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한수①] '인트로덕션', 더욱 단단해진 홍상수 월드

    [씨네한수①] '인트로덕션', 더욱 단단해진 홍상수 월드

    [일간스포츠] 입력 2021.05.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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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트로덕션'

    '인트로덕션'

     
     
    마니아의 지지를 받는 두 감독이 동시기 새 영화를 선보인다. 홍상수 감독의 '인트로덕션' 그리고 유하 감독의 '파이프라인'이다.  
     
    27일 개봉하는 '인트로덕션'은 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인 은곰상을 수상한 작품.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단으로부터 "이야기를 전달하거나 효율적으로 서사를 전개하는 것을 넘어 이 각본은 행위와 행위 사이 생기는 찰나의 여백을, 순식간에 인간의 삶 속에 숨은 진실이 갑작스레 밝고 분명하게 드러나는 순간들을 만들어 나간다"는 평을 받은 영화다. 홍상수 감독의 장편 영화 가운데 유일하게 영어 제목을 갖고 있다. 베를린에서 인정받으면서, 국내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홍 감독의 여전한 저력을 입증해줬다.  
     
    26일 관객과 만나는 '파이프라인'은 '말죽거리 잔혹사'·'비열한 거리' 등을 만든 유하 감독의 신작. '강남 1970'(2015) 이후 6년 만의 복귀작이다. 마니아들의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는 그가 서인국·이수혁 등 스크린에서 잘 만나지 못했던 새로운 얼굴과 호흡을 맞춰 만들어낸 작품이다. 기름을 훔치는 '도유'를 소재로 한 범죄 오락 영화로, 6월부터 시작되는 한국영화 개봉 러시의 첫 주자로 나섰다.  
    '인트로덕션'

    '인트로덕션'

     
    출연: 신석호·박미소·예지원·기주봉·서영화·김민희·조윤희  
    감독: 홍상수
    장르: 드라마
    줄거리: 세 개의 단락을 통해서 청년 영호가 각각 아버지, 연인, 어머니를 찾아가는 여정들을 따라가는 이야기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66분  
    한줄평: 대중과 유리된 거장  
    별점: ●●◐○○  
    '인트로덕션'

    '인트로덕션'

     
    신의 한 수: 홍 감독은 소개, 입문, 서문, (새 것의) 도입 등 영어 단어 '인트로덕션'에 담긴 뜻을 모두 포기할 수 없어 처음으로 영어 단어를 제목으로 정했다. 이 영화를 모두 보고 나면 왜 꼭 '인트로덕션'이어야 했는지 단 번에 이해가 갈 정도. 홍상수 감독의 선택은 옳았고, 그의 첫 영어 제목에는 이 영화의 메시지와 이야기가 매우 잘 함축돼 있다. 신석호가 연기하는 주인공 영호는 어른의 세계에 입문하는 인물이며, 새로운 사람을 소개받고, 또 새로운 것을 도입한다. 이 과정 속에 충돌도 일어나고 갈등도 겪으며 깨닫고 변화한다. 별 것 아니어 보이는 일상 속에서 인간의 욕망, 세대간 갈등, 청춘의 방황, 어른의 위선 등이 그려진다. 이 작품은 영화이자 시이고 소설이다. 문학 작품 같은 이야기를 흑백 화면에 잔잔하게 담아냈다. 홍 감독의 연인 김민희의 분량은 적다. 프로덕션 매니저로 스태프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 그는 두 번째 단락에만 출연해 주인공의 주변 인물을 연기한다.  
    '인트로덕션'

    '인트로덕션'

     
    신의 악수: 홍 감독만의 스타일을 애정하는 관객 층이 탄탄하게 존재하고 있고, 홍상수라는 인물은 단순히 연출자를 넘어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그러나 '인트로덕션'은 너무 멀리 나갔다. 기승전결을 따르지 않고 이야기의 흐름을 종잡을 수 없다. 홍상수식 등장 인물들은 여전히 담배를 피고 술을 마시는데, 이들 사이에서는 뜬금없고 엉뚱한 대화가 오간다. 생략되고 찢긴, 파편화된 정보를 제대로 정해진 순서도 없이 제시한다. 대중을 따돌리듯 혼자 날뛴다. 관객과 발 맞춰 나가지 않고, 의문만 잔뜩 남긴다. 불친절한 영화를 다시 조립하고 이어 붙이는 일이 관객에게 큰 기쁨이 된다지만, 이 영화가 낸 과제는 너무 어렵다. 매우 미니멀한 이야기를 이해해 보라는 '인트로덕션'의 과제가 과연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홍 감독의 영화 세계가 확고하고 이를 지지하는 마니아 또한 확고하다지만, '인트로덕션'에 담긴 홍상수 월드는 너무 단단해 파고들기 어렵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