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우의 포커스 MLB] 흉물 아닌 명물로…야구장을 랜드마크화 시키면 어떨까

    [송재우의 포커스 MLB] 흉물 아닌 명물로…야구장을 랜드마크화 시키면 어떨까

    [일간스포츠] 입력 2020.1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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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LB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 리글리 필드. Gettyimages

    MLB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 리글리 필드. Gettyimages

     
    정규시즌은 물론 포스트시즌까지 끝난 메이저리그(MLB)와 달리 KBO리그는 한창 한국시리즈(KS) 열기로 뜨겁다. 두 리그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즌 개막이 미뤄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즌 일정을 단축(팀당 162경기→60경기)한 MLB와 달리 KBO리그는 팀당 144경기를 모두 소화했다. 현장에선 "무리한 스케줄"이라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일정을 강행했다.

     
    날씨가 꽤 추워진 11월 중순 KS를 치를 수 있었던 건 국내 유일의 돔구장인 고척 스카이돔 덕분이다. 프로 스포츠는 서비스업에 가깝다. 프로야구에서 야구장은 단순히 경기만 즐기는 공간이어서는 안 된다. 야구라는 산업이 고객과 직접 스킨십을 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바로 야구장이다. 그래서 중요하다.
     
    며칠 전 미국 현지에서 깜짝 놀랄만한 뉴스를 들었다.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인 리글리 필드가 국가 랜드마크로 지정됐다는 소식이었다. 1914년 개장한 리글리 필드는 올해까지 106년째 컵스 구단이 홈구장으로 사용 중이다. 직접 가서 본 리글리 필드는 관중석과 기자석은 물론이고 클럽 하우스도 꽤 좁았다. 덩치가 큰 선수들이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 돌아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협소했다.
     
     
    그동안 리글리 필드는 많은 개조와 보강 공사를 진행했지만, 근본적인 불편함까지 해소하진 못했다. 그래도 팀 성적과 관계없이 좌석 점유율이 늘 MLB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컵스는 지역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버스를 빌려 이곳에 와서 리글리 필드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팬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미국에선 건물이나 지역, 구조물 등이 랜드마크로 지정된다. 선정 절차가 꽤 복잡하다. 랜드마크가 되려면 최소 70년 이상의 역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선정된 미국 내 랜드마크는 2600여 곳으로 알려져 있다. 컵스 구단은 2013년부터 리글리 필드의 랜드마크 지정을 신청했다. 꼬박 7년 동안 공을 들였다.
     
    구단주인 리켓 가족은 무려 1100억원 정도를 리글리 필드 개조에 투자했다. 시카고 시에 구장의 중요성과 역사적 가치를 강조하며 보조금 지원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구단주가 사비를 털어 구장에 투자했다. 결국 리글리 필드는 랜드마크로 지정됐다. 리켓 가족이 쓴 개조 비용의 상당 부분은 세제 혜택 등으로 돌려받을 전망이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 펜웨이파크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 펜웨이파크

     
    랜드마크로 선정된 MLB 구장은 보스턴의 홈구장 펜웨이파크에 이어 리글리 필드가 두 번째다. 이미 보스턴 구단은 펜웨이파크가 랜드마크로 지정돼 4000만 달러(445억원)의 세제 혜택을 봤다. 이는 구장 보수와 개조에 투자한 총금액의 20%에 해당한다. 이 혜택은 미 연방을 통한 것이다. 보스턴 구단은 추가로 20%의 주세 감면 혜택도 얻게 된다. 이 가치를 환산하면 4000만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컵스 역시 비슷한 절차를 밟게 될 것이 유력하다.
     
    현재 KBO리그에선 가장 오래된 야구장은 1964년 개장한 한화의 홈구장인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이다. 그다음이 1982년 문을 연 서울 잠실구장이다. 10개의 홈구장 중 2000년대 들어 건설된 구장이 5개에 달한다. 이 중 4개가 최근 6년 사이 개장했다.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도 새 구장 건설을 위한 작업에 이미 착수한 상황이다. 새로운 구장이 문을 열면 38년 차의 잠실구장과 35년 차의 사직구장(롯데)이 가장 오래된 구장이 된다.
     
    신축 야구장은 당연히 쾌적하다. 여러 가지로 편리하다. 하지만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새 구장을 30~40년마다 한 번씩 건설한다면 이는 자칫 세금 낭비가 될 수 있다. 새 구장에 팬을 빼앗긴 야구장은 '역사가 사라진 흉물'로 전락할 수 있다.
     
    야구장이 100년을 버티면서도 흉물이 아닌 명물로 남을 수 있다면, 이는 진정한 마케팅이자 팬들을 위한 좋은 서비스가 될 수 있다. 야구계와 구단은 물론, 지자체에서도 긴 안목을 갖고 동참해야 한다. 야구장에서 추억이 대물림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
    정리=배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