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처음으로 눈물이 났다”…코치로 4년 전 굴욕 갚은 이호준 코치

    ”이번엔 처음으로 눈물이 났다”…코치로 4년 전 굴욕 갚은 이호준 코치

    [일간스포츠] 입력 2020.11.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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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 전 아픔을 뒤로하고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한 이호준 NC 타격코치. IS포토

    4년 전 아픔을 뒤로하고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한 이호준 NC 타격코치. IS포토

     
    "이번엔 처음으로 눈물이 났다."
     
    이호준(44) 타격코치는 NC를 창단 첫 통합우승으로 이끈 숨은 조력자 중 한 명이다.
     
    이동욱 NC 감독은 올 시즌 한국시리즈(KS)를 앞두고 '타격' 고민이 컸다. 정규시즌 종료부터 KS 1차전까지 휴식일이 16일(11월 1일~16일)이나 됐다. 창단 첫 KS 무대에 직행한 만큼 대부분의 선수도 '장기 휴식'이 생소했다. 기우였을까. NC 타자들은 KS 6경기에서 팀 타율 0.295를 기록했다. 0.219에 그친 두산 타선을 압도했다. 이 감독은 KS 우승을 확정한 뒤 "이호준·채종범 두 타격코치가 준비를 잘 해줬다"고 공을 돌렸다.
     
    이호준 코치에게도 이번 KS는 의미가 컸다. 이 코치는 NC가 창단 첫 KS 무대를 밟은 2016년 주축 선수였다. 당시 NC는 두산을 상대로 KBO리그 역대 7번째 'KS 4전 전패'를 당했다. 4경기에서 KS 역대 최저인 총 2점밖에 뽑아내지 못하는 굴욕을 당했다. 이호준 코치도 시리즈 타율 0.111(9타수 1안타)로 부진했다. 4년 만에 찾아온 설욕의 기회. 선수가 아닌 코치로 역할은 달랐지만, 누구보다 KS에 집중했다.

     
    이호준 코치는 "중심타자가 중요한 경기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낼 때는 홈런을 비롯해 큰 타구를 강하게 의식할 때더라. 내가 선수 때 겪었던 경험을 선수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6년 KS가 딱 그랬다. 에릭 테임즈, 박석민을 비롯해 강타자가 즐비한 NC였지만 이상하리만큼 힘을 쓰지 못했다. 이호준 코치도 마찬가지였다. 일발 장타를 의식해 큰 스윙으로 일관하다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다.  

     
    올 시즌 KS를 앞두고 이호준 코치가 주목한 건 나성범이었다. 팀의 간판타자인 나성범은 시즌 34홈런을 때려낸 거포. 두산 타자들의 경계 대상 1호였다. 하지만 홈런을 너무 의식해 스윙이 커지면 4년 전 악몽이 떠오를 수 있었다. 나성범도 2016년 KS에서 타율 0.143(14타수 2안타)로 고전했던 기억이 있다.

    이 코치는 "성범이가 정규시즌 동안 많은 홈런을 쳤지만, KS에서는 시즌과 같은 스윙을 할 경우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간결한 스윙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공 스피드를 빠르게, 느리게 모두 연습시켰다"며 "홈런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출루를 많이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얘기했다. 감독님도 비슷한 내용을 주문해주셨다. 선수가 준비를 잘해줘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나성범은 이번 KS에서 타율 0.458(24타수 11안타)로 맹타를 휘둘렀다.
     
    이호준 코치는 현역 시절 굵직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통산 홈런이 337개로 오른손 타자 역대 3위(1위 최정·368개)이다. 1997년 해태에서 데뷔해 2000년 SK로 트레이드됐다. 20세기와 21세기를 대표하는 두 팀에서 모두 뛴 유일한 선수다. SK 왕조 시절 중심타자로 2007년과 2010년 KS 우승 반지(2008년 무릎 부상으로 KS 엔트리 제외)를 끼었다.
     

    2012년 11월 FA(자유계약선수)로 NC 이적한 뒤 팀의 정신적 지주로 자리했다. 2015년 6월 역대 최고령 300홈런을 때려냈다. 2016년에는 KS 역대 최고령 경기 출전 기록(40세 8개월 25일)까지 세웠다. 2017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 1년 지도자 연수를 다녀온 뒤 2019시즌부터 1군 타격코치로 이동욱 감독을 보좌하고 있다.
     
    이호준 코치는 NC 구단의 산증인이다. 2013년 4월 창단 첫 1군 경기 4번 타자였다. 통합우승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지도자가 되니 선수들이 이 자리에 서기까지 노력한 모습이 보이더라. 우승하고 선수들이 마운드에서 눈물 흘리는 걸 한 발짝 떨어져 봤다. 우리 선수들이 그동안 피땀 흘리며 노력한 모습이 떠오르더라"며 "선수로 KS를 자주 경험해 봤지만 사실 한 번도 운 적이 없다. 이번엔 처음으로 눈물이 났다"고 감격해 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