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덩크 천재’ 여준석 “꿈 잡을래요”

    스무 살 ‘덩크 천재’ 여준석 “꿈 잡을래요”

    [일간스포츠] 입력 2021.11.29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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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BA 밀워키 유니폼을 입고 덩크 슛 포즈를 취하는 여준석. 그는 내년 1월 프로농구 올스타전 덩크 콘테스트에 나선다. 김민규 기자

    NBA 밀워키 유니폼을 입고 덩크 슛 포즈를 취하는 여준석. 그는 내년 1월 프로농구 올스타전 덩크 콘테스트에 나선다. 김민규 기자

    “기말고사 보고 왔어요. 학교에서 여기까지 자전거 타고 11분 걸렸어요.”

    최근 서울 용산고 3학년 여준석(20)을 중구 서소문에서 만났다. “제니(걸그룹 블랙핑크) 팬”이라고 말하는 것만 보면 영락없는 고등학생이다.

    그러나 그는 이미 거물이다. 여준석은 최근 유재석이 진행하는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했다. ‘3m30㎝ 점프력을 지닌 고교생 농구 국가대표’ ‘19세 이하 농구월드컵 득점왕’ ‘덩크 천재’라고 소개됐다. 방송 후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2000명 이상 늘었고, 배우 서강준을 빼닮은 외모로 ‘여강준’이란 별명도 생겼다. 배우 남주혁과 정해인, 배드민턴 선수 이용대를 조금씩 닮아 ‘만찢남(만화책을 찢고 나온 남자)’이라고도 불린다. 여준석은 “제가 볼 땐 안 닮은 것 같다”고 손사래 친 뒤 “‘여강준’보다는 ‘덩크 천재’가 맘에 든다”며 낮은 목소리를 냈다.

    여준석의 키는 정확히 2m2.5㎝다. 서전트(수직) 점프는 83.8㎝로, 올해 NBA(미국프로농구) 평균(71㎝)보다 12㎝나 높다. 림 높이가 3m5㎝인데, 그의 러닝 타점은 3m30~50㎝ 정도다. 큰 키와 폭발적인 점프력을 가진 그는 공을 풍차처럼 휘돌려서 꽂는 ‘윈드밀 덩크’도 터뜨린다. 여준석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덩크슛을 했다. 영상이 없어 인증할 방법이 없지만, 당시 키가 1m88㎝ 정도였다”고 전했다.

    여준석은 내년 1월 16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리는 프로농구 올스타전 덩크슛 콘테스트에 번외 선수로 참가한다. KBL 관계자는 “여준석 참가는 프로농구 인기 활성화 차원에서 나온 아이디어”라고 했다.

    프로 선수들보다 고난도 덩크를 할 줄 아는 여준석은 어떤 묘기를 보여줄까. 그는 “노 코멘트, 비밀이다. 미리 말하면 재미없다. 가장 잘하는 걸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힌트를 줬다. 또 “NBA 덩크 콘테스트 우승자 잭 라빈(시카고 불스)은 가볍게 날아 가장 멋있게 한다”고 덧붙였다.
    고등학생 농구 국가대표 여준석. 김민규 기자

    고등학생 농구 국가대표 여준석. 김민규 기자

    2019년 1년간 호주 캔버라 NBA 캠프로 유학을 다녀온 2002년생 여준석은 고교 1년 유급을 했다. 1년 후배들과 경쟁한 올해 전국체전 등에서 고교 5관왕을 달성했다. 프로에 조기 진출을 고려했던 그는 국내 대학으로 진로를 틀었다. 지난 7월 국제농구연맹 U-19 월드컵에서 득점왕(25.6점)에 오른 뒤 마음을 바꿨다.

    여준석은 “U-19 월드컵 후 호주리그와 NBA G리그(하부리그)에서 내게 관심을 보였다. KBL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에 가면 몇 년간 의무적으로 뛰어야 하지만, 대학에 가면 해외 진출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내 프로팀보다는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그는 수능을 치르고 대학 세 군데에 원서를 냈다.
    여준석(가운데)이 지난 7월 19세 이하 월드컵 일본전에서 36점을 몰아치며 승리를 이끌었다. [사진 대한민국농구협회]

    여준석(가운데)이 지난 7월 19세 이하 월드컵 일본전에서 36점을 몰아치며 승리를 이끌었다. [사진 대한민국농구협회]


    올해 성인 대표팀으로 ‘월반’해 아시아컵과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을 치른 여준석은 “(라)건아 형(한국 귀화 선수)도 잘하는데, 리투아니아 도만타스 사보니스(인디애나 페이서스)는 더 대단하더라. (이)대성(고양 오리온) 형과 함께 턴어라운드 페이드어웨이슛을 연습했다”고 했다. NBA 밀워키 벅스의 야니스 아데토쿤보 유니폼을 입고 온 그는 “사실 카와이 레너드(LA 클리퍼스)를 좋아한다. 화려하지 않지만, 조용히 득점을 쌓고, 수비도 잘하는 그를 닮고 싶다”고 했다.

    센터였던 그는 최근 파워포워드와 스몰포워드로 뛰고 있다. 더 큰 무대에서 더 큰 선수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다. 여준석은 “(이)현중(미국 데이비슨 대학교 3학년) 형이 ‘사람들이 뭐라 하든 신경 쓰지 말고 너만 믿고 가면 된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여준석은 “영국 프로축구에서 뛰는 손흥민(토트넘) 선수가 멋있다. 배구 김연경(중국 상하이) 선수는 최상위 레벨인데도 올림픽에서 정말 열심히 뛰더라. 축구와 야구는 이미 빅리그 벽을 깼는데, 농구는 ‘어차피 안 돼’라며 두려워한다. 해외에 진출하지 못하더라도 도전도 안 해본다면 한이 맺힐 것 같다. 현중이 형과 ‘우리가 더 노력해야 세계적으로 좋은 대표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눴다”고 했다.

    여준석의 취미는 사냥이다. 그는 “뭔가 잡는 걸 좋아한다. 바다에서 게를 잡거나, 숙소 앞에서 거미도 잡는다. 그러니까 꿈도 잡아야죠”라며 씩 웃었다.

    박린·김영서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