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의심하지 않았다” 안나린의 근거 있는 자신감

    “우승 의심하지 않았다” 안나린의 근거 있는 자신감

    [일간스포츠] 입력 2020.11.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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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중반의 늦은 나이에 만개한 안나린. 김상선 기자

    20대 중반의 늦은 나이에 만개한 안나린. 김상선 기자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첫 우승 때 전혀 놀라지 않았다”고 말했다. 2020년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안나린(24)도 그랬다. 18일 그를 만났다.
     
    안나린은 골프를 늦게 시작했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단발머리인 그는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가족과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그 뒤로 여행하며 일하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 부모님이 알려준 몇 가지 직업 중 하나가 골프선수였다”고 소개했다.
     
    한국에서 프로 지망생은 대부분 초등학교 저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다. 안나린은 4~5년 늦었다. 늦은 시작 자체도 불리하지만, 또래에게 뒤처져 생기는 조바심이 더 큰 적이다. 1996년 1월생인 그는 1995년생과 함께 학교에 다녔다. 고진영, 김효주 등 한국 여자골프의 황금세대와 동기다.
     
     
    지난달 오텍 캐리어 챔피언십에서 프로 데뷔 93경기 만에 첫 우승한 모습. [뉴스1]

    지난달 오텍 캐리어 챔피언십에서 프로 데뷔 93경기 만에 첫 우승한 모습. [뉴스1]

    안나린의 어머니 이미정 씨는 “우리 아이가 똑딱이 (골프를) 할 때 다른 선수들은 날아다녔다. 다른 아이들 따라가기 바빴다”고 말했다. 부모는 안나린이 열등감을 느끼지 않게 애썼고, 본인도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안나린은 “언젠가 잠재력이 발휘될 때가 올 거라 믿었다. 20대 중반쯤이면 될 거라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안나린은 2년여 2부 투어에서 담금질하고 2017년 1부 투어에 올라왔다. 20대 중반인 올해 두 차례 우승했다. 다승 공동선두이고, 상금 랭킹은 4위다. 첫 우승인 오택캐리어 챔피언십은 아슬아슬했다. 최종라운드를 10타 차 선두로 시작했는데, 후반 2타 차까지 쫓겼다. 당시 현장은 술렁였다. 뒤집힐 경우 안나린이 받을 충격을 걱정했다. 모두가 염려했는데, 정작 본인은 경기 후 “담담했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 우승할지는 몰랐지만, 우승한다는 자체는 의심하지 않았기에 흔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달 후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두 번째 우승 한 모습. [뉴스1]

    한 달 후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두 번째 우승 한 모습. [뉴스1]

    늦은 출발에도 성공을 믿은 근거는 뭘까. 안나린은 “운동은 자신 있었다. 어릴 때 태권도를 했는데, 큰 상도 많이 받았다. 골프도 열심히 하면 안 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미소 지었다. 교만함이 아닌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었다. 물론 태권도를 잘했다고 골프를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자신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고, 흔들리지 않고 달려 결국 최고가 됐다. 어머니 이씨는 “태권도 시범단 활동과 큰 대회 대련을 통해 정신력도 좋아진 것 같다”고 짐작했다.
     
    안나린은 다음 달 US오픈에 출전한다. 태극마크를 달아본 적이 없는 그로서는 첫 해외 원정대회다. 그는 “성적보다는 LPGA 투어 진출을 위해 뭘 더 준비해야 할지 배우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LPGA 투어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일단 우승이 목표고, 최저타수상 등도 받고 싶다. 또 30대 중후반까지 뛰고 싶다”고 말했다. 72승의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은 25세에 LPGA 투어에서 처음 우승했다. 안나린도 대기만성을 꿈꾼다.
     
    안나린의 취미는 노래 부르기다. 그는 “왁스의 ‘화장을 고치고’ 같은 2000년 전후로 나온 발라드를 좋아한다. 동생과 함께 노래방에 가서 소리 지르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가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딸이 퍼트를 잘하는 건 음악(리듬감)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프 선수 중에는 타이거 우즈를 좋아한다. 안나린은 “샷 메이킹과 쇼트게임, 퍼트 등이 다 좋은데, 탄도를 자유자재로 하는 게 가장 멋지다. 낮은 드로는 폴로스루 때 허리에서 스윙을 끊으면서 낮게 헤드를 돌리는 느낌이다. 지난해 벙커에서 나무를 피해 오른쪽으로 90도 돌려치던데, 페이스를 완전히 열린 상태로 두고 헤드를 밖으로 빼주는 샷을 하더라. 나도 그런 샷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호준 골프전문 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