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맞춤 타격 폼 NC 나성범, 기다려라 MLB

    [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맞춤 타격 폼 NC 나성범, 기다려라 MLB

    [일간스포츠] 입력 2020.11.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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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뀐 타격폼과 함께 NC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두며 성공으로 복귀 시즌을 마친 나성범. 다음 목표는 MLB 진출이다. IS포토

    바뀐 타격폼과 함께 NC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두며 성공으로 복귀 시즌을 마친 나성범. 다음 목표는 MLB 진출이다. IS포토

     
    NC를 창단 첫 한국시리즈(KS) 우승으로 이끈 외야수 나성범(31)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맞춤형 타격 폼'을 앞세워 강속구 투수가 즐비한 미국 메이저리그(MLB) 문을 노크한다.
     
    나성범은 2019시즌을 앞두고 변화를 선택했다. 타격 폼에 손을 댔다. 준비 동작에서 배트를 쥔 두 손의 위치를 귀 높이에서 가슴 쪽으로 내렸다. 테이크 백(스윙하기 전 배트를 뒤쪽으로 약간 빼는 동작)을 줄이겠다는 의도였다. 테이크 백이 길면 힘을 실어 타격할 수 있지만, 스윙 궤적이 커진다. 그만큼 강속구에 대응하기 어렵다. 그는 "손의 위치를 달리한 건 타격 과정을 간소화해 빠른 공에 대처하기 위한 시도였다"고 했다.
     
    굳이 변화를 줄 이유가 없었다. 나성범은 2018년 144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318, 23홈런, 91타점을 기록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정상급 왼손 타자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는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MLB 진출을 꿈꾸면서 그는 빠른 공 대처 능력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KBO 공식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2016년 나성범은 시속 145㎞ 이상 패스트볼 타율이 0.228에 불과했다. 시즌 타율(0.309)과 차이가 꽤 컸다. 2017년과 2018년 기록이 크게 향상됐지만, 그는 만족하지 않았다. '완성형 타자'로 가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했다.
     
    타격 폼을 바꾼 성과를 바로 확인하진 못했다. 지난해 5월 3일 경기 중 3루 슬라이딩을 하다 나성범의 오른 무릎이 심하게 꺾였다. 이틀 뒤 오른 무릎 전방십자인대 및 내측 인대 재건술과 바깥쪽 반월판 성형 수술을 동시에 받았다. 23경기만 치르고 시즌 아웃.
     
    나성범은 바뀐 타격 폼으로 두 번째 시즌을 보냈다. 성과는 만점이다. 시속 145㎞ 이상 패스트볼 타율이 0.350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시속 145㎞ 미만 패스트볼 타율(0.348)보다 수치가 더 높을 정도로 올 시즌 빠른 공 대처를 잘했다.
     
    KS에서도 위력이 입증됐다. 1차전 첫 타석부터 두산 라울 알칸타라의 시속 153㎞ 패스트볼을 받아쳐 결승 타점을 뽑았다. 5회 말에도 시속 147㎞ 패스트볼을 공략했다. 4차전에선 크리스 플렉센의 시속 151㎞ 패스트볼을 안타로 만들었다. 강속구를 장착한 두산 외국인 투수들을 상대로 놀라운 집중력을 보였다. 그가 시리즈 6경기에서 고타율(0.458)을 기록한 비결 중 하나였다.
     
     빠른 공 공략을 위해 타격 과정을 간소화한 나성범. 테이크 백을 줄이며 타격폼이 간결해졌고, 손의 위치를 조정해 타격 타이밍을 빠르게 만들었다. 사진 왼쪽은 지난 2015년 나성범이 스윙 연습 장면. 당시 나성범의 손은 귀까지 올라와있다. 오른쪽은 2020년 스프링캠프 당시 바뀐 타격폼으로 타석에 들어선 나성범의 모습.

    빠른 공 공략을 위해 타격 과정을 간소화한 나성범. 테이크 백을 줄이며 타격폼이 간결해졌고, 손의 위치를 조정해 타격 타이밍을 빠르게 만들었다. 사진 왼쪽은 지난 2015년 나성범이 스윙 연습 장면. 당시 나성범의 손은 귀까지 올라와있다. 오른쪽은 2020년 스프링캠프 당시 바뀐 타격폼으로 타석에 들어선 나성범의 모습.

     
    테이크 백을 줄이면 장타력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힘이 덜 실리니 펀치력이 떨어지는 걸 감수해야 한다. 나성범은 조금 다르다. 이호준 NC 타격코치는 "나성범의 타격 폼이 더 간결해졌다. 손의 위치를 조정해 타격 타이밍을 빠르게 만들었다. 타격 포인트가 앞에 형성돼 장타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줄어든 테이크 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배트 회전력 감소를 나성범은 엄청난 힘으로 극복해냈다. 배트 제원(길이 34인치, 무게 900g)은 그대로이지만,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한 결과다. 바뀐 폼으로 첫 번째 풀타임을 소화한 올 시즌, 나성범은 커리어 하이인 34홈런을 때려냈다.
     
    MLB에는 시속 100마일(160.9㎞)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들도 꽤 많다. KBO리그에서 경험한 공보다 빠르다. 바뀐 타격 폼이 어떤 성과를 낼지 미지수다. 하지만 나성범은 만족감과 자신감을 느끼고 있다.
     
    그는 남다른 마음으로 이번 KS를 준비했다. 이동욱 NC 감독이 지난 16일 열린 KS 미디어데이 인터뷰에서 "나성범이 'MLB 진출을 선언하기 전 팀에 좋은 선물을 안기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나성범은 비공개 경쟁입찰인 포스팅 자격(7년)을 충족해 해외 진출이 유력한 상황. 그는 일찌감치 MLB 슈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를 계약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창단 첫 통합우승이라는 금자탑을 달성한 24일 KS 6차전이 NC 유니폼을 입고 뛴 그의 마지막 경기로 남을 수 있다.
     
    NC 구단은 조만간 나성범 측과 포스팅 일정을 협의할 계획이다. 약속대로 구단에 좋은 선물(챔피언 트로피)을 안긴 나성범이 바뀐 타격 폼으로 MLB에 도전장을 내민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