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토크③] 강말금 ”나는 마흔 셋 신인…여러분 안 하면 후회합니다!”

    [취중토크③] 강말금 ”나는 마흔 셋 신인…여러분 안 하면 후회합니다!”

    [일간스포츠] 입력 2020.10.23 10:00 수정 2020.10.2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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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한 신인이다. 서른 살에 연기에 입문해 한국 나이로 마흔 셋이 되는 해에 백상예술대상 신인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름처럼 맑은 앞날이 펼쳐진 배우 강말금(41)이다.
     
    지난 6월 열린 제56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김초희 감독)'로 영화 부문 신인상을 수상했다. 뭉근하게 졸여낸 딸기잼처럼, 은근하게 웃음을 선사하는 이 영화에서 능청스러운 연기로 주인공 찬실이를 표현했다. 실제로 찬실이라는 인물이 어딘가 살아 숨 쉬고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을 줄 만큼, 리얼한 생활 연기를 펼쳐 극찬받았다. 판타지적 요소 또한 가진 작품이지만, 현실에 발붙여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데에는 강말금의 생활 연기가 큰 공을 세웠다.
     
    대체 어디서 무얼 하다 이제서야 나타난 신인일까. 그 사연을 듣자면 영화 한 편, '인간극장' 뚝딱이다. 부산 출신으로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대학교 시절 연극 동아리 회장을 맡았으며, 대학교 졸업 후에도 선뜻 배우가 되려는 결심이 서지 못해 매일 방황했다. 그러다 서른 살에 극단에 들어가 별별 일을 다 해봤고, 마흔 살에 '82년생 김지영' 김도영 감독의 단편 영화를 찍으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만난 이가 찬실이다. 버텨내는 낮과 고민하는 밤을 10여년 보내고 나니 배우로 불릴 수 있게 됐다.
     
    강말금과 백상 이후 넉 달 만에 만나 술잔을 기울였다. 자서전 하나 나올 만큼의 서사를 가진 그이지만 알고 보면 그냥 옆집 언니다. "소주는 마치 헤어진 애인 같다"며 소주잔 비우기를 멈추지 않았고, "다이어트 해야 한다"면서 요즘 즐겨 하는 '홈트'를 소개했다. 얼마 전에 배우 배두나를 만나서 전화번호를 교환했다며 자랑했고, 동네 뒷산 산책의 즐거움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마무리로는 연애 상담까지. 배우이자 옆집 언니 강말금과의 취중 수다는 밤까지 끝나지 않았다.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드는 것도 쉽지 않을 거예요.
    "영화를 찍을 땐 모니터링을 할 시간이 있어요. 찍힌 각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걸 체크해서 고칠 수 있어요. 드라마는 아니에요. 모니터링할 여유가 없어요.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그래서 대단한 것 같아요. 예쁘게 보여야 하는데 또 연기도 잘해야 해요. 모두에게 만족을 줘야 하죠. 정말 어려워요."
     
    -연기를 하지 않을 때는 뭘 하나요. 
    "그냥 집안일 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가요.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배가 고프니까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요. 하하. 일어나서 공복으로 동네 뒷산에 갔다 와서, 식사를 하면 벌써 오후 2시에요. 그러다 어영부영 해가 져요. 급하게 운동을 하고 저녁 식사까지 챙겨 먹으면 하루가 끝나요."
      
    -예명인 강말금, 참 예쁜 이름이에요. 
    "국문과를 나왔는데, 과 친구가 예명으로 지었던 이름이에요. 그 친구가 인터넷 사이트 같은 데서 쓰던 닉네임이었는데 안 쓰기에 달라고 했죠. 당시에 저는 모래를 이름으로 활동했죠. 모래라니, 좀 웃기죠? 하하하. 말금이라는 이름이 조금은 촌스럽기도 해서 좋아요. 엄마는 세련된 이름이 아니라 싫어했지만요. 20대에 제가 지질하게 지내서, 새 이름으로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어요. 처음엔 다른 이름을 가진다는 게 민망했어요. 주변 사람들이 불러주기 시작하니까, 또 그게 제 이름이 되더라고요."  
     
    -연극은 계속할 예정인가요.  
    "무대에 설 수 있으면 계속 서고 싶어요. 사실 연극을 했다고 하긴 민망해요. 시간적 이유로 출연 거절을 몇 차례 한 적도 있고요. 그래도 살면서 계속 연극 무대에는 서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연극 연습을 하는 거 자체가 정말 좋아요."
     
     
     
    -이제 결혼을 생각할 나이이기도 하죠. 
    "혼기를 놓친 것 같아요. 김초희 감독님과 '우리 혼기 놓쳤다'는 이야기 많이 해요.(웃음) 그 깨달음을 얻은 때가 38살이었어요. 주변에 '소개팅 좀 시켜줘'라고 엄청 졸랐죠. 뒤늦게 연기를 시작하고 극단에 들어가고, 그런 과정이 길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비혼을 선언한 적도 없고, 아이를 낳지 않을 거라고 선언한 적도 없어요. 연극만 했는데 그렇게 됐어요. 너무 늦게 깨달은 거죠. 소개팅을 많이 했는데, 좋은 분이 나와도 제가 마음이 안 가더라고요. 대화가 잘 안 통해서요. 그러다 마흔셋이 됐으니, 혼기를 놓쳤죠."
      
    -차기작이 줄줄이 대기 중이라고요.  
    "영화 '소울메이트'에 잠깐 나와요. 드라마 '날아올라라 나비'는 특별출연이에요. '마우스'라는 드라마에도 나오는데, 분량은 적어요. 독립영화도 하나 찍을 예정이고,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에도 잠깐 나올 예정이에요. 참, '고요의 바다' 고사 자리에서 배두나 씨를 만났어요. 정우성 선배 만난 것보다 더 좋았어요.(웃음) 전화번호도 받았어요. 자랑하고 싶어요. 으하하. 정우성 선배는 실제로 보니 눈이 엄청 크시더라고요. 백상 자리에서도 진짜 많은 톱스타 분들이 계시는데, 정우성 선배만 눈에 보였어요. 멀리서 봐도 '딱 정우성'이죠."
     
     
     
     
     
    -정말 바쁘네요.
    "그래도 '미씽'이 끝나서 한숨 돌리고 있어요. 네, 뭐 물고기도 한 철이고요.(웃음) 그동안 땅만 팠으니까 더 열심히 해야죠."'
     
    -늦게 시작한 연기로 여기까지 왔잖아요. 나이나 시기 때문에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조언해본다면요. 

    "저는 참 힘들었어요. 지금은 좋은 때죠. 사람들이 배우라고 믿어주니까요. 예전엔 누가 나를 배우라고 불러줬으면 했어요. 그게 뭐라고 그렇게 되고 싶었을까요. 그게 뭐라고 그게 되기 위해서 엄마도 버리고 언니도 버리고. 그런 고민을 하면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갈등의 시간이 행동하는 시간보다 길었던 것 같아요. '그 과정이 그렇게 가치 있었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복잡해요. 쉽지 않아요. 근데 그냥 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이렇게 복잡하게 말하지만, 윤여정 선생님이 '찬실이는 복도 많지' GV에서 하신 말이 있어요. '안 하면 후회하니까 해!'라고요." 
     
    조연경·박정선 기자  
    사진=박세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