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군필이야” 3000만원 BJ 송금하는 초등생 막을 수 있나

    ”나 군필이야” 3000만원 BJ 송금하는 초등생 막을 수 있나

    [일간스포츠] 입력 2020.11.05 17:12
    글자크기
    글자크기 키우기 글자크기 줄이기
    아마존닷컴에서 만든 게임 전문 스트리밍 서비스인 트위치. 홈페이지 캡처

    아마존닷컴에서 만든 게임 전문 스트리밍 서비스인 트위치. 홈페이지 캡처

    최근 11세 초등생이 실시간 방송 애플리케이션 '하쿠나라이브'를 통해 BJ에게 1억3000만원을 송금해 논란을 일으켰다. 부모의 동의 없이 이뤄지는 미성년자의 거액 결제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관련 규제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쿠나라이브 앱은 14세 이상만 쓸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의 당사자인 A양은 어머니 휴대전화를 이용해 BJ 여러 명에게 총 1억3000만원을 후원했다. A양의 아버지는 하쿠나라이브 측으로부터 "우리는 플랫폼일 뿐 BJ 동의 없이 환불해 줄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이후 A양의 아버지는 하쿠나라이브 측에서 마련해 준 BJ들과의 줌(zoom) 미팅을 통해 1억원가량을 환불받기로 했다. 그러나 가장 많은 후원을 받은 BJ는 "4000만원을 이미 써버렸다"며 환불을 거부했다. 결국 하쿠나라이브가 BJ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환불해주기로 하면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혹시 몇살이세요?"

    미성년자의 거액 인터넷 송금 사례는 종종 발생했다. 지난 5월 인터넷 방송 중계 서비스 '트위치'에서는 10명 내외의 스트리머(streamer·인터넷 방송인)가 14세 중학생에게 후원금 총 3000만원가량을 돌려줬다.
     
    당시 14세 중학생은 스트리머에게 '나는 군필이다' '일 때문에 지금 퇴근했다'는 등 자신이 성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거금을 후원해 트위치계의 '큰 손'으로 불렸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며 미성년자란 사실이 드러났다. 스트리머들은 중학생의 자필 사과문을 받고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 일부를 돌려줬다. 이후 한때 온라인 방송 진행자 사이에선 큰돈을 후원하는 사용자에게 "혹시 몇살이세요?"라고 묻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한 스트리머는 사건과 관련해 "(이 사례를 계기로) 어린아이들이 '환불이 되긴 하는구나'하고 쉽게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후원자의 장단에 맞춰 엉덩이를 흔들다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환불을 요청하면) 다시 돌려줘야 하냐"고 토로했다.
     
    14세 중학생이 트위치 스트리머에게 쓴 사과문. 트위치 캡처

    14세 중학생이 트위치 스트리머에게 쓴 사과문. 트위치 캡처

    본인 확인 절차 강화해야

    5일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앱 과금과 관련한 미성년자 환불 사건 접수는 최근 4년 사이 3600건에 달한다. 민법 제5조 1항에 따르면 미성년자가 법률행위를 할 때는 법정대리인(부모)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법조계에선 미성년자가 BJ에게 후원하는 행위도 '법률행위'에 해당하고,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없었기 때문에 취소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배근조 변호사(모두의 법률)는 "400만원과 4000만원의 차이도 제대로 몰랐을 것이다. 미성년자기 때문에 의사 결정에 미숙하니까 대리인으로 부모가 있고 금액이나 결제할 때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이뤄진 결제기 때문에 카카오페이 등 지급 방식에서 문제를 찾기는 어렵다. 플랫폼 자체에서 미성년자 확인 절차를 강화하는 등 실효성 있는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8년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업계는 개인방송의 사행성 문제로 결제 한도를 하루 3000만원에서 100만원 이하로 하향했다. 방통위가 배포한 '인터넷개인방송 유료후원 아이템 결제 관련 가이드라인'은 한도를 초과해 유료후원 아이템의 충전이나 선물이 이뤄지지 않도록 인터넷방송 사업자가 기술적 조치를 마련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자율 규제' 수준이라 피해 사례가 이어졌다.  
     
    현재 인터넷 방송 플랫폼이 아닌 대리결제 쇼핑몰을 통해 산 별풍선, 구글 기프트카드, 모바일 게임 아이템으로도 후원할 수 있어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