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브도 척척…‘리시브 달인’ 이시몬·오재성

    강서브도 척척…‘리시브 달인’ 이시몬·오재성

    [중앙일보] 입력 2021.01.1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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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갑내기 이시몬(오른쪽)과 오재성은 남자배구 최고 수비 콤비다. 이시몬이 서브 리시브 1위, 오재성이 2위다. 개막 7연패를 당한 소속팀 한국전력은 반전으로 봄배구을 노린다. 김성룡 기자

    동갑내기 이시몬(오른쪽)과 오재성은 남자배구 최고 수비 콤비다. 이시몬이 서브 리시브 1위, 오재성이 2위다. 개막 7연패를 당한 소속팀 한국전력은 반전으로 봄배구을 노린다. 김성룡 기자

    프로배구 V리그 ‘돌풍의 팀’ 한국전력이 달라진 수비력을 뽐내고 있다. 레프트 이시몬(1m95㎝)과 리베로 오재성(1m75㎝, 이상 29), 동갑내기 친구인 두 선수가 주인공이다.
     
    남자배구의 주요 화두는 ‘서브’다. 강서브로 상대 수비를 흔들어 반격하기 어렵게 만드는 게 관건이다. 한국전력은 수비 걱정이 없다. 12일 현재 이시몬이 서브 리시브(성공률 47.09%) 1위, 오재성이 2위(46.90%)다. 두 사람은 공격력에 비해 수비력(서브 리시브 성공률 12.54%)이 떨어지는 카일 러셀을 잘 받쳐준다.
     
    두 선수는 익산 남성중-남성고를 함께 다녔다. 오재성이 중학교 때 1년 유급해 선후배 사이가 됐지만, 친구처럼 지낸다. 이시몬은 “초등학교 때부터 알던 사이다. 전에는 오재성에게 선배 대접을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말도 스스럼 없이 하고, 서로 툭툭 칠 만큼 허물없이 지낸다”며 웃었다.
     
    오재성은 중학교 때부터 몸놀림이 날렵해 리베로를 맡았다. 남성고 시절 밥먹듯 우승했고, 성균관대 시절에는 권준형(32)·서재덕(32)·전광인(30)과 함께 뛰었다. 오재성은 "사실 리베로가 재밌진 않았다. 살아남기 위해 리베로가 된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2014~15시즌 직전 드래프트에서 리베로로는 처음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아 한국전력에 입단했다. "설마 했는데 1순위가 되어 정말 좋았다"는 오재성은 신인왕까지 차지했다. 
     
    이시몬도 살기 위해 변신했다. 중고교 시절 날개 공격수로 뛰었고, 대학 때 포지션을 센터로 바꿨다. 3학년 때 1년간 레프트로도 뛰었다. 이시몬은 “센터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레프트 경력은 1년인데도 OK저축은행(2라운드 1순위)에서 뽑아줬다. 프로행이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꿈 같았다”고 말했다.
     
    이시몬은 OK저축은행에서 송명근·송희채 등에 밀려 주로 벤치를 지켰다. 그의 배구인생이 달라진 건 지난해 여름이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이시몬은 오재성의 전화를 받았다. “군대 언제 가냐? (입대) 미루고, 같이 뛰자. 곧 연락 갈 거야.” 그를 눈여겨 본 장병철 감독이 오재성을 시켜 연락한 거였다. 그는 “FA가 됐지만 별다른 기대가 없었다. 장 감독님이 믿어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연봉 1억3000만원. 하지만 활약은 고액 FA 못지 않았다.
     
    오재성은 프로선수가 된 뒤 지난 시즌 가장 부진했다. 군 복무(국군체육부대)를 마치고, 시즌 도중 합류한 탓이었다. 그는 “군에서 처음엔 편하게 지냈는데, 점점 절실해졌다. 말년휴가 때 공 20개를 가지고 부대에 돌아갔다. 상무가 출전하는 실업리그 사용구와 프로 공인구가 다르다. (복귀 후) 빨리 적응하려고 그랬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오를 잊지 않고 그는 이번 시즌 리베로 최고 연봉자(3억원)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19~20시즌 최하위 한국전력은 올해 올 시즌 개막전부터 7연패에 빠졌다. 두 사람은 "컵 대회 우승 이후 자신감이 '너무' 올라갔다. 그러다 연패가 길어졌는데, 팀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한국전력은 승부수를 띄웠다. 유망주들을 내주고, 신영석·김광국·황동일을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이시몬은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실제로 트레이드 이후 한국전력은 10승 3패를 기록했다. 종합전적 10승 10패(승점 31). 3위 OK금융그룹(14승 7패, 승점 37)에 바짝 다가서 있다. 봄배구 진출 가능성도 충분하다. 
     
    두 선수에게 포스트시즌은 ‘꿈의 무대’다. 오재성은 입단 후 포스트시즌에 두 차례 나갔지만, 1승도 못 거뒀다. 이시몬은 OK저축은행 시절 우승 경험이 있지만, 한 세트 출전뿐이었다. 이시몬은 “사실 언제 들어가 뛰었는지 기억도 안난다. 코트 위에서 우승 순간의 기쁨을 맛보고 싶다”고 말했다. 오재성은 “(박)철우 형, 영석이 형, 동일이 형은 우승 경험이 있다. 시몬이랑 내가 궂은 일을 하면 분명히 우승까지 갈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서로에게 격려의 한마디를 부탁했다. 쭈뼛쭈볏하던 두 사람은 진심을 이야기했다.
    "이제 중반까지 왔는데, 남은 반도 지금처럼 잘 하고, 팀이 올라가게끔 노력해보자." (오재성)
    "너랑 함께여서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고맙고, 네가 이끌어줘서 잘 된 것 같다." (이시몬)
     
    의왕=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