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토크 ②] 에픽하이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외롭다”

    [취중토크 ②] 에픽하이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외롭다”

    [일간스포츠] 입력 2008.06.03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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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편에서 이어짐

    ▲음원 유출 가장 속상해

    -불법 다운로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가수인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요? 그런 건 기획사나 음반사에서 신경써야할 문제 아닌가요? 요즘은 음반 나오기도 전에 음원이 유출되는 시대잖아요."(DJ투컷츠)


    -방송국 심의실이나 음원사이트에서 음원이 유출된다는 소문이 사실인가요?

    "민감한 문제죠. 음원사이트는 제 살 깎아먹기니까 비교적 덜 의심스러운데 심의실은 좀 그렇죠. 내부자 소행인데 증거가 없으니까 그냥 쉬쉬 넘어가는 거 아닐까요? 적어도 음반 출시 전까지는 참아줬으면 좋겠어요. 음반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가장 먼저 노래를 들려주고 싶은 게 저희들 바람인데 앨범 나오기도 전에 인터넷에 평이 돌아다니니까 대략난감이죠."(타블로)

    "맞아요. 꼭 두 번 도둑맞은 더러운 기분이에요."(미쓰라진)

    "더 열받는 건 노이즈 마케팅 운운하며 오해를 받는다는 거예요. 우리가 양아치나 백치가 아닌 다음에야 그럴 이유가 있겠습니까. 1년간 밤 새며 만들었는데 반짝 홍보를 위해서 자작극을 벌인다? 그렇게 삐딱하게 생각하는 분들을 정말 연구해 보고 싶어요."(DJ투컷츠)


    -이제 후속곡 '브레이크 다운'으로 MC몽, SG워너비와 2라운드를 앞두고 있죠.

    "같은 시기에 활동하니까 어쩔 수 없지만 우리끼리는 너무 친해요. 대기실에서 만나면 서로 '너희가 1등 하라'며 격려해주는데 언론에는 마치 서로 1등 못해서 안달이 난 사람들처럼 나오니까 좀 속상하죠. 특히 MC몽 형과는 데뷔 전부터 친했어요. 형이 1집 낼 때 저희가 피처링도 참여했고요."(타블로)


    -타블로는 왜 가수가 됐나요?

    그는 스탠포드 대학 2학년이던 지난 2000년, 뉴욕에서 영화 조감독으로 일한 적이 있다. 닷컴회사의 붕괴 과정을 그린 '이드림즈'라는 독립영화였는데, 스태프가 고작 10명인 소규모 프로덕션이었지만 한때 영화로도 진로를 모색했다. 또 문학 전공자답게 틈틈이 영어로 자전 소설을 쓰기도 한다. 그런 그가 음악으로 기수를 돌린 속내가 궁금했다.

    "저도 모르게 음악이 저를 지배했어요. 가족들이 모두 음악을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다양한 음악을 접한 게 영향을 준 것 같아요. 팝부터 라틴, 인도 음악까지 스펀지처럼 쫙 빨아들였던 것 같아요. 유일하게 배운 건 바이올린 밖에 없어요. 고등학교 때는 김건모 선배 노래의 가사를 쓰기도 했고요. 말이 조감독이지 그때 커피 심부름하느라 바빴어요.(웃음)"

    "저는 듀스나 서태지의 랩도 못 따라부르던 아이였어요.(웃음)"(DJ투컷츠)

    "저희 부모님도 동생이 가수할 줄 알았대요. 저는 부모님 앞에서 노래를 부른 적이 한번도 없거든요."(미쓰라진)


    -힙합에 록이나 일렉트로닉 음악을 접목한 건 어떤 의도였나요?

    "1집이 실패한 뒤 2집에 실험적으로 넣었던 게 일렉트로닉 사운드였는데 의외로 주목을 받았죠. 그런데 그게 뭐가 중요하죠? 노래는 어떤 풍이냐, 어떤 악기를 썼느냐 보다 메시지가 가장 핵심 아닌가요? 저희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지금처럼만 하면 10년 뒤엔 진짜 칭찬받을 자신 있어요."(타블로)


    -대중성을 지향한다는 이유로 일부 힙합 마니아들에게 비난을 받기도 하죠?

    "한때 얘기예요. 지금은 그런 시선 많이 줄었어요. 욕했던 분들도 몇 년간 저희를 지켜본 뒤 결론을 내린 것 같아요. '에픽하이는 대중들에게 아부하는 애들은 아닌 것 같다'고요. 저희는 힙합이라는 장르는 존중하지만 규칙은 따르지 않아요. 그래서 더 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던 것 같아요."(타블로)

    "작년 겨울 타블로 형이 '이터널 모닝'이라는 연주 음반을 냈어요. 노랫말이 하나도 없는, 피아노와 현악기로 된 순수 연주 앨범이었죠. 수지타산은 안 맞았지만 그런 음악적인 시도가 마니아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갔던 것 같아요."(미쓰라진)

    "그때 평론가들한테는 좋은 평을 받았는데 언론과 안티팬들은 조용하더라고요. 역시 무플 보다 악플이 낫구나, 뭐 그런 걸 깨달았죠."(타블로)




    ▲누군가와 있어도 외롭다

    -투컷츠는 고교 시절로 돌아간다면 뭘 하고 싶나요?

    "경복고를 다녔는데 무척 게을렀어요. 홍대 클럽 드럭에 다니면서 힙합 공연 무대에 올랐죠. 만약 그때 힙합 대신 학과 공부를 더 열심히 했더라면 어땠을까 궁금하네요.(웃음)"


    -미쓰라진은 대학 안 간 걸 후회하지 않나요?

    "후회돼요. 대학에 갔다면…. 더 행복했을 지도 모르죠. 고3때 생활고 때문에 PC방에서 2년간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청소하고 재떨이 갈면서 청춘을 보냈죠.(웃음)"

    "우리가 미쓰라진한테는 정말 미안한 게 그때 스타크래프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 때인데 이 친구가 굉장한 고수였거든요. 가수가 안 됐다면 지금쯤 세계 최고의 프로게이머가 됐을 지도 몰라요."(타블로)

    "그때 PC방에서 너무 삭아서 얼굴이 폐인 손님과 페이스 오프된 것 같아요.(웃음) 자기도 거기에서 청소년의 얼굴을 분실했다고 자책해요."


    -좋은 가수는 태어나나요? 만들어지나요?

    "글쎄요. 후천적인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잘 하느냐 보다는 얼마나 사랑하느냐가 관건인 것 같아요."(DJ투컷츠)


    -스탠포드대학 얘기 좀 해보죠.

    "정말 지옥같은 생활이었어요. 공부에 대한 압박이 상상을 초월해요. 가수가 되고 싶은데 부모님 반대가 너무 심한 거예요. 일단 두 분이 원하는 대학을 가자, 그런 다음 설득을 하자, 이게 제 작전이었죠. 대학 다닐 때도 언더그룹에서 힙합을 했어요.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음악을 선택 안 했을 것 같아요. 그냥 무명으로 활동하면서 음악을 더 즐겼을 것 같아요."


    -음악 외적인 고민은 뭡니까.

    "음악을 뺀 모든 게 고민이고 두려움이에요. 음악은 성공하고 실패해도 그게 다 행복인데 그 나머지는 모조리 불행이에요. 사람들도 무섭고 세상도 암흑 같아요. 라디오 DJ를 하는 이유도 누군가 내 말을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에요. 그런 소통마저 없다면 미쳐버릴 것 같아요."(타블로)

    "쉬는 날도 뭘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친구들도 다 떨어져 나가서 같이 밥먹을 사람도 없죠. 연애를 하고 싶어도 음반, 활동 스케줄 잡히면 어차피 못 만나니까 아예 가능성을 포기해 버려요. 처음부터 인연의 씨앗을 안 뿌리는 거죠."(DJ투컷츠)

    "새 친구를 만날 여유가 없어요. 원래 친했던 사람들하고만 교류하니까 바운더리가 좁아지죠. 넬·바비킴·리쌍의 길·김장훈·윤도현 선배 정도에요."(미쓰라진)


    -타블로는 요즘 고민이 뭡니까.

    "엔터테이너의 자질이 없다는 거예요. 한때 예능프로에 많이 출연했고 곧잘 한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요즘은 제가 생각해도 너무 구려요. 그때나 지금이나 노력은 똑같이 하지만 제가 봐도 너무 재미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4집부터는 TV 출연을 줄였더니 이번엔 '맛이 갔다' '건방져졌다' '자기관리 한다' 같은 역반응이 나오더라고요. 그게 아닌데."(이하 타블로)


    -예능 프로의 덕을 많이 본 건 사실이잖아요.

    "그럼요. 저희 1집 망하고 예능에서 구제된 거예요.(웃음) 절대 그 은혜 못 잊죠. 다만 제가 출연해서 프로그램에 누를 끼치는 것보다는 차라리 재능있는 다른 누군가에게 기회를 주는 게 낫다는 거죠. 절대 무게잡고 싶다는 게 아니에요. 저도 내년에 서른인데 좀 심각하고 진지해질 수 있는 거잖아요. 변하는 게 변질되는 건 아니잖아요. 2년간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해봤는데 답은 음악밖에 없더라고요."

    >>3편에서 계속

    글=김범석 기자 [kbs@joongang.co.kr]
    사진=김진경 기자 [jink@joongang.co.kr]

    [취중토크 ①] 에픽하이 “우리는 심각한 음모론자들”
    [취중토크 ③] 에픽하이 “우리 삶이 봉사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