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현 감독이 떠올린 故 구본무 회장과의 추억 그리고 사명감

    류지현 감독이 떠올린 故 구본무 회장과의 추억 그리고 사명감

    [일간스포츠] 입력 2020.1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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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지현 LG 트윈스 신임 감독이 지난 19일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류지현 LG 트윈스 신임 감독이 지난 19일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류지현(49) LG 신임 감독은 지난 19일 "초대 구단주이셨던 고(故) 구본무 회장님께 감사드린다"라는 말로 취임사를 마무리했다. 이후 류지현 감독은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우리 LG 선수단이 구본무 회장님께 못해 드린 게 있다. 바로 우승"이라며 "선수단이 늘 미안함을 갖고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이 때문에 그는 감독으로 취임하면서 구본무 회장께 특별한 인사를 전한 것이다.
     
    구본무 회장의 야구 사랑은 남달랐다. 1995년 그룹 회장에 오르기에 앞서 1990년 창단한 LG 트윈스의 초대 구단주를 맡았다. 2000년대 중반 구단주를 내려놓기까지 1년에 수 차례 경기장을 찾아 트윈스를 응원했다.
     
    1990년 LG트윈스 창단식 당시 구본무 구단주(왼쪽)가 조광식 단장에게 단기를 수여하고 있다. 중앙포토

    1990년 LG트윈스 창단식 당시 구본무 구단주(왼쪽)가 조광식 단장에게 단기를 수여하고 있다. 중앙포토

     
    구본무 회장이 1998년 해외 출장 도중 야구단의 동기 부여를 위해 8000만원 상당의 명품 시계를 구매한 일화는 유명하다. 훗날 LG가 우승하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게 이 시계를 선물로 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LG는 한 번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시계의 주인은 22년 동안 탄생하지 못했다.
     
    류지현 신임 감독은 구본무 회장이 보내준 전폭적인 지지를 기억했다. 그는 "1년에 한 번씩 선수단을 초대해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셨다"라고 밝혔다. 당시 구본무 회장은 경남 진주 단목리에 있는 외가로 LG 선수단을 초청하는 '단목 행사'를 개최, 우승을 기원했다. 류지현 감독은 "그땐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당연한 게 아니었다"라고 했다.
     
    구본무 회장은 선수들 이름을 일일이 기억했다. 1994년 LG에 입단한 류지현 감독은 "당시 구 회장님께서 계열사 사장 이름도 다 모르셨다고 들었다. 그런데 우리 선수단과 악수할 때는 꼭 이름을 불러주셨다"라며 "그룹의 회장님께서 선수단 이름을 기억해주셔서 정말 놀랐다"고 떠올렸다.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 후 환호하는 LG 선수단. IS포토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 후 환호하는 LG 선수단. IS포토

     
    LG는 구본무 회장이 구단주였던 1990년과 1994년 우승 후 정상에 서지 못하고 있다. 류지현 감독은 1994년 입단 첫해 신인왕과 함께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이후에는 우승을 달성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가슴에 품고 있다. 구본무 회장은 그토록 아껴온 트윈스의 우승을 다시 보지 못한 채 2018년 숙환으로 별세했다.
     
    구본무 회장은 선수단 지원과 보상에도 앞장섰다. 류지현 감독은 "당시 LG가 우승한 뒤에도 몇몇 선수들에게 '좋은 일 있을 거야'라고 말씀하셨"라고 전했다. 구본무 회장은 당시 KBO 리그 연봉 상한선 25%를 폐지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류지현 감독은 "1994년 이후 회장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우승 트로피를 안겨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다. 돌아가신 회장님에게 우승을 선물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고 밝혔다. '27년 트윈스맨' 류지현 감독이 사령탑으로 처음 인사를 드리던 날, 구본무 회장을 떠올린 이유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