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열 감독은 떠나고, 봄 배구는 멀어지고...흔들리는 KB손보

    이상열 감독은 떠나고, 봄 배구는 멀어지고...흔들리는 KB손보

    [일간스포츠] 입력 2021.02.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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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오후 경기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KB손해보험-OK금융그룹 경기. 5세트 접전끝에 패한 KB손해보험 선수들이 인사하고 있다.     2021.2.21 연합뉴스 제공

    21일 오후 경기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KB손해보험-OK금융그룹 경기. 5세트 접전끝에 패한 KB손해보험 선수들이 인사하고 있다. 2021.2.21 연합뉴스 제공

     
    사령탑이 스스로 떠난 KB손해보험이 흔들리고 있다.
     
    KB손해보험은 21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20~21 도드람 V리그 남자부 OK금융그룹과의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2-3(19-25, 27-25, 25-18, 22-25, 11-15)으로 패했다. 5세트 9-9에서 상대 외국인 선수 펠리페에게 득점을 허용했고, 케이타의 오픈 공격은 진상헌에게 막혔다. 승점 1점을 추가한 KB손해보험은 리그 3위(승점 52점)를 지켰지만, 4위 OK금융그룹과의 승점 차는 2점에 불과하다.
     
    KB손해보험은 사령탑 없이 경기를 치렀다. 이상열(56) KB손해보험 감독은 지난 20일 잔여 경기 '자진 출장 포기' 의사를 밝혔고, 구단은 이를 수용했다. 선수 폭행 전력이 재조명됐기 때문이다. 폭행 피해자 박철우(36·한국전력)가 최근 이상열 감독을 공개적으로 '저격'했고, 논란이 커지자 그는 지휘봉을 내려놨다. 이재영·이다영(흥국생명)으로부터 시작된 학폭(학교 폭력) 파문이 12년 전 폭행 사건으로 옮겨붙었다.
     
    지난 18일 박철우는 OK금융그룹전을 마친 뒤 "최근 이상열 감독님의 인터뷰를 보고 충격이 커서 이렇게 나서게 됐다"라며 인터뷰를 자처했다. 그는 경기 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정말 피꺼솟이네.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라는 글을 남겨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두 사람의 악연은 2009년 9월 시작됐다. 당시 박철우는 아시아선수권대회 대표팀에 소집돼 태릉선수촌에서 합숙 훈련을 했다. 박철우는 대표팀 코치였던 이상열 감독에게 구타를 당했다. 박철우는 9월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폭행으로 생긴 얼굴과 복부 상처를 공개했다. 파문이 커지자 대한배구협회는 이상열 감독에게 '무기한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상열 KB손해보험 전 감독. 한국배구연맹 제공

    이상열 KB손해보험 전 감독. 한국배구연맹 제공

     
    이상열 감독은 2년 뒤인 2011년 7월 V리그 운영 기관인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 운영위원으로 현장에 복귀했다. 이후 대학교 감독과 방송사 해설위원을 거쳐 올 시즌을 앞두고 KB손해보험 감독으로 선임됐다.
     
    이상열 감독은 지난 17일 우리카드전에 앞서 "(폭력은) 어떤 일이든 대가가 있을 것이다. 인과응보가 있더라. 그래서 선수들에게 사죄하는 느낌으로 산다. 조금 더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폭력 가해자인 자신도 참담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뉘앙스의 인터뷰였다.
     
    그러나 박철우는 이상열 감독의 발언을 반박했다. 그는 18일 인터뷰에서 "이 감독님이 대학 지도자 시절에도 선수에게 '박철우 때문에(징계 전력 때문에) 넌 안 맞는 줄 알아'라는 말을 한 것으로 들었다"며 말했다. 폭행 사건 뒤 현장에 복귀해서도 이상열 감독은 여전히 폭력적이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박철우는 이어 "자신을 정당화해 포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상열 감독은 남은 시즌 경기 출장을 포기했다. 아울러 그는 "박철우와 배구 팬에게 12년 전 잘못된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나 사퇴가 아닌 출장 포기라는 애매한 행보에 배구 팬의 시선은 냉담하다.
     
    KB손해보험은 사령탑 없이 치른 21일 OK금융그룹전 어수선한 모습을 보였다. 작전 타임을 불러도 전술 지시를 할 사람이 없었다. 남은 5경기 전망이 어둡다. KB손해보험의 '봄 배구'는 멀어지고 있다.  
     
    안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