치른다면 구단 경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인 선수가 없다면 경기력 저하가 예상된다. 또 이미 뛰어난 외국인 선수를 보유한 팀들이 반발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지금껏 일어나지 않았던 특수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 외국인 선수 없이 한 시즌을 운영한 뒤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어떤 반응을 불러오는지 분석해보자. 그리고 이듬해 이 제도를 유지 혹은 철회하는 걸 결정하면 어떨까 싶다.
     
    환경적인 제약, 구단 운영비 축소 외에도 기대되는 부분도 있다. 국내 선수에게 더 많은 출전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스타가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외국인 투수가 각종 개인 타이틀 부문을 휩쓸고 있다.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전에는 국내 투수층이 제법 두껍고 탄탄했다. 당시에는 외국인 선수 없이도 큰 어려움 없이 선발진을 꾸릴 수 있었다. 지금은 4~5선발을 제대로 구성한 팀도 없다. 국내 선수로만 운영하면 KBO리그의 자생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
    정리=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