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하이 프로듀서 페니 “좋은 힙합 소개하고 싶다”

    에픽하이 프로듀서 페니 “좋은 힙합 소개하고 싶다”

    [일간스포츠] 입력 2008.09.02 11:25
    글자크기
    글자크기 키우기 글자크기 줄이기
    프로듀서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음반을 발표하는 일은 새롭지 않다. 조영수·김도훈·김형석 등 유명 작곡가 겸 프로듀서들은 사단에 속하는 가수들을 앞세워 앨범을 발표했다.

    하지만 힙합계에선 드문 일이다.에픽하이의 프로듀서로 이름을 알려온 페니(28)가 자신의 사단들과 함께 음반 'Alive Soul Cuts vol. 1'를 발표해 활동 중이다. 지난해에는 타블로와 함께 연주음악 앨범 '이터널 모닝'을 발매, 이례적으로 1만 장을 팔아 치웠다.

    페니의 이번 앨범은 음악을 시작하면서 품었던 숙원이다. "힙합 시장의 저변이 넓어졌고 좋은 음악도 많이 소개됐죠.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아요. 한쪽으로 편향된 음악들이 쏟아져 나와서 엇비슷해요.

    전 인기는 없지만 좋은, 그 반대편의 음악을 소개해보고 싶단 생각을 했죠. 장사는 안되겠지만 의무이기도 하죠. 지금 기획사에 너무 감사해요. 이렇게 돈이 안될 음반에 어떤 기획사에서 투자를 하겠어요?"

    돈이 안될 음반이란 건 우리 음악 시장을 감안하면 쉽게 예측할 수 있던 일. 하지만 페니의 사단들이 합쳐 품앗이로 노래를 불렀고, 페니가 직접 곡작업을 맡아 제작비를 최대한으로 줄였다.

    에픽하이의 타블로 미쓰라진을 비롯해 넋업샨 더블 케이, MYK, 케로 원, 콰이엇, 얀키, 낯선 등 실력파 래퍼들이 페니를 위해 모여 랩을 했다. 총 20곡의 트랙은 힙합 컴필레이션을 듣듯 다양한 힙합 스타일을 뿜어 낸다.

    고교 시절부터 힙합에 빠져 PC통신 동호회의 회원이 됐고, 아마추어로 음악을 시작다. '블랙스'란 흑인 음악 커뮤니티에서 음악을 모여 듣다가 '우리도 한 번 만들어보자'며 뜻을 모아 습작을 거듭했다. 홍대 앞 클럽 마스터플랜에서 주석·가리온 등과 전문적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 페니는 19세. 그때 에픽하이의 타블로와 인연을 맺었다. "미국서 괜찮은 친구가 왔다며 소개를 받았어요. 그 이후 함께 살며 배고픈 시절을 음악과 함께 했죠."
    힙합 프로듀서로 꽤 이름을 날렸지만 페니는 2년 전 까지만 해도 '정식'직업을 갖고 있었다.

    게임회사에 다니며 배경 음악을 만들었다. 주중엔 회사원으로, 주말엔 에픽하이 음반 프로듀서로 일했다. 타블로와 함께 음악을 만들지만 퍼포먼스는 늘 에픽하이 타블로의 몫. 스스로 래퍼가 되고 싶진 않을까. "어려서부터 몸치였고, 카메라를 들이대면 울었대요. 절대 직접 무대에 서고 싶진 않아요."

    페니는 이번 앨범의 상업적인 성공을 바라진 않는다. 하지만 계속해서 자신의 음반을 내고 싶다는 기대감은 내비친다. "이번 음반은 전혀 트렌디 하지 않아요. 오히려 전통적인 힙합 음악이 많죠.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진 못해도 꼭 들려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번 음반이 망하면 다음 음반은 제작을 도와줄 곳이 없겠죠. 제 돈을 들여서라도 계속 이런 음반은 꼭 내고 싶어요. 제가 공부한 음악을 한 번씩 정리하는 보고서 처럼요."

    이경란 기자 [ran@joongang.co.kr]
    사진=김민규 기자 [mg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