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가을야구, 미래의 씨앗을 뿌리다

    2020 가을야구, 미래의 씨앗을 뿌리다

    [일간스포츠] 입력 2020.11.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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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소형준(왼쪽부터)·NC 송명기·두산 김민규. IS포토

    KT 소형준(왼쪽부터)·NC 송명기·두산 김민규. IS포토

     
    수확의 계절 가을, 그리고 포스트시즌(PS). 11월의 끝자락에 한국 야구는 '미래의 영건' 씨앗을 뿌렸다.
     
    한국 야구는 새로운 대형 투수 등장에 목말라 있다. 그동안 류현진(33·토론토)·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그리고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하는 양현종(KIA)이 10년 넘게 대표팀 마운드를 책임졌다. 이들의 활약을 발판 삼아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다. 최근에는 이들을 대신할 새로운 자원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가을, PS에 진출한 팀에서 대표팀 마운드를 책임질 차세대 에이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선두주자는 KT 소형준(19)이다. '신인상 0순위' 소형준은 소속팀 사령탑은 물론. 상대 팀 감독에게도 극찬을 받았다. 지난 9일 열린 두산과 플레이오프(PO) 1차전에 예상을 깨고 선발 투수로 낙점됐다. 올해 데뷔한 신인에게 부담감이 큰 1차전의 중책을 맡겨 우려를 샀으나, 소형준은 보란 듯이 6⅔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국가대표급 투수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내 선수 시절보다 훨씬 나은 투구였다. 이 이상의 칭찬은 어려워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적장' 김태형 두산 감독도 "소형준을 (KT의) 1선발로 봐도 되겠더라. 경기 운영을 보면 더 그렇다"며 감탄했다.

     
    PO 1차전에서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겨, KT가 1승 2패로 탈락 위기에 몰린 4차전 승부처에서도 소형준은 중용됐다. 0-0이던 4회 2사 1루에서 첫 타자 최주환에게 결승 2점 홈런을 맞고 고개를 떨궜지만, 등판만으로도 벤치의 믿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소형준은 이번 PS에서 9이닝 4피안타 1실점 7탈삼진을 기록했다. 정규시즌 국내 투수 최다승(13승 6패, 평균자책점 3.86)의 위력을 보여줬다.
     
    뜨거운 승부가 한창인 한국시리즈(KS)에서도 마운드 영건이 탄생했다. 프로 입단 2~3년 차 NC 송명기(20)와 두산 김민규(21)는 처음 밟은 가을 무대에서 정규시즌보다 훨씬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로야구 2020 KBO 포스트시즌 두산베어스와 NC다이노스의 한국시리즈 4차전이 21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4차전 3대 0 완승으로 한국시리즈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NC 송명기가 경기 종료 후 데일리 MVP로 선정, 상패들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프로야구 2020 KBO 포스트시즌 두산베어스와 NC다이노스의 한국시리즈 4차전이 21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4차전 3대 0 완승으로 한국시리즈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NC 송명기가 경기 종료 후 데일리 MVP로 선정, 상패들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송명기는 21일 KS 4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NC가 시리즈 전적 1승 2패로 밀려 승리가 절실했던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그는 5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3-0 승리)가 됐다. 2019년 NC 2차 1라운드 7순위로 입단해 올해 선발과 구원으로 9승 3패 평균자책점 3.70을 올린 송명기는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191㎝ 큰 키에서 내리꽂는 최고 구속 150㎞ 직구와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까지 좋다.
     
    김민규는 이번 가을 야구에서 전천후 투수로 맹활약 중이다. 올해 PS 4경기에서 1승 1패 1세이브 1홀드. 11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단 1점만 내줬다. 지난 13일 KT와 PO 4차전 선발 투수 유희관이 1회 초 아웃카운트 1개만 잡고 2·3루에서 내려간 뒤 마운드를 넘겨받아 4⅔이닝 무실점으로 팀의 KS 진출을 이끌었다.
     
    18일 KS 2차전 4-5이던 9회 말 1사 1·2루에 등판한 김민규는 팀의 승리를 매조졌다. 김태형 감독이 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꺼내는 카드다. 21일 4차전에서는 송명기와의 선발 맞대결에서 졌지만, 5⅓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2018년 두산 2차 3라운드 30순위로 입단해 통산 성적 1승 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5.01에 불과했던 그는 두산의 가을 야구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NC와 두산의 경기가 21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 두산 선발 김민규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고척=정시종 기자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NC와 두산의 경기가 21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 두산 선발 김민규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고척=정시종 기자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은 "송명기는 '공 끝'과 경기 운영이 돋보였다. 김민규는 위기 상황에서 등판해 과감한 승부가 아주 좋았다"라고 칭찬했다. 이어 "세 투수를 보면 단순히 운이 따라서 좋은 결과를 낸 게 아니다. 차세대 한국 야구 대표팀 마운드를 이끌 자원으로 기대할 만하다. 앞으로 잘 성장해 대표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라고 했다. 프로 데뷔 후 처음 밟은 이번 포스트시즌의 경험이 또 다른 성장 발판이 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김경문 국가대표 감독도 KS가 열린 고척돔을 찾아 새 얼굴들을 눈여겨봤다.
     
    LG 신인 투수 이민호(19)는 정규시즌 활약에는 못 미쳤지만,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등판해 3⅓이닝 3실점으로 의미 있는 포스트시즌 데뷔전을 가졌다. 영건의 등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완주를 앞둔 2020년 한국 야구가 거둔 또 하나의 소득이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