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맛집] 국민 간식, 떡볶이의 변천사

    [백년맛집] 국민 간식, 떡볶이의 변천사

    [일간스포츠] 입력 2009.03.2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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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떡볶이는 흔하다. 학교 옆 후미진 골목에도, 대로변 포장마차에도, 왁작지끌한 시장통에도, 백화점 푸드코트에도, 고급 레스토랑에도 있다. 떡볶이는 누구나 좋아한다.

    어릴 때는 하교길에서, 젊었을 때는 여자친구와, 결혼해서는 가족들과, 나이 들어서는 손주와 떡볶이 집을 찾는다. 그래서 '국민 간식'이라는 거창한 타이틀도 얻었다.

    최근엔 외국인들도 좋아한다. 서울 남대문 시장이나 부산의 떡볶이 집을 가면 한국 사람처럼 즐겨먹는 외국인 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변변한 음식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값이 너무 싼 탓이기도 하고, '주 무대가 길거리'란 꼬리표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전부터 떡볶이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서울 강남의 고급 레스토랑 메뉴판에 등재되고, 떡볶이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카페도 등장했다.


    게다가 정부가 나서 연구소까지 만들어 한식 세계화의 대표주자로 키울 태세다. 향후 100년이 기대되는 세계인의 메뉴로 발전하고 있는 떡볶이의 지난 세월부터 들여다 보았다.

    1800년대 처음 등장

    문헌상에 처음 떡볶이가 등장한 것은 조선말기인 1800년대 쓰여진 <시의전서>란 조리서에서다. 하지만 이보다 일찍 떡볶이는 존재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에 왕들이 먹던 궁중떡볶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떡볶이와는 많이 다르다. 빨간 떡볶이가 아니라 흰 떡볶이다. 매운 고추장을 쓰지 않고 간장으로 간을 맞췄다.

    궁중음식연구원 한복려원장은 "매운 맛은 사람이 쉽게 흥분하게 만드는 특성이 있다"며 "국가의 정사를 돌보는 임금님의 감정이 쉽게 흔들리지 않도록 수라상에선 가급적 매운 맛을 피하는 게 원칙이었다"고 설명했다.

    대신 쇠고기, 생나물, 마른나물 등을 넣어 만들었다. 현재 떡볶이가 탄수화물로만 이루어진 것에 비하면 영양적으로 완벽한 음식이었던 셈이다.

    1953년 떡볶이의 재탄생

    현대인이 즐겨먹는 빨간 떡볶이에 대한 문헌상 기록은 찾지 못했다. 단지 '신당동 떡볶이 할머니'로 알려진 마복림(89)씨가 1953년 만들기 시작했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인 1953년 마복림 할머니가 중국 음식점에서 개업식 공짜 떡을 집다가 친정아버지가 드시던 자장면 그릇에 떡을 빠트리게 된다. 자장면 묻은 떡을 먹다가 맛이 좋아 고추장을 생각하게 됐다. 그 아이디어로 지금의 신당동 자리에서 떡볶이 노점상을 시작했다." 마복림 할머니의 주장이다.

    70년대 어묵이 들어가다

    이후 떡볶이는 별다른 발전(?)을 하지 않았다. 처음과 마찬가지로 연탄불에 고추장과 대파를 넣고 끊여서 만들었다. 지금의 포장마차 떡볶이와 거의 비슷했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기존 재료에 흔히 '오뎅'이라고 하는 어묵을 넣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다른 재료가 추가된 것이다. 70년대 후반에는 씹는 맛과 단 맛을 내기위해 양배추도 들어갔다.


    신당동에 떡볶이 골목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전국적으로 떡볶이가 퍼져나갔다.

    80년대 즉석 떡볶이의 탄생

    내 손으로 만드는 '즉석 떡볶이'가 등장한다. 여기엔 LPG의 보급이 큰 역할을 했다. 1980년 마복림 할머니는 연탄불 대신 처음으로 식탁위에 가스레인지를 설치했다.

    손님이 주문하면 냄비에 재료를 담아줘 식탁에서 직접 끓여먹도록 한 것. 즉석 떡볶이로 바뀌면서 추가되는 재료도 늘어났다. 라면에 이어 쫄면, 만두, 계란 등이 하나둘씩 추가되면서 덩달아 값도 올라갔다.

    2000년대 퓨전 떡볶이의 등장

    젊은이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떡볶이가 거듭 변신한다. 치즈, 자장, 크림, 피자 등 서구의 갖가지 맛이 가미된다. 덩달아 양식 레스토랑에서 별미 메뉴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길거리에서는 꼬치화해 '떡꼬치'란 신 메뉴로 내놓기도 한다. 발빠른 외식업자들은 떡볶이를 자체브랜드로 내놓는다. 소자본 창업의 대명사처럼 인식되면서 '신떡' 등 떡볶이 체인점이 전국적으로 늘어났다. 20

    ◇빨간 떡볶이의 원조에 대해 이렇게 주장하는 이도 있다. "1950년 전까지도 떡은 있었지만 고추장에 버무린 떡볶이는 없었다. 그러나 한국전쟁 직후 간단하게 요기할 수 있는 음식이 필요하게 됐다.

    그래서 떡을 꼬치에 끼워 구워 팔기 시작했다. 장사가 잘 되면서 양념을 추가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에 따라 양념을 넣고 떡을 볶아 팔기 시작했다. 이것이 현재와 같은 떡볶이의 시작이다.

    당시 양념은 대파를 크게 썰어 간장에 절여 넣고 맛에 강도를 더하기 위해 고춧가루를 첨가했다. 이후 고추장을 넣었고, 입맛이 변하면서 단맛을 내기 위해 설탕과 물엿을 넣었다." 지난 2007년 8월 실천민속학회가 주관한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서현정 서울대 비교문화 연구소 연구원의 주장이다.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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