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데이터로 분석한 KBO 현주소② 타자 편-넓어진 콜드 존, '하이볼'에 더 무너진다

    [창간특집] 데이터로 분석한 KBO 현주소② 타자 편-넓어진 콜드 존, '하이볼'에 더 무너진다

    [일간스포츠] 입력 2021.09.23 07:31 수정 2021.09.23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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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투아이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타자들의 '핫 존'이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2016년에는 9개 중 8개 코스에서 타율 3할 이상이 기록됐지만 올 시즌에는 2개에 불과하다. 특히 매년 스트라이크존 상단 '하이볼' 타율이 떨어졌다. 2021시즌에는 스트라이크 한 가운데와 6시 방향에만 타자들은 강점이 있다. IS 포토

    스포츠투아이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타자들의 '핫 존'이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2016년에는 9개 중 8개 코스에서 타율 3할 이상이 기록됐지만 올 시즌에는 2개에 불과하다. 특히 매년 스트라이크존 상단 '하이볼' 타율이 떨어졌다. 2021시즌에는 스트라이크 한 가운데와 6시 방향에만 타자들은 강점이 있다. IS 포토

     
    KBO리그 타자들은 궁지에 몰렸다. 전반적인 타격 지표가 하락하면서 생산성이 크게 떨어졌다.
     
    2020년 두산에서 20승을 거둔 라울 알칸타라(현 한신)는 올 시즌 일본 프로야구(NPB)로 이적해 2승에 그치고 있다. 선발 한 자리를 보장받지 못할 정도로 부진하다. 반면 한 수 아래로 평가하던 대만 프로야구(CPBL) 출신 투수 라이언 카펜터(한화)와 아리엘 미란다(두산)는 성공적으로 KBO리그에 안착했다. 도쿄올림픽에서 야구 대표팀이 마흔네 살 투수 라울 발데스(도미니카공화국)에 고전하자 KBO리그 타자들의 경쟁력을 의심하는 눈초리는 커졌다.
     
    '투고타저' 흐름인 KBO리그에선 타자들이 강점을 갖는 '코스'가 확연하게 줄었다. 스트라이크존을 아홉 개로 세분화했을 때 3할 이상의 타율이 기록된 코스가 올 시즌 두 개에 불과하다. '강점'을 뜻하는 핫 존(Hot Zone)보다 '약점'을 의미하는 콜드 존(Cold Zone)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하지만 5년 전엔 달랐다. 2016년에는 무려 여덟 개의 코스가 핫 존으로 분류됐다. 스트라이크존 상·하·좌·우를 가리지 않고 빈틈이 없었다.
     
    도쿄올림픽 미국전에서 강민호가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쿄올림픽 미국전에서 강민호가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콜드 존이 넓어진 이유는 여러 가지다. A 구단 전력분석원은 "타격 지표가 떨어진 건 공인구 반발계수를 조정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18년 12월 규칙위원회를 열어 기존 0.4134~0.4374이던 공인구 반발계수를 0.4034~0.4234로 낮췄다. 바뀐 공인구가 처음 적용된 2019년부터 타구가 좀처럼 뻗지 않는다. 홈런성 타구가 펜스 앞에서 잡히기 일쑤. 2018년 34명이던 리그 3할 타자가 이듬해 18명으로 반 토막 났다.
     
    콜드 존이 넓어진 다른 이유로 리그 분위기를 꼽는 목소리도 있다. B 구단 타격코치는 "전반적인 타격 수준이 내려갔을 수 있다. 잘했던 선수들이 많이 은퇴했고 지금은 젊은 세대로 바뀌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C 구단 타격코치도 "야구를 이끌어가는 선수들이 성장하는 과도기다. 세대교체의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KBO리그는 각 구단의 육성 기조가 강해졌다. 개막전 기준 평균 연령(27.3세→27.1세)과 평균 연차(8.4년→8.1년)가 모두 낮아졌다. 2군에서 경험을 쌓아야 할 선수들이 다수 1군에 진입, 전체 기록이 하락하는 데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D 구단 타격코치는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진 것도 있고 투수들의 변화구도 다양해졌다. 히팅 존이 작아지다 보니 타구 생산 능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콜드 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스트라이크존 상단, 이른바 '하이볼'이다. 스포츠투아이 자료에 따르면 타자들은 유독 '하이볼'에 쩔쩔매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좋은 먹잇감'으로 분류됐던 코스지만 지금은 아니다.
     
    C 구단 투수코치는 "과거에는 '공을 낮게 던져라'라는 말을 많이 했는데 요즘엔 투수들이 의도적으로 하이 패스트볼을 많이 던진다"고 말했다. E 구단 타격코치는 "하이 패스트볼은 (다른 코스와 비교하면) 속도가 좀 더 빠르다. 높은 코스를 쳐내려면 스윙 능력은 물론이고 손목 컨트롤과 몸통 회전 등 순간적인 대처가 중요한 데 이게 쉽지 않다"고 했다.
     
    메이저리그 경기 장면.  사진=게티이미지

    메이저리그 경기 장면. 사진=게티이미지

     
    주목할 건 발사각(Launch Angle)이다. KBO리그는 2015년 리그 평균 발사각(인플레이타구 기준)이 15.9도였다. 그런데 2019년 17.6도에 이어 지난해 18.5도까지 상승했다. 올 시즌에도 17.9도로 높은 편이다. 이는 메이저리그(MLB)의 영향이다. 미국 유력 매체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2016년 MLB 평균 발사각은 10.5도에서 11.5도로 상승했다. 2017년 5월에는 12.8도로 조금 더 올랐다. 타자들이 타구를 높이 띄우면서 홈런이 쏟아졌고 이를 '플라이볼 혁명'이라 불렀다. 비슷한 시기, 국내 타자들도 장타 생산을 의식해 발사각을 높이기 시작했다. 배럴(Barrel) 타구에 대한 욕심도 커졌다. 배럴은 세이버메트리션 톰 탱고가 만들어 낸 이상적 타구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로 발사각 26~30도와 타구 속도 시속 98마일(157.7㎞) 이상인 경우가 해당한다.
     
    C 구단 타격코치는 "국내 야구에서 5년 전쯤 발사각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됐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아마추어 지도자가 이를 어린 선수들에게 적용, 어퍼 스윙으로 가르치는 게 유행이었다"며 "프로 선수들 사이에서도 스윙 궤적을 올리려는 모습이 있었다. 어퍼 스윙을 하다 보니 높은 쪽 코스에 약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F 구단 타격코치는 "예전에는 다운 스윙 또는 레벨 스윙이 대세였지만 최근엔 어퍼 스윙에 가까운 스윙이 많아진 추세다. 어퍼 스윙은 낮은 존 대처가 되지만 높은 존 공략이 어렵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레벨 스윙을 해야 할 타자들이 어퍼 스윙을 하기도 한다"고 쓴소리를 내뱉기도 한다. 한 아마야구 전문가는 "레슨장에 가면 (선수 유형과 상관 없이) 대부분 어퍼 스윙을 가르친다"고 꼬집었다.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에 과도한 어퍼스윙이 더해져 스트라이크존 상단은 투수의 몫이 됐다. 그 결과 콜드 존이 더 뚜렷해졌다. G 구단 타격코치는 "타자들의 스윙 변화가 크다. 어퍼 스윙이 많다 보니 볼과 배트의 궤적이 잘 맞지 않는다. '하이볼'을 타격했을 때 결과가 좋지 않고 전략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타자도 흔치 않다"고 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