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쿠폰 대리구매, 불법 아니라지만…소비자 피해 어쩌나

    무신사 쿠폰 대리구매, 불법 아니라지만…소비자 피해 어쩌나

    [일간스포츠] 입력 2021.09.08 07:00
    글자크기
    글자크기 키우기 글자크기 줄이기
     
    무신사 스토어

    무신사 스토어

     
    온라인 패션 1위 플랫폼 '무신사'가 고객 간 '대리구매'를 방치해 소비자의 피해를 키운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리구매란 무신사 할인쿠폰이 있는 소비자가 이를 활용해 다른 소비자에게 제품을 싸게 사준 뒤 일정액의 수수료 등을 받는 거래 방식이다. 그러나 제품을 싸게 대리구매해준다고 접근해 돈을 송금받은 뒤 잠적하는 사건이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일부에서는 청소년 사이에 인기가 많은 무신사가 이런 대리구매의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사정 당국은 무신사의 대리구매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면서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중고마켓 플랫폼에 올라온 무신사 대리구매 관련 게시물들. 번개장터 화면 갈무리

    중고마켓 플랫폼에 올라온 무신사 대리구매 관련 게시물들. 번개장터 화면 갈무리

     
    대리구매 성행하는 무신사  
     
    최근 패션 온라인 커뮤니티와 각종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무신사 대리구매를 해드린다'는 글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글쓴이들은 "무신사 등급이 높아 할인 쿠폰을 받았다. 무통장으로 송금하면 제품을 싸게 대신 구매해주겠다. 수수료는 아주 조금만 받겠다"며 소비자를 모집했다.  
     
    그러나 글을 올린 사람 중 일부는 송금받은 뒤 제품을 보내지 않고 '먹튀'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상대방을 안심시키기 위해 제품 구매 화면을 갈무리해 전송한 뒤 구매 취소를 누르는 수법까지 쓴다. 
     
    피해자가 적지 않다. 포털 사이트에서 "중고마켓에 올라온 무신사 대리구매 글을 보고 돈을 보냈는데 상대방이 잠적했다. 어떻게 신고해야 하나"라며 도움을 청하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해당 글쓴이는 "예약발송 중이라고 확인도 했는데 다시 보니 당일 구매 취소를 했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소비자들은 불안하다. 무신사스토어 홈페이지 내 마련된 커뮤니티에는 "대리구매 믿어도 되나", "불안하다"고 토로 글이 적지 않다. 일부 이용자들은 "상대방의 (구매) 레벨을 확인해라", "대리구매 사기를 방지하려면 후기 쓴 사람들의 상점을 보면 진짜 후기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등의 사기 당하지 않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중고사이트에 올라온 무신사 대리구매 홍보글을 보고 상품을 구매했다가 사기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의 글. 포털사이트 화면 갈무리

    중고사이트에 올라온 무신사 대리구매 홍보글을 보고 상품을 구매했다가 사기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의 글. 포털사이트 화면 갈무리

     
    미온적인 무신사  
     
    문제는 무신사의 태도다. 쿠폰을 활용한 대리구매가 성행하고 있고, 이에 따른 문제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 
    무신사 측은 2018년 한 포털 사이트에 '대리구매해도 문제없느냐'는 질문이 올라오자 "물건을 구매해 중고형식으로 판매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오배송이나 불량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무신사가) 교환이나 환불 등의 안내에서 즉각적인 대처나 확인이 어려울 수 있으니 유의하라"고 답했다. 
     
    무신사가 대리구매 자체가 불법은 아니라면서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무신사는 약 1년 뒤인 2019년 홈페이지 CS센터에 '대리구매 이용 자제를 부탁드립니다'라는 짤막한 공지문을 올린 적이 있다. 무신사 측은 해당 게시물에 "대리구매 이용 시 사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며 개인정보가 노출돼 악용될 수 있다. 이용을 자제하라"고 썼다. 그러나 무신사는 적극적인 홍보나 계도 작업은 벌이지 않았다. 

     
    무신사는 쿠폰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쇼핑몰이다. 구매 실적이 높은 회원은 물론 각종 이벤트를 통해 랜덤 쿠폰을 꾸준히 뿌려왔다. 소비자들은 일부러 무신사 쿠폰을 기다렸다가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소비자 A 씨는 "무신사는 원래 쿠폰이 유명하다. 구매 실적이나 이벤트에 따라 최대 20~40%까지 할인되는 쿠폰을 상당히 많이 뿌린다고 안다. 무신사 앱 이벤트 등을 통해 랜덤쿠폰을 주고, 지류 쿠폰북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신사에서 쿠폰은 일종의 판매 마케팅 아니겠는가. 10대 소비자 중에 대리구매가 뭔지 모른 채 이용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무신사가 이런 문제를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게 이상하다"고 했다.   

      
    .

    .

     
    공정위 "법 사각지대, 소비자 보호 어려워"  
     
    현행 전자상거래법상 개인 간 대리구매 사기는 규제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현행 전자상거래법은 B2C(기업과 소비자 거래)와 관련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무신사의 대리구매 같은 C2C(개인 간 거래)로 인한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지만, 전자상거래법상 법적 구속력이 없는 상황이다. 일종의 (법의) 사각지대"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C2C 피해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에게 상대의 정보를 공개하는 개정법을 추진했지만, 개인정보 이슈 등에 막혀 결실을 보지 못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리구매를 당근마켓 등 대형 중고거래 플랫폼을 거쳐 이용했다면, 피해가 발생했을 때 상대방의 정보를 플랫폼 측이 공개할 수 있는 의무는 일부 있다. 하지만, 커뮤니티 등에서 대리구매를 했다면 이런 보호도 어렵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ICT분쟁조정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C2C 거래 중 분쟁이 생겼을 때 합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하지만 대리구매 후 상대방이 사기행위를 하고 잠적했을 경우에는 도움을 받기 어렵다. KISA 측은 "ICT분쟁조정지원센터는 양측이 분쟁이 생겼을 때 조정해 합의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이다. 상대방이 잠적했다면 경찰서에 신고하고, 형사 고소 등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KISA에 따르면 올 상반기 ICT분쟁조정지원센터가 접수한 C2C 분쟁은 모두 200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발생한 261건보다 약 7.7배 늘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활동이 증가하면서 중고거래가 늘고, 다양한 중고거래 플랫폼도 다양해진 탓이다. 

     
    무신사는 대리구매 악용에 대해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고객이 대리구매에 대해 1대 1로 문의를 하면 사기 피해나 개인정보 노출에 악용될 수 있다고 이용 자제를 안내하고 있다"며 "또 가상 계좌를 만든 뒤 반복적으로 취소하는 경우에는 대리구매를 악용하려는 취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해당 아이디가 가상계좌를 이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대리구매로 피해를 보았더라도 상대방의 개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경찰에 신고하면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했다. 

     
    무신사는 향후 고객들에게 대리구매 이용을 자제하도록 홍보하는 등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기회를 통해 향후 각 팀과 상의해 대리구매 문제점을 알리고 이용을 지양하는 방향으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