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야구단 매각 충격…다른 종목은 안녕하신가요?

    SK 야구단 매각 충격…다른 종목은 안녕하신가요?

    [일간스포츠] 입력 2021.01.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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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프로스포츠에 '지진'이 일어났다. 야구단 매각이라는 유례 없는 충격파다. SK그룹과 신세계그룹이 합작해 만든 쇼크는 다른 종목까지 뻗어나가고 있다.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지난 26일 SK텔레콤으로부터 인천 SK 와이번스 프로야구단을 인수했다. 언론을 통해 SK 야구단 매각 소식이 알려진 뒤 하루 만에 양해각서(MOU) 체결이 이뤄졌다. 본 계약은 오는 2월 23일이다.
     
    야구뿐만 아니라 프로스포츠 전반을 충격에 빠뜨린 놀라운 거래였다. 충격을 준 주체는 소리 소문 없이 야구단을 매각한 SK그룹이다. 신세계그룹이 야구단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건 일찍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몇몇 야구단의 매각설이 불거질 때마다 인수 후보 1순위로 신세계그룹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이 인수하는 대상이 SK 야구단이 될 것이라 예측한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동안 모기업의 재정 악화로 인해 구단을 매각한 사례는 있어도, SK그룹처럼 탄탄한 재정을 갖춘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별다른 이유 없이 운영을 포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SK 야구단의 모기업인 SK텔레콤은 매각 이유에 대해 '대승적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이 매력적인 인수 제안을 해왔고, 유통기업의 장점을 살리면 야구단을 더 잘 운영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운 상황에서 펜싱, 빙상, 장애인사이클처럼 현재 우리가 지원하는 아마추어 종목을 더욱 잘 뒷받침하고, 스포츠 균형 발전을 이루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야구단 매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SK그룹이 겉으로 내세운 이유가 무엇이든 야구단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프로스포츠에 적잖은 충격을 남겼다. 프로스포츠계 한 관계자는 "인기 종목인 야구에서, SK라는 대기업의 야구단이 하루 아침에 팔렸다. 프런트도, 감독도 몰랐다. 다른 종목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이제껏 경험한 적 없는 상황에 다른 종목 구성원들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코로나19로 인해 프로스포츠 구단 운영에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기업들이 SK의 예를 참고하지 않겠느냐"며 걱정했다.
     
    당장 SK그룹이 운영하는 다른 구단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더 커졌다. 야구단 매각 소식이 알려지자 SK그룹이 운영하는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 프로농구 SK 나이츠, 핸드볼 SK 슈가글라이더스(여자)와 SK 호크스(남자), 그리고 e스포츠팀인 SKT1 등 다른 종목 구단들의 상황에 관심이 집중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외부의 불안한 시선에 대해 각 구단 관계자들은 "흔들림 없다"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 제주 유나이티드 관계자는 "한중길 대표이사가 올 시즌 준비에 매진하겠다고 본사와 소통했다. 계열사도 야구단과 다른 SK에너지이고, 이 부분에 대해 특별히 얘기가 나오는 상황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SK 나이츠 관계자 역시 "야구단 매각 보도가 나온 첫날은 분위기도 좀 어수선했고, 관련 내용을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았다. 아직 따로 들은 내용은 없다. 농구단은 흔들림 없이 가라고 했고, 눈앞의 경기력 과제만 생각하고 있다"고 고개를 저었다. SK텔레콤 관계자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다른 종목 구단 매각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강진의 여파는 쉽게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야구를 비롯해 축구, 농구, 배구 등 4대 프로스포츠로 손꼽히는 종목들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생력이 약한 국내 프로스포츠의 현실상, 모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모기업 최고위층의 의사 결정은 절대적이다.
     
    지금까지는 구단 운영을 포기하려면 재정 악화 등 확실한 '명분'이 있어야 비난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SK그룹의 야구단 매각으로 암묵적인 규칙이 깨졌다. 오너들은 마케팅이나 팬(고객)과의 신뢰를 넘어, 기업의 방향성을 위해 얼마든지 구단 운영을 포기할 수 있다는 선례를 얻었다.
     
    언제든 제2, 제3의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위축된 상황에서 프로스포츠의 안녕을 걱정해야 하는 이유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