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우의 포커스 MLB] 양현종을 보고 구와타를 떠올리다

    [송재우의 포커스 MLB] 양현종을 보고 구와타를 떠올리다

    [일간스포츠] 입력 2021.02.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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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시즌 안정적인 KBO리그 선수 생활을 포기하고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민 양현종(KIA). 서른아홉 살의 나이로 빅리그에 도전했던 일본인 투수 구와타 마스미. 게티이미지

    2021시즌 안정적인 KBO리그 선수 생활을 포기하고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민 양현종(KIA). 서른아홉 살의 나이로 빅리그에 도전했던 일본인 투수 구와타 마스미. 게티이미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양현종(33)의 거취가 확정됐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텍사스와 계약하면서 그는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광주 동성고 졸업 후 2007년 KIA에 입단한 양현종은 팀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했다. 14시즌 동안 통산 147승, 탈삼진 1673개를 기록하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인정받았다. 그랬던 그가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 스플릿 계약(MLB와 마이너리그 신분에 따라 연봉이 달라지는 계약)을 받아들이며 MLB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지난해 양현종이 기록한 평균자책점(4.70)은 명성에 걸맞지 않은 결과였다. 하지만 구위가 심각하게 떨어진 것도, 팀 내 위상이 흔들린 것도 아니었다. KBO리그에 남는다면 좋은 대우를 받으며 재기를 노려볼 수 있었다. KIA 구단도 양현종을 배려하며 겨우내 계약을 기다렸지만, 양현종의 최종 선택은 '도전'이었다.
     
     
    불확실한 미래를 택한 가장 큰 이유로 그는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다. 어린 시절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고 했다. 서른세 살의 적지 않은 나이를 고려하면 더 늦기 전에 도전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양현종을 보며 문득 떠오른 선수가 한 명 있다. 바로 14년 전 MLB에 도전했던 일본인 투수 구와타 마스미(53)다. 구와타는 당시 서른아홉 살의 나이로 MLB 무대를 노크해 1패 평균자책점 9.43의 초라한 성적을 거둔 뒤 자취를 감췄다.
     
    다들 의아해했던 도전이었다. 구와타는 1986년 데뷔해 일본 프로야구(NPB) 명문 요미우리에서 20년을 뛴 '전설'이다. 통산 두 자릿수 승리 10회, 통산 완투가 무려 113회로 1987년에는 NPB 최고 투수에게 수여되는 사와무라상까지 받았다. 통산 NPB 성적이 173승 141패 평균자책점 3.55.
     
    하지만 서른 살을 넘긴 뒤 그는 서서히 내리막에 접어들었다. 2012년 12승을 끝으로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하지 못했다. 은퇴가 예상된 시점. 구와타는 MLB에 도전하겠다는 깜짝 소식을 터트렸다.
     
    더 놀라운 점은 당시 구와타에게 영입을 제안한 미국 팀이 세 팀이나 됐다는 점이다. 보스턴과 LA 다저스, 그리고 피츠버그가 영입 경쟁을 펼쳤다. 이 가운데 MLB 등판 기회를 보장한 피츠버그가 구와타의 행선지로 결정됐다. 구와타는 발목 부상으로 개막전 로스터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6월 10일 MLB 데뷔의 꿈을 이뤘다. 
     
     
    결과는 달콤하지 않았다. 부진한 성적을 이유로 그해 8월 중순 양도지명으로 처리됐다. 이듬해 다시 피츠버그와 계약해 스프링캠프에 참가했지만, MLB 로스터에서 탈락하자 은퇴를 선언했다.
     
    불혹을 앞둔 구와타를 피츠버그가 영입하자 "마케팅 차원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일본에서도 "무모한 도전"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구와타는 "소속팀 요미우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이제 어린 시절의 꿈을 찾아 떠난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의연함을 보였다.
     
    처음엔 피츠버그 선수들이 구와타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후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수십 명의 일본 기자들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며 열띤 취재 경쟁을 이어갔다. 심지어 그가 부상으로 마이너리그행을 통보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구와타를 바라보는 구단 안팎의 시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양현종은 구와타보다 더 젊다. 그리고 구위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MLB에 도전했다. 결정이 쉽지 않았을 거다. 선수이기 이전에 한 가정의 가장이다. 안정적인 생활을 포기하는 건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구와타와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부터 동경했던 무대와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결단에 큰 영향을 끼쳤을 거다. 그의 도전을 응원한다. 구와타와는 사뭇 다른 좋은 결과가 있길 기원해본다.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
    정리=배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