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 시리즈 vs 김재호 시리즈

    양의지 시리즈 vs 김재호 시리즈

    [중앙일보] 입력 2020.11.2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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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는 ‘양의지 시리즈’와 ‘김재호 시리즈’로 크게 갈리는 모양새다. NC 다이노스 포수 양의지(33)와 두산 베어스 유격수 김재호(35)가 두 팀의 운명을 뒤흔들고 있다.
     
    양의지. [연합뉴스]

    양의지. [연합뉴스]

    정규시즌 우승팀 NC와 플레이오프(PO)를 거쳐 올라온 두산은 KS 4차전까지 2승 2패로 팽팽히 맞섰다.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시리즈 주도권이 걸린 KS 5차전에 나선다. 2차전 선발 구창모(NC)와 크리스 플렉센(두산)이 선발 재대결을 펼친다. 그런데 관심은 양의지와 김재호의 ‘KS 최우수선수(MVP) 경쟁’에 더 집중되고 있다. 팀이 우승해야 받을 수 있는 상이다.
     
    양의지는 NC가 승리한 4차전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뽐냈다. 4번 타자로 나와 결승 타점과 쐐기 득점을 기록했다. 포수로서는 투수를 잘 리드해 무실점 승리(3-0)를 연출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KS는 시작 전부터 ‘양의지 시리즈’가 될 것으로 여겨졌다. 2016년 두산에서 KS MVP에 올랐던 양의지가 처음으로 친정팀과 우승 트로피를 놓고 겨루기 때문이다. 양의지는 NC에서 중심 타자와 주전 포수, 주장을 맡고 있다. 어깨가 무겁다.
     
    예상대로 양의지 활약에 따라 승패가 좌우됐다. 잘해도 그랬고, 못해도 그랬다. 시리즈 초반까지는 ‘못한 쪽’이었다. 1차전에서는 타격 방해로 두산에 추격 빌미를 줬다. 2차전에선 에런 알테어의 희생플라이 때 득점을 시도하다 홈에서 아웃됐다. 3차전에서는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고, 불펜 임정호의 폭투를 막지 못해 역전패를 허용했다.
     
    NC 관계자는 “양의지가 3차전 도중 크게 자극받은 거 같다. ‘이러다가 진짜 우승을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승리욕이 생긴 듯, 이후 잘 웃지도 않았다”고 귀띔했다. 양의지는 3차전 중반 선수들을 모아 이례적으로 주장 주재 미팅을 했다.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도록 끌어 올리자”고 다독였다는 후문이다.
     
    김재호. [연합뉴스]

    김재호. [연합뉴스]

    NC 선수들은 4차전에서 주장의 당부대로 했다. 양의지도 결승타와 빈틈없는 포수 수비로 모범 사례를 보여줬다. 결승타의 주인공이 받는 ‘농심 오늘의 깡’을 수상한 뒤에도 특유의 느긋한 미소 대신 진지한 표정을 유지했다. “2승 2패로 시리즈 전적을 맞춘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5차전을 잘 준비하겠다”는 각오만 남겼다.
     
    김재호는 양 팀을 통틀어 이번 KS 최고 타자다. 두산이 이긴 2, 3차전에서 두 경기 연속 결승타를 쳐 데일리 MVP와 ‘농심 오늘의 깡’을 휩쓸었다. 그동안 받아간 상금과 부상만 400만원 상당이다. 2차전에선 포스트시즌 79경기 만에 첫 홈런도 쳤다.
     
    늘 팀 내야 수비의 중심이었던 김재호는 공격만큼은 다른 거포에 맡기곤 했다. 그랬던 그가 이번 KS에서는 스스로 ‘해결사’로 나섰다. 호세 페르난데스, 김재환, 오재일, 정수빈 등 왼손 타자가 즐비한 두산 타선에서 몇 안 되는 오른손 타자로 존재감을 뽐낸다. 패한 4차전에서도 팀 타선의 자존심을 살렸다. 두산이 NC를 상대로 친 안타 3개는 모두 김재호의 배트에서 나왔다. 이번 KS 4경기 성적은 타율 0.583(12타수 7안타), 6타점, 3득점. 그는 그래도 “경기의 주인공 자리는 후배들에게 넘겨주고 싶다. 난 정말 우승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