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싸를 만나다] 김효 네이버 리더 ”토종 웨일, 크롬 잡고 웹 브라우저 표준으로”

    [IT싸를 만나다] 김효 네이버 리더 ”토종 웨일, 크롬 잡고 웹 브라우저 표준으로”

    [일간스포츠] 입력 2021.05.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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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효 네이버 책임리더는 자체 개발한 웨일 브라우저가 3년 내 국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네이버 제공

    김효 네이버 책임리더는 자체 개발한 웨일 브라우저가 3년 내 국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네이버 제공

    네이버는 지난 4월 업계가 예상치 못한 목표를 하나 제시했다. 자체 개발한 '웨일'로 구글 '크롬'을 누르고 국내 브라우저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운영체제(OS)와 브라우저 등 시스템 소프트웨어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등 글로벌 IT 공룡들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다. 국내 기업이 이 시장에 도전하는 것은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 당찬 포부의 중심에는 김효(47) 네이버 책임리더가 있다. 지난 12일 웨일의 화상회의 솔루션 '웨일온'으로 만난 그 역시 앞으로의 여정이 쉽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최고 수준의 웹 엔진 개발 역량을 갖추고 있어 절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자신했다.
     
    김 리더는 "오픈소스 웹 브라우저 프로젝트 '크로미움' 기여도 전 세계 7위의 경쟁력으로 웨일이 브라우저의 표준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십년간 외산에 의존했던 시스템 소프트웨어 점유율을 올리려면 결국 안정적으로 동작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른 브라우저에는 없는 차별화 기능도 계속 추가하고 있다"고 했다. 
     
    디스플레이 있는 곳 어디에나…플랫폼 진화하는 웨일


    네이버 웨일 개발 히스토리와 국내 브라우저 점유율 현황

    네이버 웨일 개발 히스토리와 국내 브라우저 점유율 현황

     
    네이버가 개발한 웹 브라우저 '웨일'은 PC에서도 모바일 경험을 이어가는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이드바 단독모드'에서는 모바일 앱을 PC 화면에서도 똑같이 사용할 수 있다. 문서 작업, 웹 서핑을 하면서 앱으로 음악을 듣거나 SNS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특화 기능이 알려지며 웨일 이용자는 최근 2년간 11배 성장했다. 올해는 작년 초보다 4배 늘었으며, 매주 신기록을 써나가고 있다.
     
    웨일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네이버의 핵심 인력들이 뒤늦게 브라우저 시장에 뛰어든 것은 다소 뜬금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는 웨일이 단순 브라우저를 넘어 웹 기반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청사진이 담겨있다.
     
    PC뿐 아니라 디스플레이가 있는 곳 어디에나 웨일이 녹아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다.
     
    지난달 30일 김효 네이버 책임리더(가운데 왼쪽)와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감(가운데 오른쪽)이 교육 특화 브라우저 '웨일 스페이스'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네이버 제공

    지난달 30일 김효 네이버 책임리더(가운데 왼쪽)와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감(가운데 오른쪽)이 교육 특화 브라우저 '웨일 스페이스'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네이버 제공

     
    웨일이 플랫폼으로 진화하기 위해 가장 먼저 선택한 분야는 교육이다.
     
    이와 관련한 특화 솔루션인 '웨일 스페이스'는 학교 선생님이 브라우저 기능, 연동 프로그램, 즐겨찾기 등 학생들이 수업할 때 필요한 교육 환경을 일괄 설정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웨일만 있으면 별도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수업 자료를 매번 링크 형식으로 공유할 필요가 없다.
     
    현재까지 서울·경기·부산·경남·인천·충남 등 여섯 곳의 교육청이 웨일 스페이스 도입 파트너십에 참여했다. 지난해부터는 교육뿐 아니라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등 모빌리티로도 영토를 넓히기 위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김효 리더는 "학생이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웨일북'(웨일 기반 교육용 노트북)으로 시청하다가 부모와 이동할 때는 차량 내 디스플레이에서 이어서 재생할 수 있다. 계정만 연동하면 된다"며 "자율주행이 일상화하면 차 안에서 부모 역시 웨일 플랫폼으로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향후에는 비행기·기차 등 여러 이동수단은 물론 키오스크·사이니지 등이 설치된 다양한 상업공간에서도 웨일을 만나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활용 사례를 넓혀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브라우저 점유율도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런 방대한 꿈을 현실화하고 있는 김효 리더는 정통 개발자 출신이다. 2000년대 벤처 붐이 일었을 당시 창업해 다년간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후 삼성전자를 거쳐 네이버에서 웹 엔진 고도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김 리더는 메일·블로그·카페 등 네이버와 라인의 모든 저장소를 설계했다. 하일권 작가의 '고고고'를 비롯해 한때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된 움직이는 공포 웹툰 역시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처남과 슈팅게임 '아스트로윙'을 출시해 당시 애플 앱스토어에서 유·무료 앱 1위를 기록한 독특한 이력도 있다.
     
     
    김효 네이버 책임리더 프로필

    김효 네이버 책임리더 프로필


    24시간 개선 모니터링…"결국은 웹이 대세"

     
    이렇듯 웹 개발에 있어 둘째라면 서러운 웨일 팀은 소프트웨어 연구에 하루를 다 쓸 것 같지만, 오히려 이용자 피드백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올라오는 모든 글에 답할 정도로 열정을 쏟는다. 응답률이 높은 것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다른 서비스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기도 한다. 
     
    김 리더는 "일을 마치고 귀가한 웨일 이용자의 문의에 대응하기 위해 새벽에 원격으로 PC에 접속한 적도 있다. 90% 이상은 이용자 PC의 문제다"며 "하지만 기꺼이 그 문제를 해결해준다. 충성도 높은 웨일 이용자 덕에 서비스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문제점을 빼곡하게 적은 피드백 리포트가 올라온 적도 있다. 이렇게 뜨거운 이용자들의 호응에 웨일 팀은 24시간 오류를 모니터링하며 문제를 개선해 3일 안에 업데이트를 진행한다.
     
    기능은 물론 이용자에게도 친화적인 웨일은 중소 개발사 생태계에도 주목한다. 안드로이드, iOS가 모바일 앱의 대세화를 이끈 상황에서 굳이 웹 브라우저를 미래 플랫폼으로 꼽은 이유다.
     
    김 리더는 "일반적으로 하나의 모바일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앱과 웹 두 가지 버전으로 개발해야 한다"며 "여기에 차량 전용 OS처럼 또 다른 생태계가 등장한다면 개발사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그 역할은 웹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웨일 플랫폼에서는 추가 개발 없이 대부분의 서비스가 구동된다. 글로벌 표준 기술 바탕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웹이 가장 큰 플랫폼이 될 것이다"고 했다.
     
    김 리더도 처음에는 프로젝트가 이렇게 커질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미래 기술을 연구하는 네이버랩스에 속해 있던 2016년에 자체 브라우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는데, 당시 조직원은 5명에 불과했다. 무모하지만 의미 있는 도전에 회사 경영진도 적극 지지했다.

     
    김 리더는 "(경영진은)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다 '한 번 해보라'는 반응이다. 브라우저와 달리 노트북(웨일북)을 만드는 건 굉장히 다른 일이었는데, 그때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의심하거나 반대한 적이 없다. 어쨌든 네이버에서 필요로 하는 웹 기술을 계속 집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 브라우저를 향한 웨일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우주선은 거대한 고래(웨일)였다'는 SF 소설 '파운데이션'의 구절처럼, 2차원의 평면을 벗어나 3차원 세계로 무대를 넓힌다.
     
    김효 리더는 "국산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향한 수십 년 된 인식을 한 번에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첫 도전에 많은 응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의 끈질긴 도전이 크나큰 결실을 보길 기대해본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