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3번 안 받으면 음식 폐기해라”…쿠팡이츠의 이상한 배달법

    ”전화 3번 안 받으면 음식 폐기해라”…쿠팡이츠의 이상한 배달법

    [일간스포츠] 입력 2021.04.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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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 모인 배달 기사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 모인 배달 기사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

     
    서울에 거주하는 A(43) 씨는 최근 쿠팡이츠에서 4만7000원어치의 배달음식을 주문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쿠팡이츠 라이더에게 온 전화를 3번 받지 못해 다시 전화했더니 "통화가 안 돼 음식을 폐기했다"는 답변을 들은 것이다. 쿠팡이츠 상담사는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폐기한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책임을 A씨에게 돌렸다. 이런 폐기 방침을 한 번도 들은 바 없는 A씨는 상담사와의 입씨름 끝에 음식값을 환불받을 수 있었다. 
     
    쿠팡이츠에는 배달 기사가 고객과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 배달음식을 '자체 처리'하는 조항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달 기사의 시간은 '수입'과 직접 연관되기 때문에 고객의 부재로 대기하는 시간을 줄여주기 위한 조항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고객에게 정확히 고지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이츠 앱 내 약관·개인정보 처리방침 중 고객과의 연락이 되지 않을 시에 대한 규정.

    쿠팡이츠 앱 내 약관·개인정보 처리방침 중 고객과의 연락이 되지 않을 시에 대한 규정.

    7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배달 라이더의 시간 활용 효율성을 위해 '오배달' 상황 시 배달음식을 자체 폐기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음식을 폐기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별도 규정이 있다기보다는 '오배달 상황'에 대한 규정이 있는 것"이라면서 "고객이 주소를 잘못 기재하는 등의 상황 시 자체 폐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그 외에는 대부분의 케이스에 대해 보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서 A씨의 경우와 같이 '통화가 되지 않을 시 자체 폐기'하는 조항을 따로 두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반면, 쿠팡이츠는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 '자체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있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라이더의 시간은 생계와 직접 연관돼 있다"며 "라이더가 한 고객의 배달음식을 가지고 계속 대기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두고 있는 매뉴얼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포털사이트 배달 라이더 커뮤니티에서는 '자체 폐기'만 검색해도 다양한 사례들이 공유되고 있다.   
     
    한 경기도 쿠팡이츠 라이더는 "배송지가 도로라 도착해서 전화하니 안 받아서 고객센터에 전화하니, 3번 전화 연결이 안 되면 자체 폐기하라고 했다"며 "시키는 대로 했는데, 고객의 '역따(역따봉의 줄임말로 배달 평가의 '싫어요'를 의미)'만 늘었다"고 토로했다.   
     
    쿠팡이츠 앱의 '약관·개인정보 처리방침'을 확인한 결과, 제18조 5-2항에는 "회사가 회원과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고, 상품이 변질하거나 부패할 우려가 있어 그대로 상품을 제공하면 식품위생법 등 관련 법령을 위반할 여지가 있는 경우" 상품을 재배달, 취소 및 환불, 보상 등을 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3회 통화가 안 될 시, 배달음식을 자체 처리할 수 있다'는 고지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거주하는 김 모(30) 씨는 "쿠팡이츠를 자주 사용하고 있지만, 3회 전화를 받지 않으면 음식을 폐기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고 황당하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은 고객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바로 음식을 폐기하지 않는다. 
     
    한 배민커넥트 라이더는 "고객이 전화도 받지 않고 현관 초인종에 응답도 없어 고객센터에 문의하니, 배달이 완료됐음을 시스템에 입력한 뒤 1시간 음식을 보유하고 있다가 재배송하거나 폐기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배달 음식의 자체 폐기는 소비자에게는 중대한 피해다. 따라서 배달 업체들이 관련 지침이 있다면 소비자에게 정확히 알리고, 피해구제 및 보상방안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상담센터 관계자는 "배달음식 주문 건에 대해 전화를 받지 않은 고객의 과실이 전혀 없다고는 볼 수 없다"면서도 "약관에 정확히 '3회 연락이 닿지 않을 시'에 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고, 배달 기사에게 '3차례 통화가 안 되면 음식을 자체 처리할 수 있다'고 지침을 내리게 돼 있다면 고객에게 이를 정확히 고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