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의 데이터 야구, 판을 바꿨다

    김택진의 데이터 야구, 판을 바꿨다

    [중앙일보] 입력 2020.11.26 00:03 수정 2020.11.26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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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C는 창단 초기부터 데이터 분석을 도입해 활용했다. 올 한국시리즈에선 타자 데이터 기반 수비 ‘시프트’가 돋보였다. 24일 우승 직후 환호하는 NC 투수 원종현과 포수 양의지(오른쪽). [뉴스1]

    NC는 창단 초기부터 데이터 분석을 도입해 활용했다. 올 한국시리즈에선 타자 데이터 기반 수비 ‘시프트’가 돋보였다. 24일 우승 직후 환호하는 NC 투수 원종현과 포수 양의지(오른쪽). [뉴스1]

    NC 다이노스가 프로야구의 판을 바꿨다. IT기업을 모기업으로 한 팀답게 ‘데이터 베이스볼’로 새로운 챔피언(NC·New Champion)이 됐다.
     
    야구광인 김택진(53) 엔씨소프트 대표이사는 2011년 제9 구단 다이노스를 창단했다. NC 다이노스의 모기업인 엔씨소프트는 소프트웨어 개발사다. 리니지를 비롯한 게임 개발 및 배급으로 성장했다. 김택진 구단주는 야구단에도 IT기업의 DNA를 이식했다. 바로 데이터 야구다.
     
    메이저리그(MLB)에선 세이버메트릭스(야구를 수학·통계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 전문가를 활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NC는 창단 초기 외부에서 영입한 데이터 전문가로 구성된 ‘데이터 팀’을 설치했다.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세이버메트릭스에 능해 야구를 잘 ‘읽는’ 이들을 모았다.
     
    이른바 ‘현장’이라 불리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처음에 “야구를 해봤느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선발 등에서 성과가 보이자 구성원의 생각이 달라졌다. 나중엔 구단 내부에 데이터 팀을 옮겨 전력분석 업무를 맡겼다. 투구와 타구 궤적 프로그램인 트랙맨을 활용한 선수 분석, 전략 수립, 스카우트 등으로 데이터 활용 영역이 넓어졌다. 분석 자료도 숫자 대신 이미지로 만들어 선수단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우승 후 집행검 모형 앞에서 기념 촬영하는 김택진(왼쪽)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뉴스1]

    우승 후 집행검 모형 앞에서 기념 촬영하는 김택진(왼쪽)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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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이동욱(45) 감독이 부임하면서 ‘데이터 야구’에 가속도를 붙였다. NC는 이 감독 선임 당시 “데이터 분석에 능하다는 걸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전력분석 시스템 ‘D-라커’가 대표적이다. NC뿐 아니라 KBO리그 10개 구단 선수의 영상, 기록, 트랙킹 데이터가 담겼다. NC 선수단은 어디서나 쉽게 모바일로 접속해 자료를 본다. 김택진 대표는 2월 전지훈련을 앞두고, 선수와 코칭스태프 전원에게 최신형 태블릿 PC 120대를 지급했다.
     
    한국시리즈(KS)에서도 NC는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타자 성향에 대응해 전통적인 수비 위치가 아닌 곳에 수비수들을 이동시키는 ‘시프트’를 썼다. 대표적인 게 두산 중심타자 김재환과 오재일 타석 때였다. 좌타자인 둘은 당겨치는 스타일이라서 오른쪽으로 향하는 타구가 많다. NC는 둘의 타석 때 3루수 박석민을 1루와 2루 사이에 배치했다. 오재일 타석 때는 2스트라이크가 되면 수비 위치를 바꿀 만큼, 치밀했다. 김재환과 오재일은 수비벽에 갇혀 KS 내내 부진했다.
     
    젊은 기업답게 세리머니도 특별했다. NC 선수들은 우승 확정 직후 김택진 대표 앞에 섰다. 김 대표가 가림막을 걷어 올리자 길이 155㎝인 대형 검이 나타났고, 선수들은 환호했다. 게임 ‘리니지’ 속 아이템인 ‘진명황의 집행검’을 실물로 제작한 것이었다.
     
    집행검 아이디어는 내야수 박민우가 냈고, 김택진 대표가 이를 받아들여 실행에 옮겼다. 김 대표는 포스트시즌 기간 방영된 ‘리니지2M’ 광고에도 출연했다. 금색 가발을 쓴 대장장이로 등장해 검을 제작하는 장면이었다. 결과적으로 김 대표가 제작한 검 모형이 우승 선물이 된 셈이다.
     
    이 세리머니는 해외에서 큰 화제가 됐다. 디애슬레틱은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최고의 트로피가 아니었을까”라고 찬사를 보냈다. 우승 트로피로 오해할 만큼, 인상이 강렬했다. MLB닷컴은 “NC 모기업 엔씨소프트는 온라인게임 회사다. 선수들 모습이 마치 게임에서 마지막 상대를 물리치고서 검을 빼앗는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4일 공개한 올해 포스트시즌 총 예상 수입은 약 38억원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여파로 관중 입장이 10~50%로 제한돼 수입이 크게 줄었다. 운영비 16억8000만원을 뺀 21억원을 포스트시즌 진출 팀에 배당한다.
     
    NC는 정규시즌 우승 상금(20%)을 먼저 받고, 나머지 금액의 50%를 KS 우승 상금으로 받는다. 총액은 12억7000만원. 지난해 두산이 받은 27억원의 절반도 안 된다. 모기업에서 구단에 주는 보너스도 6억350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10개 구단이 배당금의 최대 50%를 주는 것으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NC 선수단의 겨울은 따뜻할 전망이다. 모기업 실적이 좋아 지갑을 활짝 열 거라는 예상이다. 엔씨소프트의 2020년 3분기 실적은 매출 5852억원, 영업이익 2177억원, 당기순이익 1525억원이다. 보너스 지급은 어렵지만, 좋은 고과를 통한 연봉 상승이 예상된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