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배구 원년 MVP 출신인 후인정은 KB손해보험 사령탑으로 새 출발 한다. 아버지가 선수로 뛰었던 팀이라 더 뜻깊다. 장진영 기자
프로배구 KB손해보험은 5일 후인정(47) 경기대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준플레이오프(PO)에서 탈락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이상열 전 감독이 시즌 도중 팀을 떠난 뒤, KB손보는 이경수 코치의 대행체제로 남은 시즌을 마무리했다. 8일 경기 수원시 KB손보인재니움 연습체육관에서 만난 후 감독은 “갑작스러운 구단 측 연락에 내색은 안 했지만, 속으로는 정말 기뻤다. 쉽게 올 기회가 아니니까”라고 말했다.
후인정 감독은 배구인 2세다. 화교 출신인 아버지 후국기 씨는 1976년 금성통신 배구단 창단 멤버다. 금성통신은 LG화재-LIG손해보험을 거쳐 KB손해보험으로 이어졌다. 아버지가 선수로 뛰었던 팀에서 프로 지도자로서 첫걸음을 떼게 됐다. 후 감독은 구단 체육관 한쪽에 전시된 금성통신 시절 유니폼과 사진을 가리키며 “아버지께서는 ‘대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더 낫지 않냐’고 하셨지만, 내심 기뻐하시는 것 같다”며 웃었다.

선경인더스트리 감독을 맡았던 후인정 감독의 아버지 후국기씨.
후인정 감독은 대학 2학년 때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대만 국적이었던 후 감독을 대표팀에 뽑기 위해 대한배구협회가 특별귀화를 진행했다. 후 감독은 “지금도 가족 중에 귀화한 사람은 나뿐이다. 아버지도 귀화를 권유받으셨지만, 독자라는 이유로 할아버지가 반대했다. 나는 형제가 3명(장남)이라 아버지께서 흔쾌히 권유하셨다. 선수 시절 꿈이 국가대표였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2006~07시즌 우승을 차지한 뒤 아들 원준 군을 들어올린 후인정. 원준 씨는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성년이 됐다. [사진 한국배구연맹]](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4/09/e3e4e4ca-81b8-4c5b-ad71-bc0ab0911abb.jpg)
2006~07시즌 우승을 차지한 뒤 아들 원준 군을 들어올린 후인정. 원준 씨는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성년이 됐다. [사진 한국배구연맹]
KB손보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 3위에 올랐다. 득점 1위 노우모리 케이타(말리), 세터 황택의, 그리고 전천후 레프트 김정호의 활약으로 10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OK금융그룹에 져 한 경기로 봄 배구는 끝났지만, 가능성을 보였다. KB손보는케이타와 재계약했다.
후인정 감독은 “가장 좋은 외국인 선수를 데리고 있고, 최고 세터도 있다. 이 장점을 살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레프트 쪽 사이드 블로킹과 수비가 조금 아쉬운데, 리베로 정민수가 전역하면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회복무 요원인 정민수는 10월 전역이라 개막 직후 팀에 합류할 수 있다.

후인정 감독은 “올해 KB 경기를 보면서 선수들 표정이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 시즌에도 선수들이 즐기면서 재밌게 배구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싶다. 선수들이 빛이 나야 코칭스태프와 구단도 빛나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수원=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